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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의 삶의 방식은 여기저기 집회 쫒아 다니고 회의 참석에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야기는 주로 술자리에서 진행되다 보니 술자리는 일상의 일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나마 독서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또한 개인적으로 학습하고 교양을 쌓을수 있는 중요한 일상중의 하나인데, 정작 술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핑계로 나를 위한 이런 중요한 여유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3년전부터 나 자신과 약속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한달에 2권이상 책읽기. 아직 매달 잘 지키지는 못하지만 운동하면서 꼭 지켜가야할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술약속을 한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들른 서점에서 세계사편력이란 책을 집어 들었다.

옥중에 있는 아버지가 딸에게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세계의 전역사를 편지글로 써 화제였음을 알고 있는 정도였던 이책은 책을 몇장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책이구나란 느낌을 가지게 했다. 읽는 중간중간에도 정말 놀랍기만 했다. 특히 세계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세계사 편력을 지은 네루는 인도의 민족해방 운동가며 정치가이다. 인도를 영국의 식민지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투쟁하다 총 9차례에 걸쳐 옥중생활을 했고 6번째 옥살이 기간동안 서양중심의 제국주의 역사관을 뒤집어엎는 집필 작업을 시작한다. 문필력에 투혼이 담기었고, 세계사를 어느 누구보다 공명정대하게 서술한 이책에서 단연 으뜸인 것은 네루의 역사관이다.

역사적 사건을 서술하면서도 정치,철학,문화,종교,과학등 다방면에 걸친 인류의 역사에 대한 모든 사건들을 개별로 보지 않았다. 역사를 그물코같이 엮어진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화산이 폭발하기전 땅속의 압력과 온도를 견디지 못해 터질 수밖에 없는 유동적인 용암덩어리로 보았다. 이것은 인간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치듯 소수의 지배계급이 다수의 피지배계급이 더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들을 막을수 없다는 변증법적인 역사관이다.

편지에서 거론되는 국가명에 대해 딸이 오해하지 말길 바랬는데... 가령 영국이 인도를 침략하는 상황에 영국이 의미하는 바가 모든 영국 민중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다.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사회의 부를 차지한 영국의 지배계급이 있는 것이고 굶주리고 배고파 빵을 달라는 영국의 피지배계급이 있는 것이다.

인간 개개인이 국가와 종교,성별,피부색으로 구분되어질수 없고 오직 지배와 피지배에 의해 결속될 수밖에 없음을 말했다. 네루의 역사관은 이렇듯 역사는 언제나 계급투쟁의 장이었다는 깨달음에 다다르게 한다.

네루는 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감정을 가지고 봐야 하며, 구체적인 상황속에 구체적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했다. 각각의 시대 상황들에 대해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분석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구체적 분석과 함께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가져야 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린 어떤 사건에 대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역사는 항상 지배계급에 의해 조작되고 만들어진다. 이런면에서 볼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하는 것은 대다수인 민중들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지우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시대시대 민중의 감정을 읽어야 하고, 또한 역사적 사건을 보는 내안에 일어나는 감정도 중요한 것이다.

학교 다닐때 생각하면 세계사 시간은 무지무지 외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역사는 관념적인 어구들을 외어 써야하는 시험문제에 중요했다. 역사를 정의하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E.H.카의 명언은 수도 없이 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명쾌한 정의도 항상 시대에 대해 인식하고 분석하려는 애정없인 한 개인에게 그저 공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우린 시대의 흐름에 대해 민감해야 하며 끊임없이 되묻고 노력해야 하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필가이고 역사가였지만 그는 운동가였다. 그래서 그는 딸에게 마지막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바로 알려면 감정을 갖고봐야 제대로 알수 있다. 그래야 우리조상들의 생활환경과 지니고 있던 관념들을 옳게 이해하게 된다....(중략) 네가 역사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무의미한 골격은 갑자기 살과 피를 갖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가 될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에 신세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임무는 과거의 유산보다 더 막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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