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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기사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 '재미'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미디어 생각' 7호에 실린 글 입니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특집기획으로 기획된 이 기사는 지난 '시민들의 힘으로 독립영화를 만들다'에 이은 '전북독립영화, 그 현장의 목소리들'을 담고 있습니다. 다음 연재 기사는 3호 '전북독립영화, 미래를 꿈꾸다' 입니다.

 

“영화를 다 가져라”


전북독립영화제의 전신인 제1회 전주시민영상제의 슬로건은 “영화를 다 가져라”였다. 척박한 지역 영상문화 속에서 영화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이 슬로건은 당시 지역영화인들의 바람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영화인이라면 안정적으로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작은 소망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전북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해 지역영화인들은 이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10년이라는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 소망은 현재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까? 그리고 전북독립영화인들에게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북독립영화인들이 “레디, 액션!”을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현장, 1년 내내 이 제작현장이 살아 있다는 것은 곧 전북독립영화인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힘든 조건에서도 묵묵히 영화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전북독립영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북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전북독립영화 현장에서 영화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보았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지난 2010 전북독립영화제 개막작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은 10명의 감독이 제작한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이다.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제작비를 지원하여 제작한 이 영화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독을 섭외하여 제작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에서 <슈게이징>이라는 짧은 단편을 제작한 장미경 감독은 전주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를 만드는 토박이다. 고향이기에 익숙한 도시 전주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장미경 감독, 그녀에게 전북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미경 감독- 정거장(2003), 홍시(2004), 슈게이징(2010)

Q. 예전에 찍었던 <정거장>과 <홍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A. 첫 번째 영화 <정거장>은 대학교 워크숍 작품이다. 우석대에서 500만 원을 지원받아 찍게 되었다. 첫 작품이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하고 놀면서 찍기도 했고, 서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만들었다. 치열하면서도 재미있게 작업을 했다. 그리고 졸업하고 사회에서 처음 만든 작품이 <홍시>다. 학교에서 고민했던 생각들을 모아서 시나리오로 만들었는데, 사회에서 처음 만든 작품이라 고생을 많이 했다.


Q. <홍시>를 찍으면서 어떤 것이 힘들었나

 

A. 영화는 나 아닌 타인에게 풀어내야 하는 장르이다. 누군가를 설득시켜야 하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너무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것일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두려워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고 만들어질 영화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어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서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겉으로 드러났던 것 같다. 그래서 스태프들은 꽤 답답했을 것 같다. 혼자 고민하고 처리하는 식이었으니까. 최근에 찍은 <슈게이징>은 그렇게 찍은 것 같지 않다.


Q. <홍시>를 찍고 약 6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A. <홍시>는 <정거장>이 좋은 평을 받으면서 받은 상금으로 찍었다. 상금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그래서 몇백만 원 정도의 빚을 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큰일도 아니었는데, 학교 막 졸업하고 내 이름으로 200만 원의 빚이 생기니 덜컥 무서워졌다. 그 두려움에 많이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아마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게 졸업 후 첫 작품이자 얼마 전까지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Q. <슈게이징>은 어떻게 찍게 되었나 

 

A. <슈게이징>은 전북독립영화제 10주년 기념작으로 10명의 감독이 옴니버스로 제작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이라는 영화 중 한 편이다. 처음 영화 제작 제안 받았을 때 조금 무서웠다. 6년 가까이 영화를 찍지 못했는데 10명의 감독 중에 나만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전북독협이 잊지 않고 이렇게 제안해준 것에 고맙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작업들을 계속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좋은 기회라는 생각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홍시>때는 어리기도 했었고, 수줍음도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들어서 <슈게이징>작업을 하게 되니 많은 것들이 유연해졌다. <슈게이징>은 현장에서 거의 널브러져서 일꾼처럼 재미나게 찍었다. 하루 동안 촬영한 것이라 감질나게 찍었다. 찍을 만하니까 끝나더라.

 

▲[출처= 미디어생각]

 

Q. 뜬금없지만 전북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나

 

A. 나는 지역에서 영화제작을 할 때 ‘난 지역을 지킬 거야’와 같은 거창한 사명감으로 작업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작업을 하고 싶다. 전북독립영화를 거창하게 의미부여 하지 않고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으면 좋겠다. 각자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그것이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많은 감독이 떠나지 않고 있어준다면 전북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될 것 같다. 나도 지금 당장 영화를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여기저기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찍고 있다. 지역에서 영화 만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면 좋겠다.

 

Q.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A. 인맥이 넓지 않아서 손에 꼽지만, 다들 잘 살아가는 것 같다. 사실 각자 힘들 때도 있고, 두려움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무모해 보일 정도로 영화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그 용기가 대단하고 오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독들이 정기적으로 시나리오 모임도 하고 계속 작품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는 것을. 이런 노력이 오래갔으면 하고 응원하고 있다.

 

Q. 앞으로 어떤 영화를 지역에서 만들고 싶나

 

A. 많이 찍어봐야 나중에 영상언어도 생기고 너의 영상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난 아직 나의 치열함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좀 더 고민을 많이 해서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찍고 싶다. 그리고 영화를 찍기 위해 다른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대학원에 다니는 것도 그렇고 사람을 만나고 직장에서 일도 하고 싶다. 영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게 다 경험이지 않을까? 그래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지금 만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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