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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 군국주의 논란

유모토 마사노리(일본 레이버넷)( 1) 2013.07.31 09:44

[편집자 주]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바람이 분다>의 일본 개봉 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영화는 가미카제 특공대가 사용한 전투기인 제로센 설계자의 일생을 조명하지만 전쟁 범죄 반성 등 사회 도덕적 책임은 도외시하고 개인의 꿈의 추구만을 다뤄 확대되는 군국주의에 일조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레이버넷>의 유모토 마사노리는 전쟁 시 폭격에 피해를 당한 어머니의 경험, 계속되는 원폭 문제, 그리고 최근 일본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후유증을 조명하며 <바람이 분다>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한편, 군국주의 부활 등 우경화가 심화되는 일본 사회를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를 보러 갔다. 개봉 후 1주일, 일요일이라 대형영화관인 유라쿠초의 스카라 극장은 만석의 대성황이었다. 제로센 설계자의 반생을 그린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가 ‘열풍’이라는 월간지를 내고 이 책 ‘헌법 개정’ 특집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헌법을 바꾸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라는 장문의 에세이를 자신의 전쟁 체험과 겹쳐 쓴 것을 보고 영화가 조금 보고 싶어졌다. 그는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내 기대를 배신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호리코시 지로는 확실하게 꿈을 좇는 인물이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그의 기술이 이용된 것도 본의 아닌 것처럼 그려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제작 취지에 대해 “자신의 꿈을 충실하게 똑바로 추구한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나는 자신의 전쟁 체험을 통해 개헌 반대를 말하는 사람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결코 듣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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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2013 二馬力・GNDHDDTK]

 

나의 어머니는 도쿄 대공습 피해자다. 전투기에 쫓겨 맹폭격을 받았다. 떨어진 폭탄이 30cm라도 어긋났다면 어머니는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도망칠 바를 몰라 갈팡질팡했던 어머니 친구는 맹폭 중 총알에 꿰뚫려 숨졌다. 만약 어머니가 죽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타협한다 해도 나는 이 전투기를 설계한 사람을, 비록 나라의 잘못이라 해도 인정할 수 없다. 그 설계자의 꿈을 좇는 인생이 아름답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킨 자들을, 그리고 지금 다시 전쟁을 반복하려는 자들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헌 반대를 위해 소리 높여 외친다 해도 거짓말일 뿐이다.

미야자키는 이 작품을 자신의 ‘유서’라고 말한다. 그는 또 처음 이 작품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고도 했다. 미야자키는 자신의 인생, 전쟁 체험들을 투영하며 현대 사회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이 작품에 담고 싶었을까. 그러나 이 시대의 흐름[지배적인 막연한 의식]을 읽기[이해하기] 전에 자신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자기 자신이 왜 살아야만 하는지 우선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미야자키는 자신의 꿈이 전쟁에 희생돼 주저앉은 주인공 지로에 [단지] “살아라”고 말을 건다.

이 작품은 나가사키의 피폭을 그린 영화 <폭발의 중심 나가사키의 하늘>(휴가지 타로 감독, 현재 일본에서 상영 중)과 대칭된다. 이 작품은 60년 이상 지나도 피폭 과거에 붙들려 계속 불안해하는 피폭자의 삶을 그린다. 거기에 ‘꿈’과 같은 것이 있는가? 미야자키 감독은 피폭자, 공습 피해자, 후쿠시마의 이재민(이들은 모두 일본에 사는 사람들이다)에 어떤 꿈을 가지고 살라는 것인가. 슬픔을 확실히 받아들여 잊지 않고, 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엮어낸 곳만을 ‘꿈’은 방문하지 않을까.

로우가 설계한 제로센은 철갑이 얇다(그 디자인 장면은 영화 속에서 그려진다). 그 결과 많은 군인이 미군기의 기총에 뚫려 전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로센은 특별공습에 대거 사용된다. 설계자는 여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을까. 지진 재해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원전 설계에 대해 아무런 사과 발언도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무서운 생각조차 든다. 이 영화에는 도쿄 대지진이 그려져 있다. 미야자키도 다소, 3.11 일본 대지진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군사 대국화를 객관적으로 지원한, 살아남은 호리코시 지로는 바로 원전 개발 기술자와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가 도쿄 전력 대주주인 KDDI(일본 통신회사)의 후원으로 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지 않은 작품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 넓은 연령층의 많은 관객(어르신들도 꽤 감상했다)이 몰려있는 것을 보며, 나는 큰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문]http://www.labornetjp.org/news/2013/0727eiga
[원제]「夢に忠実な人生」が、そんなに美しいの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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