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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돈 없어도 건강할 수 있다

울산노동뉴스( 1) 2010.07.05 16:33 추천:1

"쿠바가 반세기만에 해낸 전 국민 의료보험을 미국이 실시하는 데 1776년 필라델피아 독립선언을 한 이후 234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_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

메이데이 출판사에서 새로 펴낸 <또 하나의 혁명, 쿠바의 일차의료>는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 미주보건기구 등이 보건의료의 모범 사례로 칭송하는 쿠바 일차의료제도의 성공담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쓴 린다 화이트포드와 로렌스 브랜치 교수(남플로리다 대학)는 쿠바의 일차의료제도가 만들어진 과정을 분석하면서 효과적인 질병 예방을 위해서 결코 값비싼 의료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쓴이들은 말한다. "쿠바처럼 완고하고 권위적인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일차의료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이 모순은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역할 사이의 긴장관계에 관한 질문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즉, 건강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개인의 권리와 '대중의 건강'을 지향하는 공공보건의 역할 사이의 모순이며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쿠바의 일차의료 모델이 성공한 이유는 성별, 인종, 나이, 그리고 지역들 사이의 불평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며, 그럼으로써-많은 사람들이 쿠바 보건의료의 뛰어난 성과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모든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반한 예방 의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 필자들은 믿습니다."

1959년 혁명 후에 쿠바의 일차의료체계는 지역종합진료소 모델에서 가족주치의 모델로 변화한다.

"의사들의 집은 흔히 진료실 위층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환자들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의사들을 자기가 일하는 마을 안에 거주하도록 한 것은 혁신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밑바탕에는 이전 모델이 갖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지, 곧 의료진들을 지역사회에 더 밀착시키고, 주민들이 쉽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들 사이의 유대관계를 높이고 의료 이용의 형평성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안에 의료진을 살게 하는 것은 이제 쿠바 일차의료의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63쪽)

가족주치의 모델을 토대로 쿠바의 국가보건의료체계는 모자보건, 감염질환과 전염성질환, 만성질환과 노인의료 분야 등 공공보건 영역을 관리하는 일차의료체계로 체계화된다.

"엄마와 아기를 병원으로 오게 하지 않아요. 내가 찾아가서 그 집에서 진료하지요. 그 집에 머물면서 아기와 엄마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나이든 삼촌, 10대인 다른 딸까지 모두 진료할 수 있답니다. 나는 아픈 사람들만 진료하는 게 아니고 다른 가족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할머니가 우울해 하지는 않는지, 10대인 딸이 피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삼촌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는지도 함께 살핍니다. 또 새로 태어난 아이로 인해 다른 가족들에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 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 번 방문으로 대여섯 명을 함께 볼 수 있고 심각해질 수도 있는 건강 문제를 미리 발견해 손쓸 수 있다면 절대 지나치다고 할 수 없지요."(118쪽)

'건강형평성'과 '지속가능성', 지역사회에 기반한 보건의료와 '예방활동'은 쿠바 일차의료 제도를 성공시킨 핵심 개념이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에서 보듯 그 효율성을 입증했다.

"필자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건강한 아기를 위한 방문 진료는 특히 그것이 가족 전체를 위한 예방 진료의 장점까지 지닌 것이라면 전혀 과도하지 않으며 오히려 효율적인 시간 사용과 교육 방법이라고 느꼈습니다. 쿠바의 인구대비 의사 수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어떤 국가보다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쿠바에서는 건강한 아이의 경우 생후 1년까지 15번 의사 방문을 받고, 한 살부터 네 살까지는 매년 12회, 다섯 살부터 열네 살까지는 매년 약 11번의 진료를 받습니다. 즉 쿠바의 어린이들은 한 살부터 열네 살까지 총 147회 가량의 의사 방문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출생 전 산전 진찰부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평균 22번밖에 의사 방문을 받지 않는 미국과 크게 대비됩니다." (118쪽)

"모든 이들에게 기본적인 교육과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충분한 음식과 물과 위생시설을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4명의 재산을 합친 것의 4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이 사실은 오늘날 불평등의 정도가 얼마나 개탄스러운 수준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글로벌 헬스 워치>의 저자들에 따르면, 20세기에나 현재나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은 공공보건을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추적인 두 과제입니다. 쿠바의 모델이 보여주는 중요한 점은 한 사회가 상대적, 절대적 불평등을 줄임으로써 공공보건 활동을 통한 건강수준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204쪽)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들은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의사들이다. 옮긴이들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와 목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정부 주도의 보건의료 산업화와 민간 의료보험 시장의 확대, 의료법인 영리화가 속도를 내던 무렵이었다. 건강은 국민들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기에 시장과 이윤추구 논리에 맡겨질 수 없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일차의료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국민건강의 기본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쿠바의 예에서 확인해 보고자 이 책을 택했다. 이 책은 한국 상황에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쿠바의 성공 사례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이지 쿠바의 의료제도를 소개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옮긴이들은 "이윤 동기에만 경도되어 있는 동네의원들, 지역 공공보건 활동을 주도하지 못하는 보건소들, 우리나라 보건의료 전반을 지배하며 일차의료를 고사시키는 대형 의료기관들, 제도적인 기반보다는 신약이나 신기술 깜짝쇼나 팔고 있는 언론들, 그리고 그 와중에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맞서 건강의 '기반'을 다지는 일차의료를 튼튼히 하는 것이 국민건강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이종호 기자)



지은이.옮긴이 소개

린다 화이트포드Linda M. Whiteford
린다 화이트포드는 남플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South Florida의 의료인류학 교수이며 응용인류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쿠바에 관한 연구 외에도 화이트포드는 도미니카, 에콰도르, 볼리비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멕시코 등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과 국제 인도주의 재난구호센터로부터 연구 지원을 받아왔다. 미 국제개발지원국, 세계은행, 미주보건기구 등의 기구에 자문을 맡기도 했다.

로렌스 브랜치Laurence G. Branch
로렌스 브랜치는 남플로리다 보건대학College of Public Health at the University of South Florida의 보건정책 경영 교수로서 같은 대학 의과대학 내과교수와 플로리다 정신건강연구소Florida Mental Health Institute의 교수를 겸하고 있으며, 남플로리다 보건대학의 학장을 지낸 바 있다.

최영철은 의학과 경영학, 보건학을 공부하고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김승섭은 의학과 보건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보건대학원 직업 역학 박사과정에 있다.
김재영은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역시 하버드 보건대학원 직업 역학 박사과정에 있다.
오주환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보건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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