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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올 겨울 꼬들빼기 김치로 나야겠다

미디어충청( 1) 2010.10.06 17:11 추천:1

장보기는 둘이 가야 제맛이다. 대형마트에 놓인 각 종 화려한 음식과 물건은 수다의 재료로 충분하다. 시식코너에서 맛보고 음식 품평 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묘미 중의 묘미다. 혼자가면 심심하고, 여럿이 가면 산만해 정신없는 게 장보기다.

물론 카드에 쌓이는 포인트 점수로 위안을 삼는다 해도 지갑속 돈은 술술 나간다. 계산하고 후회하는 게 장보기다. 같은 물건이 종류별로 잔뜩 쌓인 곳에서 좋은 물건을 최저 가격으로 골르기란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대형마트 장보기 선수라면 모를까.

특히 요즘같이 물가가 하늘로 날개짓 할때는 얇아지는 지갑에 더 한숨 나온다. 배추, 무, 파, 상추를 안 먹을 수도 없고...

어떤이는 우스갯 삼아 고기에 상추를 싸서 먹기도 했다. 묵은지 말고 겉절이를 먹고 싶은 어떤이는 고구마 줄기로 김치를 담가 먹었단다. 함께 장 보러 간 동료도 배추, 무, 양배추 사기를 포기하고 두부, 양파, 황태채, 조미료를 사며 한 마디 했다.

“10년 전에 군대에서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 먹었어. 근데 대통령이 양배추 먹으라고 했다고? 배추는 구경도 못하고 5천원짜리 무를 볼 줄이야... 올 겨울 엄마가 담가 준 꼬들빼기 김치로 나야겠어. 엄마가 배추값 걱정하길래 내가 ‘엄마! 내가 배추김치 한 포기씩만 얻어와도 20포기 될거야’ 했는데 그것도 안 되겠네”


추석 지나면 채소 값 떨어질 줄 알았는데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로 향했다. 배추는 없었다. 채소 무게 달아 가격표 붙여주는 마트 직원 말로는 아침 8시경 한 포기에 6,450원하는 배추가 진열된다. 2~3시간이면 모두 팔린단다. 서울시가 70% 가격으로 배추를 공급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려 5분만에 팔린 상황과 비슷한 꼴이다.

“추석 지나면 채소 값 떨어질 줄 알고 안 샀데요. 그런데 추석이 지나고도 채소 값이 비싸니까 손님들이 한 마디씩 하죠. (채소 사는) 손님도 예전에 비해 줄었어요”

그 곁에 10분가량 있어보니, 가끔 적은 양의 채소를 사는 손님이 있을 뿐. 함께 장을 보러 온 두 명의 여성이 채소 값 보고 “뭐 이렇게 비싸”하며 돌아갔다. 돌아가면서도 고개 돌려 채소 값 보며 마주보고 대화한다.

진열대에 놓인 채소 값은 깐대파 3~4뿌리 포장 3,280원, 대파 10~12뿌리 5,680원, 양배추 한 통 6,280원, 적상추 1봉 3,280원, 시금치 한 단 2,480원, 양상추 1봉지 2,650원, 무 한 개 4,780원이다. 그나마 감자, 당근과 같은 뿌리채소는 싼 편이었다.

봉지김치 진열대로 가도 배추, 무김치는 없었다. 꼬들빼기, 깻잎지, 무말랭이, 짱아치가 다다.

담근 김치 제품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파는 김치가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무게에 따라 묵은지 반포기 8~9천원, 김치 반포기 8~9천원, 부추김치 100g당 1,330원이었다. 비싸다.

5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육류 매장이 있었다. 직원 말로는 비싼 채소값 덕택으로 고기가 많이 팔린단다. 그래도 일명 ‘웰빙’ 삼겹살과 일반 삼겹살, 미국산 소고기와 한우 가격 차이는 천지차이다.

한 쪽에 유기농 매장이 눈에 띈다. 배추와 무는 원래 공급하지 않는다는 그 매장엔 쑥갓, 치커리, 상추, 앞쌈배추 등 각 종 야채가 진열되어 있었다. 골라 담으면 100g당 1,580원이다. 훨씬 싸다. 마트 직원은 “아무래도 유통문제가 있죠. 더는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한창 장보기하다 두 봉지에 3,280원짜리 새송이 버섯을 2,800원에 판다기에 파프리카, 간짜장, 두부, 미니 소주를 집어들고 나왔다. 계산대로 가다보니 한 구석에 ‘우수농가 직거래’ 상품으로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이모씨가 파는 새송이 버섯이 한 봉지에 1,48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 봉지만 사도 될 걸 하고 후회하며, 새송이랑 파프리카, 양파에 굴소스 넣고 볶아서 여러번 먹어야지 하고 위로하며 나온다.

기후 변화, 4대강, 유통 구조 문제 등 채소 값 상승 원인을 두고 공방이 한창이다. 동시에 장바구니와 지갑은 빈곤해지고 있었다.(정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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