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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5월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퇴진,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등을 외치며 명당성당 옥상에서 할복 투신해 80년대 청년들의 심금을 울렸던 조성만 열사의 평전 <사랑 때문이다>(저자 송기역. 오마이북)가 발간됐다.

 

사랑 때문이다.
내가 현재 존재하는 가장 큰 밑받침은 인간을 사랑하려는
못난 인간의 한 가닥 희망 때문이다.
이 땅의 민중이 해방되고 이 땅의 허리가 이어지고
이 땅에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되게 하기 위한
알량한 희망, 사랑 때문이다.
나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우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1988년 3월 18일, 조성만 열사의 일기에서

 

조성만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아온 80년대 세대의 청춘 보고서

 

요셉 조성만 평전 <사랑 때문이다>는 조성만 열사의 삶과 죽음, 1980년대 정치・사회・문화적 변화를 배경으로 고민하고 흔들렸던 청춘들의 삶과 사랑, 투쟁을 다루고 있다. 91학번인 저자가 88만원 세대이자 촛불세대인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23년 전 80년대 세대의 청춘보고서인 셈이다.

 

저자인 송기역 씨는 조성만 평전을 집필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하면서 80년대와 조성만을 우리 곁으로 복원시켰다. 저자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혁명의 길을 모색한 80년대 세대를 조명함으로써, 촛불세대들이 찾으려는 길과 희망에 단서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격동의 80년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젊은 ‘신부’로 살았던 조성만


조성만 열사는 1988년 5월 15일,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사를 준비하고 있던 성당 벗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본 후 할복 투신했다. 스물넷 짧은 삶이었다. 유서에는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퇴진,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984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에 입학한 조성만은 지하서클과 명동성당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다. 이 시기에 조성만은 인간의 자유와 해방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모습인가를 본질적으로 질문하며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던 조성만이 가슴속에 이처럼 뜨거운 불덩이를 품고 있으리라는 것을 당시엔 누구도 쉽게 눈치채지 못했다.

 

특히 신부의 삶을 꿈꾸던 조성만에게 점점 보수화되는 교회의 모습과 고통 받는 민중의 모습은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조성만은 1987년 6월 항쟁 시기에 서울의 거리와 명동성당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고, 그해 12월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목격하고 투표함을 지키기 위해 구로구청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임수경과 문규현은 ‘조성만의 꽃’

 

조성만은 당시 80년대 상황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군사정권 반대, 미군철수 등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과 투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성만 열사의 죽음을 전후로 대중적인 통일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고, 1989년 임수경 씨와 문규현 신부의 방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문정현 신부는 “임수경과 문규현은 ‘통일의 꽃’이 아니라 ‘조성만의 꽃’이다. 성만이가 그렇게 꿈꾸던 일이 두 사람을 통해 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문규현 신부가 방북하게 된 것은 조성만의 영향 때문이다”고 회고했다.

 

그는 누구인가? 나의 신앙의 스승이다.
내 방엔 그의 사진이 23년째 걸려 있다.
나는 성만이를 가슴에 묻고 살았다.
지난 23년을 돌아보면 단 하루도 피 터지게 살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온통 세상에 바치는 자의 심정을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래서 성만이를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난다.

 

성만이가 떠난 지 23년이 지났다.
지금 사람들은 자기 근본을 잊은 채 살고 있다. 돈이 하느님이다.
4대강 사업, 재개발, 구조조정, 이게 다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종교는 고통 받고 소외받는 이웃을 보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많은 종교인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

 

하지만 예수의 사랑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그 사랑은 누구도 덮을 수 없다.
‘인간을 사랑하고자 했던 한 인간’ 성만이도 그렇다.
그 사랑을 이 책을 통해 만났으면 좋겠다.

 

-‘길 위의 신부’ 문정현(여는 글 중에서)

 

조성만(요셉)열사 약력

 

-1964년 12월 13일(음력) 전북 김제시 출생
-1980년 전주 해성고 입학, 5.18 광주민중항쟁을 겪으며 사회적 자아를 만났고, 고교 시절 중앙성당에서 만난 문정현 신부의 삶에서 큰 영향을 받았음
-1984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 입학, 지하서클과 명동성당 가톨릭민속연구회 활동
-1987년 6월 항쟁 시기에 명동성당에서 독재정권에 맞서 싸움
-1987년 12월 대선, 부정선고 목격하고 구로구청에서 마지막까지 저항
-1988년 5월 15일, 24살 젊은 나이에 명동성당 옥상에서 5.18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성당 벗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본 후 할복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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