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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을, 광장, 인권이 만나는 곳

김현상( 1) 2009.10.08 17:01 추천:2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목록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제가 열립니다.

영화제 준비 경험이 초보이기도 하고 상영 영화를 고르는데도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여기저기 다른 영화제들의 홈피를 뒤져가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전화하고 전자메일 보내서 배급사 및 감독에 문의하니 다들 아주 친절한 절차를 알려주셔서 누구나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영화제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작년과 올해, 우리사회의 인권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각 전문 영화제들 속에서 재미, 감동으로 호평 받거나 사회적 소수자들을 다루거나 그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들도 만났습니다.

우리사회의 인권목록: 용산참사-촛불시위...

아무래도 인권영화제라는 틀 속에서 고민하다보니, 한국사회의 인권 목록들에 대해 나름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용산참사, 오체투지, 촛불시위가 떠오릅니다.

▲제14회 전주인권영화제 작품소개(시놉시스)
아시다시피 망루에 오른 철거민에 대한 공권력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초래된 이른바 용산참사가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제단 용산 천막농성장에도 다녀온 기억과 유가족들이 이곳 전주에 와서 진실규명에 함께 하자고 오거리에서 외치는 현장에도 함께 해서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

땅을 기어 이곳 지역을 지날 때, 저에겐 행렬 뒤에서 한나절밖에 함께하지 못한 생명 평화의 오체투지, 힘겨움을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두달여의 오체투지 순례길, “성직자의 생각과 순례길에 동참한 사람들의 생각과 지혜, 행위가 주는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영화 상영 개막을 오거리 광장에서 여는 이유 중 하나인, 촛불시민광장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지난 해 5월이던가요. 그 광장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함께 했죠. 우리의 마음을 들고.

아시겠지만 아주 소중한 진실들이 가려지거나 잊히거나 혹은 작은 소리가 되어 우리 주위에 맴돌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영상들이 스토리에 푹 빠지기엔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소수, 차별 : 이주민-장애인-여성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인권영화제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해서, 나름 여러 작품을 프리뷰해보고 했는데 여러 의견들이 개막작으로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본 낯부끄러운 진실을 담은 극영화를 올리게 됐습니다.

지난 이주민을 다룬 무지개 인권영화제를 이어간다는 측면에도 스스로 의미부여 했습니다. 이주민을 다룬 영화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맺기를 다룬 작품과 한국에서 10년을 살다가 자국으로 돌아가서 여러 경험들을 새로운 연대에 함께 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도 있습니다.

대학등록금 문제를 다룬 학생들의 힘겨워 하는 외침, 그 많은 돈을 감당해야하는지? 학자금 대출 받았지만 결국 빚이 되고, 알바를 하는 사람도, 등록금 투쟁 현장에 나온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허리 휘어지는 기성세대와 동세대들.

여성 노동자 이야기도 소중한 영상입니다. 70년대 소위 ‘공순이’이로 불리어지면서 온갖 탄압과 희생을 치른 여성노동자와 현시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만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집니다. 그들의 삶의 주변엔 함께 한 사람들이 서로 서로 자각하면서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여성들의 시각에서 여성의 감수성을 다룬 다섯 개의 영상, 결혼, 비혼, 여성인물, 성폭력, 동성애 각 영역에 대한 질문들을 하고 있습니다. 시놉시스에서도 소개된 것처럼 “각기 다른 지역, 각기 다른 여성의 정체성, 각기 다른 삶을 실험하는 여성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를 발견 수 있”어서 참 재미지고 따듯한 영화들이였습니다.

중증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은 작품들도 골랐습니다. 그의 날개짓이 사람 찡하게 했습니다. 이 지역 장애인이 제작한 작품도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생활의 변화 속에서 겪는 셀프 이야기와 전동휠체어가 몸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상도 함께 합니다.

누구나 배급할 수 있다: 다운로드 영화들

인터넷 불질을 통해 다운로드 영화제에서 알게 된 영상들도 상영됩니다. 공유 정신에 기반으로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다운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그래픽 소프트웨어 ‘Blender'"를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이 영화를 훔쳐라2'는 지적재산권의 문제와 정보공유운동 등 미디어의 통제를 까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17편의 영화를 소개하게 되어버렸네요. 졸지에 프로그래머라는 위치와 예전의 직업병(?)이 아닐까 합니다. 상영 작품 소개와 상영 일정표, 상영장소 등은 http://chrff.icomn.net 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만은 14일 오후 7시 오거리광장 개막식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나흘동안 오거리광장(14일-15일), 전북대 건지홀(16일), 평화동 성당(17일)에서 열립니다.

제14회 전주인권영화제 홈페이지도 개편하고 팜플렛 등 홍보물 초안도 만들고 조직위 구성 모임을 준비하고 작품설명회 기자회견, 개막식 무대설치 준비, 상영준비, 회계정리, 포스터 부착, 전단지 배포 하느라 정신 바짝 차린 전북인권교육센터의 준비팀과 천원에서부터 십시일반 성의를 내준 시민준비위원, 그리고 조직위 참여 단체들과 도움주신 단체에게, 개막식 부대 행사로 ‘일하는 여성’ 사진전을 흔쾌히 도움주신 전국여성노조 전북지부에게도, 고마움을 듬뿍 전합니다. 특히 10여년 넘게 전주인권영화제의 역사를 이어온 지역의 인권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빠질 수 없습니다.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장벽들...

이 글을 쓰기전인 지난 7일에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미누가 정부의 표적 단속에 잡혔다는 소식을 9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너무나 황망합니다.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지난 무지개영화제에서 열정적인 무대에 감동받아 사인도 받고 그랬는데요.

이번 영화제 문화공연에 초대했는데 날벼락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17년 이상 살아온 그,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친구입니다’를 몸으로 노래해온 그가 갇혀 있습니다. 찬바람 거세지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단속이 무자비하게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주노동자 인권의 현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장벽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장벽은 소외와 차별들 안에서 우리 모두가 만든 것들입니다.” 이 장벽들을 무너뜨리는 연대에 함께 해요.

▲제14회 전주인권영화제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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