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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미디어 운동, 현장에 가다 (2)

문주현( 1) 2010.06.19 16:24 추천:1

Q. 공룡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

혜린 : 2005년에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의 공동체미디어 교육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교육을 하다보니 미디어를 통한 교육이 계속 교실 안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생활, 일상, 공간까지 이야기가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작년 말에 지역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 공부를 해보자는 뜻에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다보니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실감했고 보시다시피 그 공간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Q. 공룡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혜린: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같이 공유했던 슬로건은 ‘지역에서 함께 살아내고 성장하기’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방식이 아닌 우리의 방식으로 살아내자’는 것인데. 그러면 지역에서 함께 살아내고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고민하자 세 가지 파트가 나왔다. 첫째로 생활공동체를 실험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것, 먹는 것 등은 화폐로 교환해야만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능한 선에서 현재의 소비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실험하고자 한다. 우선 농사 등 무언가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둘째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생산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이 있는데, 미디어로 접근하면 좋을 것들은 미디어 교육으로 풀어내고 인문학 등 다양한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자체의 틀에 갇혀 얽매이지 않고 지역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여기서 지역은 꼭 청주만이 아니라, 레아의 언론재개발에 우리만의 일기를 만들어 보낸 것처럼 지역의 재개발 문제 등 같이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을 주제로 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작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길: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리고 규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우리는 동네에서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보통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노동이 아닌 다른 방식의 소통과 노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기존의 회원 회비나, 공모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는 회원들 중심으로 삶을 구성하고 자립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몇 년 안에 자체적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재정을 만들고 마을과 지역사회의 관계들로 풀어가고자 한다.


생활공동체를 실험하다

Q.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고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영길: 공동체 교육이라는 것이 그 뜻은 괜찮지만 가장 중요한 일상성이 빠져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그 점을 느꼈다. 울타리 안에서 공동체성을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지역과 인간관계, 삶을 통해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으로 함께 사는 법을 경험한다. 가령 공동체교육을 3, 4년 받았다고 해서 실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교육받는 것과 실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의 모습은 좀 상반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이라는 틀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특성에 맞게 구성해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성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Q.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혜린 : 이제껏 한곳에 머무르면서 활동한 경험이 없었다. 보통 다른 지역에 가서 취재하거나 공모 사업을 준비하고 공부방에 가서 가르치기만 했다. 그래서 항상 계획적이고 틀에 맞추어 활동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곳에 터를 잡고 보니 다르다. 이제까지 일했던 방식에서 많이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영길 : 상근자들 간의 차이가 분명 있다. 서로의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이질적인 방식이 모여서 일을 한다. 예를 들면 혜린은 어려운 것이 내게는 쉽고, 내게는 어려운 것이 혜린에게는 쉽다. 이런 차이들이 극복되는 것도 좋지만 애초 공룡이 한가지의 색깔로 규정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각 구성원들의 방식, 색깔이 드러나면서 어우러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들이 부딪쳤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서로 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금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영길.


교육과 작업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다

Q. 그동안 진행해온 미디어교육을 평가한다면.

혜린 : 미디어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의도가 불명확했다. 교사의 삶과 학생의 삶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 역시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과 일상, 그 사이를 연결시킬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생각하고 있다. 공동체교육에 있어 최선의 방안은 아이들이 공동체를 직접 꾸리고 운영해보게끔 하는 것이다.

Q. 현재 구상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은 무엇인가.

혜린 : 공동체 미디어교육은 6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미디어는 걷어내고 있는 것 같다. 공동체 교육을 위해서 미디어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건데 교육을 하면서 미디어가 아닌 좀 더 다양한 방식들도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인문학 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이제까지는 청소년 교육을 주로 진행했는데 이제 세대 간에 교류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짜려고 한다. 그 고민으로 공룡이 사직동에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마을 라디오 방송 등을 해보고 싶다.(라디오를 평소에 자주 듣지 않는 마을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 라디오를 들려주는 배달라디오 형태를 해보고 싶다.)

Q. 지역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작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종민 : 지금은 목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예쁜 가구도 만들 수 있는지 묻곤 한다. 그러면 우리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웃음) 우리는 버려진 물건에 우리가 쓰임을 재부여하듯 버려진 것들을 우리 식으로 다시 살려보자는 의미로 이러한 작업들을 진행한다.

영길 : 노동한다는 것이 임금을 벌기 위해 하는 노동으로 국한되면서 삶과 노동의 괴리가 심한 것 같다. 우리는 노동이 자기 삶을 구성하는 것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노동의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주체적으로 하고자 한다. 종민이 예를 들었던 목공도 돈 있고 시간이 남아서 예쁜 가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면서 노동을 가지고 삶을 완성시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다양한 작업의 기준은 바로 이러한 방식이다.

혜린 : 작업을 할 때,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이 그 작업의 기획자가 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 안에서 여러 작업이 진행되면 서로 내가 필요한 것들이 거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능들이 교환되면서 서로의 삶이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을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다.

Q. 공룡작업장을 이곳(청주 사직동)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영길 : 사직동은 사회교육센터와 함께 공부방 등의 사업을 진행한 곳이다. 너무 큰 범위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작업 공간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우리가 가장 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직동을 우리의 작업 공간으로 정했다.

혜린 : 사직동에는 저소득 청소년들이 많이 산다. 공룡을 통해 이곳 청소년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으면 좋겠다. 또 우리의 삶은 재개발의 위협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될 것인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접근해보려 한다.


Q. 지역공동체운동에 대한 공룡의 생각은 무엇인가?

영길 :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게 시간과 공간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도 공간이나 장소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운동은 지역이나 마을에서 공간을 중심으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공간이나 장소가 가지고 있는 유의미함이 시간이나 속도로 인해 많이 잠식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공룡이 지역에 꼭 필요한 운동을 지금 완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공간을 만들어가면서 사직동에 꼭 필요한 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인천 반지하라는 지역운동이 청주에 오면 반지하가 아닌 것처럼 우리가 여기 터를 잡아서 활동을 하고 살아가려고 한다면 현장에 기반을 둔 정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 지역에서 할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지역에서 주민운동을 하려면 그 땅에서 살아가는 것, 그 땅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른 동으로 가면 무의미해질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또 그 지역의 범위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이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종민.
종민 : 대학을 다닐 때, 용돈이 떨어지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슬펐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살던 동네의 주민들은 집도 자기들이 짓고 보일러 고장 나도 손수 고쳤다. 그런데 난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공룡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예전에 힘들었을 때 생각났던 아버지를 포함하여 시골에서 봐왔던 사람들의 모습을 내가 닮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요즘 공사가 좀 늦어지고 정리가 잘 안 되면서 조금 힘든데, 그래도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로소 내가 즐거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린 : 같이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다. 청주에서 산 지 15년 정도 되는데, 학교를 여기로 오면서부터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과 삶을 나누지 않고 일만 했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뭔가 사람들과 틀어지면 관계가 끊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끼리 정말 열심히 싸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대체될 수 없는 정말 큰 의미이고, 공룡을 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취재 후기―자립, 남에게 예속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구성하려는 것에 대한 표현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힘나게 한다. 그런데 그 하고 싶은 것을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이 처음의 의욕을 꺾어버릴 때가 있다. 그 점에서 공룡의 멤버들은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어주는 존재들이 아닐지. 서로를 지지해주고, 공룡이라는 모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서로에게 묻는 방식이 바로 공룡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구성하려는 ‘공룡’. 그들은 남에게 예속되지 않는 ‘자립’에 기초하여 삶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그 변화시키고자 하는 힘을 지역에 쏟고자 한다.

이제 막 첫발을 뗀 공룡은 정말 공룡처럼 온몸으로 지역공동체운동의 현장으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 같았다.

[글쓴이 덧붙임] 본 기사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발행하는 미디어 저널 <미디어 생각> 제2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덧붙임] ‘미디어 운동, 현장에 가다’ 2회에 걸친 연재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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