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문화 깊은 슬픔 속 가장 아름다운 희망이

이민영( 1) 2003.01.11 12:47 추천:1

새만금 회의가 끝나고 몇몇이 남아서 담소를 나누던 중 평소 새만금살리기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시던 계화도 주민 한분이 고민을 털어 놨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큰아들의 진로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마을 안에 중학교가 없는 탓에 읍내나 10km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는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그분 살림으로는 큰 부담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홈스쿨(home-school)을 생각하고 부인과 얘기를 해보았으나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척박해지는 갯살림

그 분의 가정살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 꼭 새만금사업 때문만은 아니라 그간의 작은 실패들이 모여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갯일로 살림을 일궈내던 그 부인의 입장에서는 앞이 캄캄하고 막막할 따름이겠지요.

해마다 겨울이면 여름보다 수입이 당연히 모자라게 보냈지만 해가 갈수록 지난해와 달라지는 갯살림을 몸으로 느끼는 그분은 요즘은 옆마을 새로생긴 횟집에 일손이 부족할 때 나가서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답답한 마음이 오죽했으면 꽃을 들고 바다로 향했겠는지...

제 살보다 더 아린 것이 자식이라는 부모의 마음을 아직은 모르지만 남들보다 훌륭히는 못해줘도 남들 다 보내는 중학교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그 아픔이 얼마나 클지...

그분은 그 속에서 다른 희망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 어려움을 가족 서로간의 사랑으로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족들과의 대화를 고민하는 그분.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지 않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갈 고민을 하는 그분의 이야기속에서 나는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나의 '귀농'

귀농한 사람과 결혼을 해서 얼떨결에 귀농자가 되어버린 나는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귀농의 가난한 삶이 두려워 취업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취업을 하면 진짜 귀농이 아닌데, 내 삶뿐만이 아니라 남편의 농사도 취미활동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데, 결국은 나만 편히 잘살아보자는 것 아닌지, 땅과 생명을 함께 살려보자는 삶이 아닌데, 자본주의적인 삶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지와 너무 반대의 삶이 될 것인데...하는 고민들로 머리아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가난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삶을 찾는 그분과 그 가족이 우리의 희망이고 우리의 아픔이라는 생각입니다.

계화도의 한 아주머니는 대학에 다니는 막내아들이 형편이 어려워 군입대를 하려 하는데 요즘 대학은 1년을 다지지 않으면 휴학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은 한학기만 마치고 입대를 했다고 했습니다. 아마 자퇴를 했을 것입니다. 계화도의 삶은 새만금 주변의 삶은 이렇게 하루하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다들 아무말도 안하지만 초상집 개처럼 아우성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가족들끼리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며 헤쳐나가고자 하는 모습들, 그 안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그 삶에서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그분의 아들이 어떤 진로를 가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그 가정의 사랑과 나눔이 잘 이루어지길 바라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