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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기를 끊어야 할 때가 왔다.

평화바람( 1) 2008.10.25 08:39 추천:1

요즘 우리집은 풍비박산이다.

한집에서 잠만 같이 잔다는 것 말고는 각자가 다 따로다.
대충은 무엇을 하는지 알지만 정확하게는 모른다.
서로 더 알려고도 않는다. 깊이 알면 다치니까....

그동안은 텃밭 때문에 가끔 모여 강제 노동을 하며 이런 저런 얘기도 했다.
하지만 농사철도 끝나 일할 것도 없다보니 밥 먹을 때 빼고는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지난 주 우리 집에서 제일 일찍 일어나는 신부님께서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기척이 없어 가보니 심장 발작으로 긴급 처방인 스프레이를 입안에 뿌리시고
축 쳐져 누워 계신다.

그날부터 우린 틈만 나면 창문을 통해 신부님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좀 그만하세요.”
“조금 쉬었다 영상편집 하세요,”
“담배 좀 그만 피우세요.”
“밖에 나와 바람 좀 쐬고 하세요.” 등등

신부님은 처음에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주니 좋아라하시다가
어느 순간 창문을 닫아걸고 커튼까지 치며 몰래 작업을 하신다.
정말 못 말리는 분이시다.

▲오체투지 순례 마지막날에도 목발을 하고 맨 뒤에서 순례에 함께 했다. /참소리 자료사진
약 한달 전에 오체투지에서 동영상을 찍기 위해
차 범퍼에 올라가려다 떨어져 무릅 관절이 틀어지고 연골을 다쳐
반기부스 상태에서 수술 날짜까지 받았는데 어찌 어찌해서 틀어진
무릅 관절을 맞춰 한쪽 목발을 집고 다니시지만
매일 같이 오체투지에 가서 순례단을 맞이하고
영상찍어 와 밤새 편집하며 여기 저기 인터넷에 올린다.

맨 날 절하는 영상만 올리는 것이 부족했던지 이번 주 내내
포토샆을 공부하더니 효과를 주고
그림 파일까지 첨부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다.

오늘 아침에 또 다시 심장 쇼크가 일어났다.
이 일을 어찌 할 꼬...
손과 다리를 묶어 놀 수 도 없고...

방법은 딱 한가지 밤 10시가 되면 전기를 차단하는 수 밖에....

[편집자 주]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홈페이지 '유랑일기'에 올라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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