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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강문식( 1) 2003.01.24 19:39

우리는 너무도 당연한 말을 지키기 싸우고 있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이 명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극히 보수적인 학자들조차도 교육을 통해 인간이 사회성을 획득한다는데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현실을 돌아본다.

2003년도 전북대학교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등록금 인상률은 27%에 이른다. 원광대학교의 경우 6.72%의 인상률을 학교측이 내놓았다. 많은 사립대학들이 10% 내외의 인상률을 고지한 상태이고, 이에 대한 명분을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해괴한 원칙에서 찾고 있다.

사학재단들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통해 과별로 등록금이 다른 이유를 정당화 시키고 있으며, 학생들조차 질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등록금이 적당히 인상되는 건 괜찮지 않느냐는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가에 교육을 통해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는 것이 교육의 목표로 받아들여진 것도 오래되었다.

교육의 공공성

현재 한국의 교육 상황을 알기 전에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교육은 왜 상품이 아닌가에 대한 논증이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사회에서 습득한 사회성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그 사회성을 습득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교육이다. 그 교육의 범위나 목표는 사회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우리나라는 국민교육헌장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를 밝히고 있다. 국민교육헌장은 그 내용에 대한 시비를 떠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교육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런 사회적 역할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는 게 교육의 공공성이다. 그리고 교육은 개인이 받은 '수익'이 아닌 기본권이라는 게 교육의 공공성이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취업의 위한 도구가 아닌 자신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취업도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수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일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사회적 기본권이다. 이것 역시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노력을 통해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공적 문제이다.)

문제는 현실이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등록금 인상 명분

학교에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명분은 거의 매년 동일하다. 물가인상을 고려해야 하고 학생 복지를 증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물가인상률보다 많이 오르는 등록금과 변하는게 거의 없는 교육 환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원광대학교의 예산설명회에서는 '아버지에게 돈이 없는데 아들이 돈을 달라고 계속 조르면 아버지가 얼마나 괴롭겠느냐'는 해괴한 논리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아들의 돈을 갈취해가는 아버지(?)는 정당화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학운영·설립규정 등에는 수익용기본재산을 학교법인이 얼마 이상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또한 학교 시설 증축시 경상비 전입금을 통해 그 자금을 충당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립대학교는 이런 기본적인 규정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채 돈이 없다고 투덜댈 뿐이다. (원광대학교의 경우 수익용기본재산이 학교 정관에 따르면 '보화당','원광사' 두 개 뿐이고, 새 건물을 짓는데 189억이 소요되었지만 법인부담금은 고작 2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학벌구조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은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만 집중되고, 서열의 아래쪽에 있는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률은 거의 100%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학벌구조가 사회적 신분의 재생산 도구임을 감안할 때 사회적 약자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은 갈수록 좁아질 뿐이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공공성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학교, 법인 회계의 투명성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돈이 없다면 왜 돈이 없는지 그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본적인 것마저도 학생은 학교 운영에 간섭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무시당하고 있다. 학교라는 곳이 공공기관임을 생각하면 이는 더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내는 만큼 받는다?

법인과 학교의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우리들이 내는 돈이 헛되이 쓰이는 게 없다면 우리는 이제 만족하며 학교를 다녀도 되는가. 학교 복지 증진을 위해 쓴다는 명백한 보장이 있다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도 괜찮은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교육은 사회적 기본권이고 공공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의 싸움이 '등록금을 제대로 써라.'에서 멈춰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등록금 투쟁이 교육개방 반대, 반 세계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재정이 투명해져도 학생들의 교육부담금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1년 수급액에 가깝다면 대학은 상품을 진열해놓고 파는 잡화상과 다를 게 없을 뿐이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제안

학교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교직원 및 총장, 그리고 법인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제안한다. 자신들의 대학이 단순한 상점이 아닌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면 다 같이 교육재정 확보와 교육개방 반대를 위해 교육부와 청와대 앞에서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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