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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기본적인 안전 시설만 있었다면...", 안타까운 건설노동자의 죽음

한솔케미칼 전주공장 증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에 대하여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7.03 16:28

“아주 기본적인 (안전 관련 설비를) 갖추지 않아서 할 말이 없네요.(한숨)” - 노동부 전주지청 근로감독관

지난 6월 22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한솔케미칼 전주공장 증설공사 현장에서 한 명의 노동자(52, 남)가 약 20M의 고공 작업장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 초 공장 증설에 나선 한솔케미칼은 한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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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한솔케미칼 전주공장 증설 공사 현장. 공사 현장 바깥에 안전 난간을 설치하지 않았고,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위험을 예고한 노조, 한계 드러낸 노동부, 안전 불감 기업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북지부는 지난 5월 25일, 이 현장의 추락 위험을 우려하여 노동부 전주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 관계자는 “추락방지망 및 낙하방지망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조치가 매우 부실하여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진정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전주지청은 같은 날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 당시 현장에 나간 근로감독관은 “진정으로 제기된 내용 중 확인한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토록 했다”면서 “노조에도 이와 관련한 사항을 소상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안전망을 설치한 것으로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5월 27일. 당시에는 공장의 뼈대라고 볼 수 있는 철골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철골들 사이에 추락방지망이 필요했다.

고공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약 20M 높이에서) 철골 설치작업이 진행되는데 아래에서도 동시에 하부 작업이 이뤄지는 등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방지망은 위·아래 작업 현장 안전의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을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그에 관한 규칙에는 노동자의 추락과 물체의 낙하 등을 방지할 목적의 안전 조치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철골 작업 과정에서는 방지망을 설치하고 공사 외벽에는 난간을 설치하는 것 등이 안전을 위한 기본 조치사항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난 6월 22일, 문제는 공장 바깥 쪽에서 벌어졌다. 5월까지만 해도 철골만 있던 공장 공사 현장은 각 층별로 바닥이 생겼다. 그러나 건물 외벽에 안전 난간을 업체는 설치하지 않았다. 결국 노동자는 외벽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했다.

플랜트노조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사고가 있기 한 달전부터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며 업체의 안전 불감에 대해 제기했지만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 노조 관계자는 “지난 6월 7일에서야 노조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사고가 있기 전까지 공사 현장 관계자 등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사를 맡았던 근로감독관은 참소리에 “해당 업체의 혐의를 확증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고 사고가 있던 날까지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 “피진정인(공사 업체) 조사가 빨리 이뤄졌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업무들도 있어 (빨리 진행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 현장에서 위반한 사실을 다 확보해서 충분히 검찰에 넘길 수 있다는 판단 과정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는 노동부 전주지청이 맡고 있으며, 조사를 맡은 근로감독관은 노조의 진정을 접수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근로감독관과는 다른 인물이다. 플랜트노조는 공사 현장에서 각종 사망사고 및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요지부동이고 노동부의 대응은 항상 한 발 늦는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노조가 적극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많은 공사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그저 “가장 기본적인 안전 조치 사항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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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추락방지망 등 안전 조치가 미흡하여 노조는 공사 현장 사진을 첨부하여 5월 25일 노동부에 진정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

“2년 전에도 산재 사망사고 발생한 사업장인데...”

공장 건설 등의 공사를 일컫는 플랜트건설 공사 현장의 사망사고는 이런 가운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교량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하였으며, 고리원전 송전탑 추락 사망사고, 대산 LG종합화학 추락 후 물탱크 익사 사망사고, 태안화력 화재사고, 울산 한화케미칼 염소누출 사고 등이 발생했다.

지난 2016년 기준 건설현장의 사고 사망자는 499명이다. 이 중 추락사망자는 281명으로 5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발전소와 정유 및 화학단지 등의 산업설비 공사가 진행되는 프랜트 현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 현장이다.

특히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의 공장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일은 지난 2014년 10월에도 있었다. 당시 신축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철재가 떨어져 노동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한 노동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최근 이와 관련해서 노동부 전주지청장을 만났지만,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만 받았다”면서 “건설 현장에 노조 등을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선임하여 참관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지만 법적 문제로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플랜트노조는 “안전시설 설치 및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게 신속히 처리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로 사고가 있기 한 달 전에 노동부 전주지청에 제출한 진정서의 끝을 맺었다. 진정서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

한편, 공사를 맡고 있는 업체의 공사현장 책임자는 “노동부 조사가 진행 중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인터뷰 및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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