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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한점 부끄럼 없다는 LG유플러스 콜센터의 체불 임금 논란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의 거짓말과 검찰의 무혐의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4.25 19:10

“급여 부분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지급한 것을 자신합니다.”

지난 3월 7일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엘비휴넷)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일하는 만큼 급여를 받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엘비휴넷은 한 달이 지난 현재 사법처리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관련 기사 -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의 실적 압박>

최근 노동부 전주지청은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를 상대로 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실습생들이 근무가 끝나고 연장근로를 했지만 연장수당을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점 부끄럼 없다는 엘비휴넷의 거짓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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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지난 1월 자살했다. 노동계는 이 죽음은 회사의 실적 압박에 있다며 회사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엘비휴넷의 거짓말, “2년 전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근거가 됐다”

노동부 전주지청은 엘비휴넷이 현장실습생의 연장근로 수당을 일부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고객센터 내 상담사들의 연장근로 과정에서 위법(수당 미지급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노동부 전주지청은 상담사들이 상품 판매 등을 위해 수행한 연장근로에 대한 유권해석을 노동부에 의뢰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씨를 비롯해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이 지속적으로 시달렸던 여러 실적 평가 중 가장 비중이 컸던 것이 상품 판매 실적이었다.

팀 단위로 할당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상담사들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전화 영업을 해야 했다. 참소리가 만난 전직 상담사는 “(실적이 낮으면) 은따와 같은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일을 잘하는 선임 등에게 눈치를 받았고, 군대와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적이 나쁘면 근무시간이 끝나고 교육을 받아야 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노동부 전주지청이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에 대해 “이 유권해석은 LG유플러스 고객센터 뿐만 아니라 상품판매 노동을 하는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것이어서 재벌 편들기 수단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당시 자발적인 연장근로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혐의 없음이라는 검찰의 판단이 나온바 있다”면서 “자료를 보강해서 노동부에 요청했다”고 유권해석을 맡긴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검찰의 판단은 엘비휴넷의 거짓말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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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두 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10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 전주지청으로부터 기소된 구본완 엘비휴넷 회장을 증거 불충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에 앞서 노동부 전주지청은 엘비휴넷이 연장수당 2245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올린 바 있다.

“문제는 과도한 상품판매인데,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를 하는 고객들에게 전화, IPTV, 맘카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 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하지 못합니다.

수많은 인력의 노동착취와 정상적인 금액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규 근무시간은 9시부터 18시입니다. 허나 상담직원들의 평균 퇴근시간은 19시 30분~20시...늦게는 22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가 근무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나 절대 지급하는 일이 없습니다” <고 이문수씨의 유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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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근무한 고 이문수씨가 부당한 노동실태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의 유서.

고 이문수씨는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민원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10월 자살했다. 노동부는 이씨의 남긴 유서를 토대로 조사에 들어갔고, 상당수의 연장 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관련 기사 - "LG유플러스 부당 노동, 퇴직자는 인정! 회사는 부인!">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부정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엘비휴넷이 상담사들의 자살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에 근거가 됐다.

“(고 이문수 팀장이) 세이브부서에서 일한 것도 아니고 자기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 대한 내용을 적은 것이었다. 그리고 노동부 인지사건으로 당시 조사되고 파악된 적은 있었지만 자살의 직접 원인이었기에 조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 조사 또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3월 7일 엘비휴넷 기자회견 중 회사 관계자의 발언>

“자발적 상품판매, 연장근로가 아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떤 판단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일까? 이 결정은 최근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검찰의 판단은 최근에서야 공개됐다. 검찰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근무시간 이후 LG유플러스로부터 휴대폰 등 가입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통화하는 경우가 있어 위 녹취 뷰어 통화기록만으로 근로자들이 연장근로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본 건의 피의사실 금액은 녹취뷰어상 개인별 콜 현황을 근거로 산정했으나(예를 들어 19시 20분에 마지막 통화를 했을 경우 1시간 20분을 연장근로 시간으로 간주) 실제 근로자들이 통화한 시간은 일별 수 십 분에 그치고 있다”

줄여서 설명하면 검찰은 상담사들의 상품 판매를 위한 연장 근로는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상담사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봤다. 그래서 근로시간 이후의 상품 판매 행위를 연장근로라고 본 노동부 전주지청의 판단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상담사 390명이 연장근로 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는 취지의 사실 확인서를 작성한 것도 검찰의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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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 앞 버스정류장은 고 홍수연씨에게 남긴 추모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대법원 판례, 뒤집은 검찰...노동계의 반발”

검찰의 이와 같은 판단이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상품 판매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성과급의 임금 성격을 부정한다는 의미로 이는 퇴직금 등 각종 급여 산정 시에도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은 검찰의 판단 자체가 대법원의 판례를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률원은 “상품 판매 실적에 따른 성과급의 경우에도 사전에 지급 기준이 정해져 있으며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었다면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한 수입차 판매 업체의 퇴직금 산정 과정에서 인센티브가 평균 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에서 “지급 규정이 있고 지급 시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해왔기에 <중략> 회사에 대하여 제공하는 근로의 일부라 볼 수 있고,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률원은 엘비휴넷 사례도 “직원들이 매달 달성해야 할 목표를 결정할 수 없고 엘비휴넷이 직권으로 매달 달성해야 할 목표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신규고객 유치 및 해지 방어 업무는 엘비휴넷 직원들이 수행해야 하는 주요한 업무로 고객사 프로모션 수당 등의 인센티브는 엘비휴넷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근로시간이 초과해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남아서 일을 하는데, 자발적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상 업무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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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상담사들의 상품 판매를 위한 콜이 LG유플러스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것이기에 연장 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의 상품판매 실적은 원청과 하청 모두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카드 뉴스 중에서> 

“단 한명과 인터뷰를 했더라도 밝힐 수 있는 문제인데”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노동부 전주지청이 의뢰한 유권해석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강문식 교선부장은 “당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고 회사가 처벌을 받았다면 전주 고객센터에서 노동자가 자살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노총 법률원 조혜진 변호사는 “단순히 콜을 받았던 것과 함께 업무실적이 남아서 교육을 받은 것도 조사가 이뤄져야 했는데, (검찰 및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고려가 안 된 것 같다”면서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연장노동 문제는) 구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기에 다른 상담사 조사 등 정밀 조사가 있었다면 충분히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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