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노동/경제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의 실적 압박

"과도한 실적 관리는 일터를 닭장으로 만들었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3.15 10:05

“저희 회사는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만큼 급여를 받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LB휴넷)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고3 현장실습생 홍아무개(19)씨의 죽음이 감정노동, 업무 스트레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시민사회의 대응이 분주해지자 LB휴넷은 서둘러 대응하는 모양새였다.

일하는 만큼 급여를 받고 열심히 일 한다는 말로 근무 조건을 설명한 LB휴넷. 고3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어쩌면 일하는 자유가 보장된 것처럼 들리는 LB휴넷 측의 말 속에 감춰진 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이 현장을 선의로 포장된 지옥은 아니었는지 반문하기도 한다. 참소리는 지금부터 ‘선의로 포장된’ 그 지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바로 ‘실적 압박’이다. 

“팀에 할당된 실적, 언제나 벅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LB휴넷이 밝힌 콜센터 상담사 평균 근속은 2년이었다. 이들의 기본급은 135만원. 죽은 홍씨와 LB휴넷이 맺은 근로계약서를 보면 입사 7개월차 이후 상담사의 기본급은 134만 5천원이었다. 이 센터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오래 일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회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상담사들의 임금 구조가 인센티브 중심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많게는 700~800만원도 받는다”면서 상담사들이 평균 약 270만원 정도 받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상담사들의 임금 50% 이상이 인센티브로 구성된 것. 연봉제로 알려진 상담사들을 관리하는 팀장들의 임금도 해당 팀의 실적에 무게를 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센티브의 바탕이 되는 실적은 위에서부터 압박이 되어 상담사들에게 돌아왔다.

현재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팀에 할당되는 실적이) 항상 벅찼다. 팀에서 상품 판매 등을 잘하는 사람들이 팀 실적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뿐”이라면서 “개인으로 따지면 항상 실적은 벅찼다”고 말했다. 회사가 강조한 월 700만원을 받는 상담사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고 A씨는 강조했다.

목표.jpg

<사진 설명 : LG유플러스 00고객센터 상담사가 받은 순위표 중 일부. 사진 하단에 팀의 실적 목표를 팀장은 팀원에게 분배하고 관리한다. - 프레시안 제공>

지난해 세이브팀에서 근무하다 최근 그만둔 B씨도 “해지를 하려고 전화를 하는 사람은 솔직히 해지를 하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인데 거기다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며 실적에 대한 고충 털어놨다. 고3 현장실습생 홍씨도 몸 담았던 세이브팀은 고객의 변심을 돌려야 하는 부서이다. 회사는 부정하지만, 감정 노동의 강도가 타 부서보다 높다는 상담사들의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이브팀은 상품 판매와 함께 해지율도 중요한 실적 중 하나다. 전직 상담사 B씨는 해지율이 20% 수준이었다고 한다. 10명의 해지 고객 중 8명의 마음을 돌린다는 것. 그러나 B씨의 해지율은 근무기간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다. B씨 따르면 상위권에 있는 상담사들은 해지율이 1% 수준이었다. B씨의 해지율 실적은 타 상담사들과 비교가 되면 나쁜 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실적을 통해 등급 매겨, 빈부격차와 무한경쟁 시스템”

또한 실적은 매일매일 수치화되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각 상담사들의 실적은 그 통계를 바탕으로 본인의 계급이 된다. 통계화된 기록은 많은 상담사들이 볼 수 있도록 공지된다.

최근 논란이 되면서 현재는 공지게시판에서 자취를 감춘 성적표. 상담사들은 본인의 성적 뿐 아니라 동료의 성적까지 그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매겨진 성적표는 상담사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됐다. 등급을 매기는 점수 평가는 팀장에 의해 작성되며 평가 항목의 상당수가 상품 판매와 같은 실적과 관련되어 있다.

상담사 A씨는 “특별히 내색은 하지 않지만 등급별로 친하게 지낸다”면서 “겉으로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라도 등급이 낮으면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리고 하위권에 있는 친구들에 대해 ‘곧 그만두겠구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상담사 B씨는 “사실상 ‘은따’와 같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라면서 “일을 잘하는 선임 등에게 눈치를 받기도 한다. 군대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씨가 일한 세이브팀은 공식적으로 업무가 끝나고 교육이 진행되기도 했다. B씨는 “재약정과 해지 방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다”면서 “교육 과정에서 ‘너희가 실적만 잘 내면 칼퇴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교육은 팀장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말했다.

참소리가 만난 전직 팀장 D씨는 “(실적이 나쁜 상담사는) 퇴근을 시키지 않고 계속 콜을 듣게 하는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D씨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먼저 퇴근하고 상담사가 회사 내에 있는지 영상 통화 등으로 부진한 상담사를 회사에 붙잡아 놓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해지 방어를 잘하는 상담사의 콜을 손 글씨로 써내려가는 일명 ‘깜지’도 써내게 했다. 홍씨도 깜지를 썼다는 증언을 친구들이 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홍씨의 경우 수습 기간 동안 3등급(실습생들로만 등급을 매김)을 차지하는 등 상위권이었지만 실습 기간을 벗기 시작한 후부터는 기존의 상담사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서 9등급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순위가 곤두박질치면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씨의 부모와 친구들은 홍씨가 수습을 마친 12월부터 부쩍 짜증이 늘고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사진 문자.jpg

<사진 설명 - 홍씨가 콜 수를 채우지 못해서 퇴근이 늦는다며 아빠에게 보낸 문자. 프레시안 제공>

“전국 5개 고객센터 하루 단위로 실적 평가, 실적 위해 삶을 불태웠다”

실적에 따른 순위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참소리가 입수한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 1일 공지 표를 살펴보면 전국 5개 고객센터의 성적이 하루 단위로 순위가 매겨졌다. 전날 실적이 순위로 매겨지고 다음 날 공지됐다. 센터의 실적 순위는 각 센터의 운영비에 영향을 준다.

실적은 정교하게 관리됐다. 각 센터별 순위는 인터넷 가접수, 재약정, 정도위배 등 총 7개 지표 별로 따로 매겼다. 결국 모든 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않는 한 매일매일 순위와 실적에 따른 압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 매일 매일 바뀌는 이 공지에는 ‘불태웁시다. 분발합시다. 집중합시다.’ 등 실적을 독려하는 말들로 채워졌다. 회사는 압박이라고 보지 않지만 이미 상담사들은 이런 독려 자체가 압박이었다.

이와 같은 팀 혹은 센터 실적을 높이기 위한 실적 압박은 실적이 좋지 못한 동료 상담사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상담사 A씨는 “팀 단위로 목표치가 나오기 때문에 내 실적이 좋아 돈을 잘 벌더라도 팀의 실적이 나쁘면 남아야 했다”면서 “난 (TV 등 상품을) 잘 팔았는데 못 판 동료 때문에 집에도 못 간다고 하면 과연 그 실적이 좋지 못한 이들이 좋게 보이겠나?”고 말했다.

해지 등록률.jpg

<사진 제공 - 자살한 현장실습생 홍씨의 사무실 출입구에 놓인 해지등록률 순위표. 상담사들은 이와 같이 사무실 곳곳에서 자신 및 팀, 센터의 실적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적은 다양한 방식으로 복잡하게 계산하며 이와 같은 순위는 인센티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 프레시안 제공>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실적을 내기 위한 조직 관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일명 레드, 블루1, 블루2로 나눠 상담사들을 분류했다. 그리고 전국 5개 고객센터의 레드팀 순위에 따라 블루1과 블루2의 실적 급여를 차등 지급했다.

예를 들면 전주센터의 레드팀이 5개 센터 중 1~2위를 차지했다면 6명을 배정할 수 있는 1등급을 레드팀원만이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전주센터의 레드팀이 4~5위를 차지했다면 레드팀원은 5명을 배정받고 블루팀에서 1등급 1명을 배정받게 된다. 

상품 판매 실적이 높은 이들로 구성된 레드팀의 실적이 좋으면 같은 센터의 블루팀 상담사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만드는 구조다. 철저히 실적에 따라 구별하는 구조였다. 

실적 급여로 명명된 인센티브(프로모션 등 인센티브 종류는 이 밖에도 더 있다)는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1등급은 70만원을 받고 9등급은 4만원을 받는다. 죽은 홍씨는 지난 1월 4만원을 받았다.

“닭장 같은 고객센터,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

전주비정규직네트워크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성과 중심의 급여가 임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직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는 성과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성과급 중심의 업무 환경은 실적압박에 상담사들을 시달리게 만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실적에 의해 조직된 구조. 상담사에게 그곳은 마치 ‘닭장’이었다. 전직 팀장 D씨는 “모니터에 상담사 개개인의 동향이 다 파악이 된다”면서 “상담사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허락을 맡아야 했다”고 말했다. 정해진 실적, 타 센터에 비해 실적이 좋아야 한다는 무한 경쟁의 시스템은 상담사의 생리 현상마저 통제했다.

참소리가 지난 1주일 동안 만난 전·현직 상담사들은 공통적으로 ‘본사’에서 실적 등 지시 사항이 내려온다고 답했다. 그들이 말한 ‘본사’는 LB휴넷이 아닌 LG유플러스였다. LB휴넷은 LG그룹 창업주의 직계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다. 

한편,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실적이 강조되면서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상담사들은 “고객센터가 아니라 판매센터였다”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