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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이언주 의원 발언,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에게 모멸감을 줬다"

국민의당 전북도당 찾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7.11 22:08

“지금 당장 사퇴하라! 이언주 의원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11일 오후 4시 30분,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국민의당 전북도당 사무실에서는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가 들려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 소속 노동자들이 사무실을 찾아온 것.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급식 노동자를 비롯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한 노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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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언주 의원은 한 언론(SBS)과 전화 통화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미친X들”이라고 표현하여 논란이 됐다. 이 전화 통화에서 이언주 의원은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것이 아니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라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폄하하기도 했다.

명민경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장은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노동자들을 대표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일에 대한 자존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노동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합니다. 모든 노동은 세상을 숨 쉬고 움직이게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은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미친X라고 비난 받아도 될 이들도 아닙니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 세상에 알려지고 몇 일간 잠을 자지 못했다는 명 지부장의 말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조했다.

한 노동자는 자신이 국민의당 지지지라고 밝히며, “오늘도 땀 흘려가며 일을 했는데, 그 발언에 대해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고 너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요즘 학부형들도 이 의원처럼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노동자들을 즉석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언주 의원은 여성노동자들과 일선 노동 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땀 흘리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들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한 노동자들을 ‘나쁜 사람’ 취급했다. 저임금과 차별, 고용불안, 골병드는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미친X’ 취급했다.”

“교육분야를 포함한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특징을 무시한 채, 부가가치와 생산성의 잣대로만 공공부문을 평가하여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모욕하였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인건비로 책정되지 않고 급식비, 학교운영비 등 사업비와 운영비 속에 임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사람(노동자) 취급도 못 받는 문제점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생들의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원인인 것처럼 현실을 매도하였습니다.”

지난해 7월 교육부의 고위 관료는 민중을 ‘개⦁돼지’로 비하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공무원의 파면으로 일단락이 된 당시 논란에서 시민들은 신분차별 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분노했다. 국민의당 전북도당을 찾은 노동자들은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 그보다 덜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을 무시하고, 여성과 노동자들을 비하하고 천박한 막말을 일삼는 국회의원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로 자격이 없다.”

교육부 고위 관료처럼 국민의당이 나서서 이언주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방문에 국민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본인도 학부모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약 48시간이 지났지만 전북도당은 논평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날도 노동자들은 전북도당의 입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인 관계자는 “중앙당에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는 말과 함께 “앉으셔서 차 한자 하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국민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해당의원(이언주 의원)의 사과도 있었고 아마 당 차원에서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겠나”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달랬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과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속대책이 없다면 그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일 오전까지 전북도당의 입장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입장이 없다면 또 올 것”이라며 전북도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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