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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성발전연구원과 전북여성노동자회가 지난 2002년 12월에 실시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수준은 약 87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전국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182만원(2001년 기준)에 비해 1/2수준의 저임금 구조에 묶여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지역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은 상여금, 퇴직금 등을 포함해서 가장 높은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노동자도 월 7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동종업계 최고(?) 임금수준이라는 전북대학교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2003년 임금은 기본급 63만 5천원, 상여금 100%, 총 70만원 수준이다. 작년 원광대병원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은 기본급 52만 5천원이었고 전북대병원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월 55만원을 받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임금인상을 한 전북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한 아주머니들 임금이 이러할진대,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더욱 낮은 것이리라.

이쯤되면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렇게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청소라는 직종에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몰려 있다.

왜 각종 건물을 청소하는 직업이 이 사회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직종이 되었을까? 왜 이 직종에 못 배우고 나이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몰려 있을까? 이 의문이 언제부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우리 아주머니들 말씀 속에 이미 다 들어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이 임금으로 일 할려고 안혀"
"젊은 사람들은 하루 일해보고 그냥 가버려! 너무 힘등게.."
그렇다!!!
임금이 너무 낮아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청소업무는 고령의 여성 노동자 몫이 되었다.

-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자료 中 인용


사용자들이 꿈꾸는 고용형태 "간접고용"

그런데 잘 살펴보면 고용형태가 모두 간접고용 - 용역직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이전과 다름없이 통제를 할 수 있으면서도 사용자 책임(노동조건에 대한 책임, 노동조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늘 꿈꿔오던 '의무는 없고 권리만 있는' 상태가 간접고용이라는 고용형태에 의해 현실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고용은 용역, 위탁, 도급, 분사, 아웃소싱, 소사장제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이라는 고용형태는 정규직 노조에게 '같은 회사 직원도 아닌데'라는 면죄부를 부여하기 때문에 정규직, 비정규직의 연대투쟁도 형성되기 어렵다. 자본의 입장에선 노동자의 집단적 저항과 연대를 막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처음부터, 가장 오랫동안, 가장 광폭한 간접고용화를 겪어 온 게 바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다. 90년대 이전 공공부문, 빌딩, 아파트, 대학 등의 청소노동자는 대부분 직고용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청소업무가 용역직으로 전환했다. 전북대학교만 하더라도 기성회직(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있고 용역직 청소노동자도 함께 존재하는데, 용역직은 이제 7년정도 되었다.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과 착취

용역 전환이라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청소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구조조정에서 한 발 더 나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청소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치없는 노동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왜 청소 업무가 구조조정의 1순위 대상이 되었는가? 왜 청소 업무는 여성의 노동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고자 할 때 비로소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를 압박하는 구조적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청소 업무에 여성이 몰리는가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체로 저임금 노동에 몰리는 게 현실이다.

"2001년 하반기 여성 취업자가 전년도에 비해 33.2% 증가했고 기혼여성 취업자는 43.9%나 증가했다 그러나 구체적 취업 상황을 보면 단순노무직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중에서도 건설 노무자, 청소원으로의 취업이 가장 높다. 여전히 여성 취업자의 47.2%가 남녀 전체 임금의 하위 25%수준인 월 70만원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70만원 미만의 비중이 높아져 최근의 고용증가가 저임금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 한 언론보도에서 인용

이렇듯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 직종에 취업하도록 강제당하고 있다.

왜 여성들은 저임금 직종으로 몰리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족 임금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남성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이다. 남성이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허구적인 가족임금 이데올로기는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한다. 남성이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은 곧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부업에 불과하다'는 인식과 연결된다. 그래서 정규직 일자리, 고임금 일자리는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남성에게 돌아가며 여성 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누구를 먼저 해고할 것인가, 어느 업무를 먼저 비정규직화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 때 자본은 '가장이 아닌 여성이 먼저 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손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농협의 사내부부 여성노동자 해고이다)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 또한 당장의 어려움을 면키 위해 자본의 논리에 쉽게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들이 가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에 몰릴 수 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실업자로, 실업자에서 비공식부문 노동자로 바뀌는 것처럼 여성노동자는 취업과 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불안정한 상태이다. 게다가 중장년의 기혼 여성들은 연령이 높을수록 취업 기회가 줄어든다.

일단 35세가 넘으면 단순직 이외에는 취업하기가 어렵다. 40세가 되면 학력도 자격증도 하등 소용이 없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50대 이상, 저학력의 중장년 여성들의 경우는 특히 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일거리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담당해 왔던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놓인 청소나 식당 일이다.

불행한 악순환

청소 노동은 '여자나 하는 노동'으로 치부되면서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된다. 이렇게 평가절하된 저임금 노동일수록 여성 노동자들이 몰리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청소 업무는 저임금 업종이자 여성업종으로 굳어진다. 여성 노동자들이 몰리는 여성업종이 될수록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을 더 열악해진다. 여성 집중 업종이라 해서 여성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일을 함에도 남성 청소 노동자와 여성 사이에 5만원에서 15만원에 이르는 임금 차별이 있다.

전북대학교에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와 같이 아주 똑같은 청소업무를 하는 남성노동자가 한명있다. 다른 남성노동자들은 외곽청소를 맡아 리어커를 끌거나 쓰레기를 옮기는데 이 아저씨는 아주머니들과 같이 강의실 청소를 한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노조에 항의를 해왔다. 그전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임금을 더 받았는데 노조가 투쟁을 하고 임금이 인상되면서 자신의 임금이 아주머니들과 같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노조는 남녀고용평등법을 들먹이면서 이해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아저씨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법으로라도 하겠다"며 가셨다. 이 아저씨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사회적인 인식이 뿌리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여성집중 업무임에도 반장이나 소장같은 관리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이렇듯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는 단지 용역업체 소속의 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상의 문제만은 아니라. 여성 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 절하와 여성노동 착취가 중요한 원인인 것이다.

노동 자체가 자랑스러운 사회가 되길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임금인상 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내가 어느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떳떳히 말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자신감 있게 생활할수 있게 되었다는 우리 아주머니들.

정읍에서 태어나 10대에 돈벌러 서울로 올라간 소녀가 있다. 그 엄혹한 시절에 공장에 노조가 결성되고 자기는 막내라서 언니들 따라다니기만 했다고... 원풍모방노동조합... 그때 그시절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자기는 한번도 안 나갔었다고, 근데 이제는 나도 떳떳히 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나도 노동조합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 전북대병원 미화현장위원회 수석현장위원 김오순


한 아주머니가 자랑을 하신다. "우리아들이 뭔 고시에 1차 합격했는디..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했다고...고생도 멀지 않았다고" 50만원 받아서 키운 자식이 이렇게 잘 컸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아주머니.

당신의 노동이 그것 자체로 자랑스런 사회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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