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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55세가 넘으면 계약해지라니..."

최인화( 1) 2003.02.10 15:26 추천:3

12일 낮 익산 원광의료원 앞에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대열을 지어 앉은 약 50여명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구호를 외쳤다. "계약해지 철회하고 고용안정 쟁취하자!"

원광의료원에서 비정규직으로 환경미화, 세탁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얼마전 용역회사인 두승산업(환경미화)과 유일산업으로부터 난데없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1년에 한번씩 계약을 하는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전원을 1년이 되는 오는 28일 전원 계약해지하겠다는 통보를 집집마다 등기로 받은 것이었다. 7년에서 많게는 15년이 넘게 새벽부터 출근해 궂은 일을 맡아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과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바쳐 일해왔던 노동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반절 이상 연령제한으로 계약혜지, 환경미화 노동자

▲박명자 원대의료원 미화 현장위원
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해 있던 환경미화 노동조합이 항의하자 업체 측은 단체협상안으로 '고용연령은 만 55세 미만으로 한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제출했다.

평균연령은 50대, 최고령자는 67세로 그동안 고용연령의 제한없이 일해왔고 연령제한에 관한 내규도 없었다는게 노동자들의 설명.

"55세로 연령을 제한하면 계약해지 되어야 할 사람이 20명이에요. 환경미화 조합원이 총 38명인데 반절이 넘게 해고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요즘 이 일만 생각하면 불안하고 치가 떨려서 잠을 못잔다니까요. 아이들 학비 문제에 생계를 꾸릴 생각까지 하면... 이건 '간접살인'이예요! 간접살인!!"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박명자 원대의료원 미화현장위원의 이야기다.

전원 계약해지에 절망하는 세탁노동자

더 심각한 건 세탁 노동자 20명이다. 원대 병원측에서 병원 경영상의 이유로 용역회사인 유일산업과 계약을 해지하고 아예 세탁전문 공장에 외주를 줄 의사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용역회사와의 계약 자체가 해지된다면 세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받을 길은 암담해질 뿐이다.

사태해결의 지름길은 원청회사 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보장하는 것


전북지역 일반노조의 한 관계자는 고용연령에 대한 제한은 법적인 규정이 없다면 회사 내규로 정해져야 하는데 이 때에는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원청회사인 병원에서 용역회사인 두승, 유일 산업과 계약을 맺을 때 '미화.세탁 용역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항목만 넣는다면 용역회사 마음대로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대화의 창구마저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이 원광의료원 법인재단을 찾아가 사태해결을 요청했지만 재단이 직접 관여할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14일 원대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두승 용역회사 측과 연령제한 계약해지에 관해 다시 단체협상을 가질 예정이지만 시종일관 귀를 닫았던 사측이 협상에서 좋은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전 조합원이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탄원서명운동도 벌이고 사측이 대화의 여지가 없을 경우 파업 돌입 등 해볼 수 있는 투쟁은 다 계획하고 있다.

나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해 시작은 또 이렇게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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