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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천 364명, 도시철도 1천 540명, 대구지하철 1천 301명, 인천지하철 206명이 '공기업 경영합리화'라는 미명으로 감축되었다. 역당 평균 근무 인원은 3명으로, 이 인원으로 한 역의 매표와 안전관리를 모두 담당할 수 없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대구, 인천, 부산 지하철, 도시철도 5-8호선, 인천, 부산지하철은 기관사 1명만이 한 열차의 유일한 승무원으로, 단 한명의 승무원이 운행, 사령, 통신, 승객 안전조치, 출입문 단속을 해야 한다. 혹시라도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한 명의 기관사는 지금 당장 달려가서 불을 꺼야할지, 사령실에 사건을 알려야 할지,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할지 택일해야 한다.

지난 5년간 8천명의 현장인력을 감축한 철도는 선로감시원을 따로 둘 수 없어 선로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철도 접촉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올해 들어 12명의 철도노동자가, 그리고 매년 30-40여명의 철도노동자가 열차 접촉사고와 과로로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철도청은 이에 아랑곳없이 "1인 승무제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조차 확보할 수 없는 인력감축의 문제는 몇 년간 쌓이고 쌓여 호남선 선로에서 철도 외주노동자 7명의 목숨을, 대구지하철에서 2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정부는 이번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역무원, 기관사 등을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혐의 등을 내세워 긴급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공사, 철도청, 정부의 지나친 인력감축과 역업무 민간위탁 등 외주용역확대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부산지하철, 서울도시철도, 서울, 인천지하철, 전국철도노조 등 전국궤도부문노동조합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용과 효율에서 안전과 공공성으로의 정책전환 △안전시설 투자 등 정부가 책임지는 대책 마련 △2인 승무, 지나친 외주화 중단 등 현실적인 안전대책 마련 △노동조합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하철(철도) 안전대책 수립을 위한 기구 설립 등을 요구했다.

궤도부문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지 비용절감을 위해 지하철 승무원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고, 안전을 감시하던 역무원은 표팔기에도 정신없으며, 안전 시설 관리자마저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며 "△2인 승무, 역내 필수 인력 확보 △외주화 중단 △안전관련 설비 개선 △철도 안전 및 사고대응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 홍보" 등 현실적인 안전마련대책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서를 통해 "기관사 혼자 열차 운행, 사령과 통신, 승객 안전조치, 출입문 단속을 해야 하는 1인승무제로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에 가장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으로 떠오른 기관사 1인 승무제를 꼭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한 "호남선 보수 중 일곱명의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죽은 일도 경제논리로 철도인력을 대폭 줄이고 보수업무를 모두 외주로 돌린 일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구조조정을 내세워 승객의 안전과 노동자의 목숨을 소홀히 해온 잘못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 한 안전불감증을 실제로 떨쳐내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연맹은 "기관사 등 개인으로 인해 엄청난 사고가 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한 명의 기관사가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사건을 신이 아닌 이상 판단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명의 기관사가 수백명의 인명을 책임지고 지하철 운행을 한다면 현재와 같은 사건은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연맹은 또한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인간중심이 아니라 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기관사 한 명이 운전하는 일도 버거운데 이외에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또하나의 마녀식 재판이 될 것이며 진정한 사고 방지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 사망자 가운데는 여성노조연맹 산하 대구지하철 청소용역노조 조합원 3명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7월 노조를 만들고 나서야 9월부터 오르는 최저임금을 받았고, 1년이 넘어도 못받던 퇴직금도 올해부터 받게 된 이들은 휴식시간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일을 하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4명의 조합원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노조는 "정부와 대구시는 승객안전 확보와 공공성 강화의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적자문제를 내세우며 경영효율과 일방적 지침에 의한 통제로 일관하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며 "조속한 사태수습과 재발방지를 위해 앞장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건강한 노동세상은 15일 호남선 사고에 대해 '철도청과 정부는 살인극을 멈춰라'는 성명서를 내고 "△무분별한 외주 중단, 현장인원 즉각 확충 △현장작업자에 대한 안전시설, 장비, 정보 즉각 제공 △무분별한 공기업의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건강한노동세상은 "올해 들어 벌써 12명의 철도노동자가 사망하였으며, 매년 30-40명 이상의 철도노동자가 유사한 형태의 참사로 목숨을 잃고 있다"며 "이러한 철도노동자들의 사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계속적으로 그 심각성과 사망자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한노동세상은 또한 "선로작업시 열차의 운행을 확인 감시하게 되어있는 열차감시원이 무분별한 인력감축으로 없는 상태로 최소한의 필수인력과 안전장비 및 시설이 전무하다"며 "열악한 외주업체의 경영상황과 무리한 철도청의 작업요구는 결국 외주작업자들을 정상적작업시간보다 2시간이나 앞서 깜깜한 철로로 내몰았으며, 작업자들은 안전시설도, 장비도, 그리고 열차의 운행정보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권운동사랑방은 논평을 통해 "수천 수백의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열차를 승무원 한 명이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 또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나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는 예정된 비극이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눈을 감은 자본과 정부의 이윤추구는 수백 명의 참사를 낳는 인재를 면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또한 "이번 참사를 접하는 일부 사람들의 공포와 분노의 화살이 '장애인 집단'을 겨냥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많은 언론들이 이번 참사를 '정신질환자, 장애인의 삐딱한 복수심에서 기인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로 부각시켜 이러한 '비틀림'을 더욱 부추겼다"고 우려했다.


- 기사출처 : 참세상 뉴스 ( http://cast.jinb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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