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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마킬라도라'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이 말은 원래 외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서 조립한 뒤에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멕시코의 조립가공산업을 뜻하는 말인데,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에서 하청을 받아 물건을 생산하는 하청산업을 '마킬라도라'라고 부릅니다.

최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있는 하청공장에서의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해 온, 캐나다에 본부를 둔 <마킬라도라 연대 네트워크(Maquiladora Solidariy Network, MSN)>라는 단체에서는 네티즌과 소비자들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서 하청기업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을 뽑아 '올해의 노동착취기업(Sweatshop Retailer of the Year)'에게 주는 이른바 "국민의 선택 상(People's Choice Award)"을 수여한다고 합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 상은 연말에 그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결과와는 별도로 1월 15일까지 들어온 네티즌과 소비자들의 투표 결과를 통해 1월 16일날 수상 기업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현재 후보로 올라와 있는 기업들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디즈니(Disney)', '갭(GAP)', '나이키(Nike)', '월-마트(Wal-Mart)' , 그리고 캐나다의 '허드슨즈 베이 컴퍼니(Hudson's Bay Company)'등 다섯 개 기업입니다.

장시간노동, 저임금, 노동자 폭행 등의 공통점

자, 그러면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만한 쟁쟁한 기업들이 왜 수상후보에 올랐는지 잠깐 살펴보도록 하죠.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 수많은 하청생산공장들을 두고 있는데, 문제는 하청공장들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폭행, 노조 탄압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옷을 만드는 방글라데시 샤 마크둠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은 하루 14∼15시간씩, 일주일에 꼬박 7일을 강제로 일을 해야 합니다. 이들은 출산수당도 제대로 못 받고, 때로는 관리자들의 육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해서 그들이 받는 돈은 18달러짜리 셔츠 한 벌당 5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후보에 오른 다른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이 오더(order)를 준 하청기업에서 위와 같은 노동착취의 사례가 드러날 경우에 나타나는 원청기업들의 대응방식입니다. 현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권침해를 외부에 알려서 문제가 불거지면, 원청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취하기보다는 하청공장에게 주던 오더를 끊어 버리고 다른 공장에 하청을 주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cut and run)' 방식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굳이 문제가 생긴 공장에 오더를 줘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느니, 하청공장은 세계 어디에나 많으니까 다른 곳에다 일감을 맡기겠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공장이 문을 닫게 되니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이는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동착취를 고발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못 하게 막는 결과를 낳게 되는 거죠.

또한 이는 노동착취가 제3세계 국가들의 생산현장에서 보편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사실 현지 공장에서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노동조합 불인정 등은 원청기업들이 낮은 생산비용으로 빠른 시일 내에 물건을 생산하도록 하청기업에게 강요하는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원청기업들이 하청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하청기업에게 떠넘기게 되면, 새롭게 하청을 받은 기업은 오더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노조를 못 만들게 하고 그러는 겁니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죠.

참고로 <마킬라도라 연대 네트워크(MSN)>와 세계적인 구호단체인 <옥스팜> 캐나다지부가 공동으로 후원하는 '올해의 노동착취기업' 상은 첫 해인 2000년에는 '월-마트', 그 다음 해에는 '디즈니'가 받았고, 온라인투표를 거치지 않고 MSN 측이 자체선정해서 작년 12월 19일날 발표한 2002년 '올해의 노동착취기업'에는 '허드슨즈 베이 컴퍼니'와 '월-마트'가 공동으로 뽑혔습니다.

특히 이 단체 대변인인 밥 제프콧(Bob Jeffcott)에 따르면 해마다 수상후보에 오르는 '월-마트'의 경우는 제3세계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노조 대표자들을 수시로 협박하고 괴롭힌 혐의로 미 연방노동위원회로부터 고발까지 됐으며, '월-마트'의 의류를 만드는 하청공장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레소토(Lesotho)에만도 20여개가 넘게 있는데, 이들 대부분에서 과도한 잔업, 저임금, 폭력, 알몸수색, 노조결성의 자유 침해와 같은 심각한 불법노동착취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심있는 청취자들은 이 단체의 홈페이지, www.maquilasolidariy.org에 접속하시면 온라인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나이키', '디즈니'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의 노동인권침해 사례를 담은 여러 해외단체들의 보고서와 기사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CBS 라디오 '변상욱의 시사터치'의 '지구촌표정' 코너를 통해 국제민주연대에서 방송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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