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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언론 적폐 김장겸 사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길을 걷고 있다"

[인터뷰] 공영방송 쟁취 파업 시작한, 전주 MBC노조 고차원 지부장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9.04 18:23

지상파방송 MBC 책임자는 숨었고, 구성원들은 세상에 자신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4일 자정을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의 언론 적폐를 청산하고 언론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총력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KBS도 4일 오후 출정식 등을 시작으로 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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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전주 MBC 노조는 파업 출정식을 갖고, 서울로 올라가 투쟁을 시작했다. 전주 MBC노조 제공>

지난 1일부터 돌연 자취를 감춘 MBC 김장겸 사장은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이 어떠한 경우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강조하며 4일 새벽 MBC TV 주조정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 적폐의 중심으로 지목된 김장겸 사장은 내려올 마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그러나 언론노조 조합원들을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블랙리스트 시사 발언’, PD와 기자들을 스케이트장과 주차장 관리로 보내는 상식 밖의 인사 배치 등 이미 드러난 부당노동행위는 김 사장의 현재 상황을 ‘언론 탄압’과 등치 시키기 힘들게 만든다.

공영방송 회복과 김장겸 사장 퇴진을 외치며 시작된 MBC 구성원들의 파업은 꼭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6개 지역의 MBC 구성원들도 이번 파업의 당사자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전주지부 고차원 지부장을 지난 1일 만났다. 참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고 지부장은 “2010년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 있었던 첫 파업 이후, 지역 MBC는 자율성을 완전히 빼앗겼다”면서 “지역 MBC 사장은 그저 서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경영철학과 원리도 실종하면서 지역 MBC도 위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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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으로 반드시 MBC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각오를 밝힌 전주 MBC노조 고차원 지부장>

정권을 향한 나팔수, 정부의 견제와 감시가 실종된 뉴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인사 배치 등 MBC의 문제들은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 MBC들이 처한 현실은 세상에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지역 MBC 사장은 서울 MBC의 지침을 수행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권한도 내려놨다. 지역 MBC는 한정된 시간 자원 아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야 한다.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정 안정과 함께 종합적인 검토와 기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획은 즉흥적이었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공간으로 지역 MBC가 변화했다.

지역 MBC의 위기는 결코 MBC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위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 바로 시민들에게 전가됐다. 최승호 PD의 다큐 <공범자들>에서 언급된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가 바로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목포 MBC 기자들의 취재로 참사 당시 배 안에 수백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 MBC는 이 취재 사항을 무시했다. 현재 MBC노조가 퇴진을 외치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당시 보도국장이었다. 그리고 대전 MBC 이진숙 사장은 당시 보도본부장에 재직 중이었다.

“서울과 지역은 상호 신뢰와 존중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입니다. 서울의 기자가 목포 현지까지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취재를 하고 그 판단을 존중하면 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오보 참사는 목포 MBC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체제를 망각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지역 MBC 구성원들에게도 이번 파업을 중요하다. 지난 1일 저녁 전주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이자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노조 지부장이었던 김한광 앵커는 “대한민국의 공영 방송은 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지역방송 전주 MBC는 그 역할을 다 할 수 없었습니다. 포기할 수 없어서 다음 주부터 어쩌면 마지막이 될 공영방송 정상화 파업 투쟁에 나섭니다”라며 지역 뉴스에서는 이례적인 오프닝 멘트를 남기고 퇴장했다.

“이번 파업과도 같은 행동은 전주에서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파업 기간 전주 MBC에 남아서 업무를 보는 사람은 간부와 비조합원 뿐입니다. 조합원들은 일체 방송에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같은 협력 사업에도 조합원은 투입되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과 2012년 70일 전면 파업. 두 파업은 패배로 끝났다. 구성원들의 상처는 예상외로 컸다. 보직 변경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쫓겨나 이들도 있었다. 패배에 대한 자책도 상당했다. 그러나 패배를 딛고, 더 강도 높은 파업을 해야한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동의했다고 고 지부장은 강조했다. 그리고 그 힘은 지난 겨울 촛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든 시민들은 쇄락한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매체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부정한 권력을 끌어내린 시민들은 지금 공영방송 언론인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MBC를 빼앗긴 것도 우리고, 그것을 되찾아야 하는 일도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죠. 촛불 시민들이 마지막 싸움을 할 기회를 줬다면, 그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가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절박함이 지금 구성원들에게는 있습니다.”

MBC 김장겸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4월이다. 앞으로도 약 3년이 남았다. 물론 이 파업이 3년 투쟁을 바라보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꽤 오래 남은 기간, 과연 파업은 즉각 퇴진이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간부들에게도 현재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들의 자유라고 봅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을 앞두고 내려올 마음이 있었을까요? 퇴진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국민적 요구와 힘에 의해 이뤄진 것입니다. 김장겸 사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등이 막는다고 비켜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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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전주 MBC 사옥 앞 출정식에는 시민들도 함께했다. 사진 제공 - 전주 MBC노조>

4일부터 MBC 노조원들을 방송이 아닌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루마의 골든디스크>와 같이 아침을 열어줬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며, <뉴스데스크>로 하루를 정리해줬던 이들이다. 이제 그들은 이슈의 추적자가 아닌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그들의 바람은 공영방송 MBC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 지난 2012년 파업의 바람과 똑같다. 전주 MBC 노조는 그 바람에 하나를 더 했다. 바로 지역 MBC가 자기 자리를 찾는 것이다.

“서울 MBC 사장의 입맛에 맞게 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개혁해야 합니다. 그동안 좋은 낙하산과 나쁜 낙하산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그들은 지역 MBC의 대표 이사였지만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공모와 검증, 지역 사회의 수렴 장치를 마련해서 지역방송의 가장 적합한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파업 승리 결과였으면 합니다.”

4일 전주 MBC 사옥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서울 상경 투쟁에 나선 것으로 파업 1일차 일정을 소화한 전주 MBC 노조원들을 이제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시민들의 지지와 여러 제안이 들어온다며 앞으로 시민들을 만나기 위한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는 고차원 지부장.

적어도 공영방송 쟁취를 위해 3번째 파업에 나선 이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일지 모른다. 고 지부장의 말처럼 이들의 뒤에는 지난 겨울, 적폐 청산을 외친 촛불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시민들이 외친 적폐 중 언론 적폐, MBC는 바로 그 언론 적폐의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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