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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법원 구내식당 조리원 4대 보험료 체납

전주지방법원 구내식당 조리원 A씨, 지난 3월 계약만료 해고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4.12 16:20

전북 전주지방법원에서 위탁을 맡겨 운영하고 있는 구내식당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가 몇 개월째 체납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이를 제기하고 최저임금 준수 등을 요구한 노동자가 지난 3월 31일 ‘계약 만료’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주지방법원은 해당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전주지방법원 구내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A(41)씨는 지난해 말,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지난 8월께부터 국민연금이 체납되고 있다는 독촉 고지서로 공단 측에서 보낸 우편물. A씨는 곧바로 본사인 찬드림푸드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뒤 이유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왜 체납되었는지 모르겠어요.”

16.4%인상. 2018년 최저임금의 인상 폭이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인상된 최저임금은 A씨와 같은 구내식당 노동자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도 같다. 뉴스 등을 통해 인상 소식을 접한 A씨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신의 임금이 오를 것을 기대했다.

“한 번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 월급도 오르냐고 회사 측에 물은 적이 있어요. 알아서 잘 줄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받았어요. 그런데 정작 1월이 되니까 작년과 똑같이 임금이 지급이 되는 거예요.”

A씨는 즉각 문제를 제기했고 그러자 추가로 약 6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더는 회사를 믿을 수 없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월급 명세표를 요구했다. 상세 내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총액 157만원이 적힌 명세표를 받아냈다. 2018년 월 최저임금(일 8시간 기준)과 비슷한 금액이다. A씨는 지난해 4대 보험료 약 12만원이 공제된 것으로 여겨지는 임금 월 138만원을 받았다. 4대 보험료가 미납되었지만 말이다. 이는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저녁 7시에 퇴근하는 A씨에게 최저임금에 해당한다.(1시간 휴식에 9시간 노동)

하루 10시간을 법원 내 구내식당에서 보내는 A씨에게 회사 측이 지급한 2018년 월 임금 총액 157만원은 주 8시간 기준의 최저임금과 같은 임금이다. A씨의 의문은 커지기 시작했다.

“일을 언제부터 시작했는데 왜 지금 따지냐고 그러더라고요.”

현재 A씨는 무직이다. 지난 3월 사측으로부터 ‘3월 말일까지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4대보험료 미납, 최저임금 문제 등 여러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회사를 나와야 했다. 이를 A씨는 해고로 받아들였다. 최저임금과 4대 보험에 대한 문제제기가 원인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 조리원 한 명을 파트타임으로 쓰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왜 제가 지목되었을까요?”

그러나 A씨는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전북직장갑질 119의 문을 두드렸다. 전북직장갑질 119는 SNS 등 메신저 오픈채팅을 통해 비실명으로 전북 내 노동 관련 문제와 직장 갑질을 제보받아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북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단체다.

전북직장갑질 119는 이 사안을 최저임금법 위반 등의 의혹이 있다며 대응을 시작했다. 

찬드림푸드 관계자는 11일 구내식당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 미납 사실을 실토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의 어려움으로 미납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은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포함하여 정상 지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10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8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한 점에 대해서는 휴식 시간이 당초 2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A씨의 경우,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3월 달에 추가 1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다른 노동자들의 경우, “현재 임금 조정에 들어간 상태”라면서 추가 1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4대 보험료 미납 사실이 없다고 하던데...”, 뒤 늦게 확인 나선 법원

11일 전주지방법원 사무국 담당자는 A씨의 해고 사실과 4대 보험료 체납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주지방법원은 청소와 경비 등의 용역은 노동자의 임금 등 세부 항목이 명시된 계약을 하지만, 구내식당은 위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체납을 비롯해 최저임금 논란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기자의 문의가 있고 나서 찬드림푸드 측 관계자에게 사정을 확인했다. 그러나 4대 보험 미납을 비롯해 최저임금법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A씨가 직접 찾아와 이 같은 사정을 이야기했다면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법원 관계자는 4대 보험료 미납 사실이 없다는 회사 측 답변을 받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사측이 미납 사실을 밝혔다고 말하자, “임금이 정상 지급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4대 보험료도 정상 지급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북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앞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등 관련 사안을 면밀히 살펴 A씨와 협의하여 문제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법당국은 단돈 몇 천원의 수입금을 회사 측에 납부하지 못해 해고된 버스기사에 대해서도 100원도 횡령이라며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수차례 내린 바 있다”면서 “정작 자신들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살피지 못하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기관보다 법에 민감한 법원의 식당에서 대표적 사회적 약자인 용역업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위반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는 한국사회의 정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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