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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올해만 세 번째 파업,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속사정

[인터뷰 르포] "받아야 할 임금만 50억, 시민 불편이 우리 책임인가요?"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12.15 14:38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또’, ‘시민 불편’. 전북 전주 민주노총 소속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다룬 언론 보도는 이 두 단어를 전면에 배치했다. 물론 임금 교섭과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시민의 발이 멈췄다’는 한 줄의 문장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오후 2시부터 약 5시까지 각 코스별로 1회 운행을 중단하는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임금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권’을 획득한 노조는 9월 말과 11월 말, 이번까지 올해 모두 3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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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시민들의 요구를 담은 피켓과 세월호 추모 리본을 버스에 부착하고 운행하는 버스노동자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주에서 볼 수 있는 모습니다. 이 버스노동들이 13일부터 16일까지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말에도 진행한 바 있는 부분파업으로 한 버스회사 차고지에 세워진 버스들이다.>

이번 파업은 12월 초에 교섭이 결렬된 것과 함께 임금 체불에 따른 것이었다. 정태영 전북지역버스지부 사무국장은 “시민의 불편을 고려하여 파업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면서 “임금 체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신문이 왜 버스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고질적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지 시리즈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도적으로 무엇을 고치고 행정은 어떤 구상을 해야하는지 말이죠. 매번 주먹구구식으로 파업 기사를 보도하고, 행정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마치 노력을 한 것처럼 정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아요.”

이상구 전일여객지회장이 정 사무국장의 말을 이어 받았다. 올해 20년차 버스기사인 이 지회장은 기자가 언급한 ‘시민 불편’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놨다. 매번 시민의 불편은 강조하면서 정작 노동자들의 삶과 파업 이유는 제대로 드러내 보도하지 않는 지역 언론을 탓했다. 

“요즘은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에 진행되는 부분파업이라 불편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많이 사라졌어요. 파업을 하고 있냐고 되묻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예전에는 파업이 끝나고 운전대를 잡으면 승객들이 파업 때문에 불편해 죽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왜 버스만 이렇게 파업을 하냐고 묻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운전하면서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언론이 노동자들의 속사정을 제대로 이야기만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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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 이상구 전일여객지회장

이 지회장은 “속 터진다”는 표현을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하루 17~18시간 운전을 하는 것도 보통 피곤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상습적인 임금 체불로 가정 경제가 흔들리는 것. 동료가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고 이 지회장은 전했다.

“월급 못 받은 지 두 달째, 생활이 엉망입니다”

대 시민 서비스 개선과 노동조건 개선, 어느 것이 먼저인가를 묻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묻는 것과 같은 논리다.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에서 서비스 개선은 말도 붙이지 못한다는 것이 이 지회장의 심정이다.

“생활이 지금 엉망이 됐어요. 장시간 노동도 그렇고 가정도 어려움을 겪는데 그 스트레스는 실질적으로 어디로 가겠어요. 승객이 뭐 하나 물으면 친절하게 대답을 해줘야겠지만, 일이 즐거워야 그렇지요. 지회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친절이라는 말을 못 꺼낼 정도입니다. 정당한 노동 대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면 앞장서서 말을 하겠죠.”

당장 ‘회사에 가불이라도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 ‘공과금이라도 낼 수 있게’, ‘애들 학원비라도 낼 수 있게’, 가불 필요성까지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승객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이 한 문장을 꺼낼 수 있는 이가 과연 있을까?

매달 반복되는 이 체불을 이겨낼 ‘장사’는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는 대략 체불 임금을 50억 규모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이상구 지회장이 속한 전일여객의 밀린 임금은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상여금이 밀리는 것이 이제 기본이 됐다. 그 규모가 16억에 달한다고 전일여객지회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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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체불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민주노조 인정을 받기 위해 2010년 12월 8일, 전북고속을 비롯한 7개 버스회사의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전주시청과 사측, 노동부는 이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낙인을 찍어 파업 문제를 장기화 시켰다.>

사측은 현재 전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지급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의회에서 추경예산을 결정하는 대략 20일 이후 보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미 적자보조액 60억은 지급을 했고, 약 14억이 남았다. 이 금액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억, 시내버스 1개 회사 임금 체불도 막지 못하는 금액. 지난 2012년 사측의 부당한 직장폐쇄에 따른 임금 손실액을 비롯해 상여금 등 약 40억은 또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또 보조금이 모두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쓰인다는 보장도 없다.

“언론도 그렇고, 전주시도 그렇고 모두 ‘불편’을 이야기하는데 민주노총은 정말 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서민들의 출·퇴근 시간은 정상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업을 하는지도 눈치 못 채는 시민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임금체불이 길어지면 파업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요.”

이 지회장은 전면 파업의 뜻도 내비쳤다. 그만큼 상황은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금의 현실을 풀 해법으로 사업주들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빚은 늘어가고 경영이 어려워지고 보조금에 의존하게 되는 고질적인 구조를 경영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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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2011년 4월 26일, 전주시내버버스 노사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약 6개월 가까웠던 전면 파업이 마무리되는 순간. 당시 합의는 현재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일부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50억 못 받은 노동자들에게 양보라니요?”

지난 8월 18일, 전북지역버스지부는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도 버스노동자들의 체불 임금은 약 45억원에 달했다.

정태영 국장은 “전주시가 시민의 안전과 불편을 생각한다면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고 이끌어 낼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주시 관계자는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오히려 ‘친절’을 언급하며 서비스 개선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수익금이 10% 줄었다. 요금은 정체된 상황에서 은행에 빚을 내기도 어려운 것이 현재 버스회사”라면서 “좋은 서비스로 손님을 많이 태워야 하는데 이렇게 파업을 하니 수익은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금도 한 회사로부터 보조금 좀 빨리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전주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결국, 보조금으로 감당이 안 될 때마다 파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노사정 간담회에서 전주시가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구책이나 계획안을 내놓으라고 사업주들에게 요구를 했어요. 그런데 보조금 파이만 키우려는 속셈만 가지고 있더라구요. 사업주들이 그렇게 어렵나요? 언론사도 가지고 있고, 학교도 운영하면서 지역에서 가장 큰 소리 내는 이들이 사업주들이잖아요.” <이상구 지회장>

지난 10월 29일 오후 4시 전주 도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행진은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민주노총 버스노동자들의 경적 시위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같은 마음이죠. 조합원들도 적극적이었어요. 그리고 주말에는 민중총궐기 집회에 함께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노동자들도 있어요. 체불 임금으로 마음이 복잡한데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외치는 것은 우리도 시민이기 때문이죠.”

버스노동자들의 경적 시위에 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 소식은 접한 네티즌들도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파업은 박수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경영 책임이 있는 회사와 관리 책임이 있는 전주시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반복되는 이 악순환을 어디서부터 끊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양보’를 강조했다.

50억에 가까운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한 버스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지 않고,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하여 결정한 이 부분파업은 ‘양보’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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