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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전북혁신도시 국민연금 본사에서 파업 시작한 청소경비 노동자들

"한달 최저임금도 안 되는 이유가 국민의 돈을 관리하기 때문이라네요"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1.20 16:56

“국민의 돈을 관리하다보니 많은 돈을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20일 파업에 들어간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국민연금청소경비분회 소속 한 청소노동자는 지난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가 청소노동자들을 불러 모아 한 말을 소개했다. 또 다른 청소노동자는 “전북혁신도시에 상주하는 공공기관 청소노동자들과 우리는 50만원 이상 임금 차이가 납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국민연금분회 소속 청소노동자 11명은 20일 오후 1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전북 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공단의 청소와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와 턱 없이 낮은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7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었던 것이 이유다.

전북평등지부 관계자는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 노조 활동, 유급 휴일 및 병가와 유급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진전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파업 첫 날, 노동자들은 오전 11시부터는 공단 1층 로비에서 대규모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24일까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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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A씨는 “오전 6시 10분에 와서 준비하고 근무를 시작하면 오후 3시 30분까지 9시간을 공단에서 상주합니다. 그런데 (임금 적용을 받는) 근무 시간은 7시간에 불과합니다”고 말했다. 점심 1시간과 오전과 오후 휴식시간 각각 30분은 근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이는 여성 청소노동자에 한해서 적용된다. 업체는 남성 청소노동자는 건물 외부도 담당한다는 이유로 휴식시간을 근무로 인정하고 있다. 

전북평등지부는 “남성 청소노동자의 건물 외부 담당에 대해서는 따로 수당을 정해서 지급해야 한다”면서 남성과 여성 청소노동자에게 차별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았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연금 청소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7시간 적용을 받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약 126만원. 상여금 연 50% 등을 포함해도 2017년 최저임금 약 135만원을 넘지 못한다.

청소노동자 A씨는 “점심 밥값도 아끼기 위해 동료들과 쌀을 구매하고 집에서 반찬을 가져와서 먹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공단 내 구내식당 밥값은 4000원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밥값도 감당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달에 한번 주말에 진행하는 대규모 왁스 작업도 청소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8만원의 수당을 받기 위한 것. 전북평등지부는 “외부에 맡겨야 할 일이지만 수당을 빌미로 왁스 작업을 권유하고 있다”면서 “이 고된 작업마저도 노조를 만드니 작업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전북평등지부에 따르면, 인근 공공기관들에 비해 국민연금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턱없이 낮다. 신명환 국장은 “인근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수당 포함하여 약 180만원을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만 유독 낮게 임금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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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북평등지부는 업체와 교섭 과정에서 고용 승계 보장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업체 일부 관리자들이 경비 및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조장하는 발언을 자주 하기 때문.

청소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일부 관리자가 평소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근무평점과 해고를 언급하며 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시작하자 민주노총에 가입하여 대응했다고 밝혔다.

A씨는 “평점이라는 것이 일 잘하는 사람을 주는 것 같지도 않아요”라며 “원칙과 기준도 모르고 관리자가 개인 면담에서 해고를 운운하니까 이렇게 노조를 만든 겁니다. 이게 블랙리스트가 아니고 뭔가요?”라고 지금의 상황을 ‘블랙리스트’로 표현했다.

전북평등지부는 “현재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아서 고용 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다”며 단체협약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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