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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전북교육청 학교 비정규직 전환 결정에 웃지 못한 비정규직

비교적 높은 전환율(23%)이지만, "비정규직을 소품으로 생각하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2.08 15:30

“전북교육청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에서 무기계약으로 전환을 결정한 비정규직은 27개 직종 830명으로 무기계약 전환율은 23.4%에 이른다.”

전북교육청이 지난 7일 오전 정규직(무기계약) 전환심의위원회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무기계약 전환 대상을 발표했다. 전북교육청은 3,546명의 기간제 노동자 중 830명을 최종 무기계약 대상자로 확정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미전환을 권고한 직종인 기간제 교사 및 강사직종(2,334명)을 제외하면 전환율은 68.5%로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번에 무기계약이 확정된 직종에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 직종은 모두 제외됐다. 이들의 제외는 교원의 대체 직종이라는 점과 기간제 교원은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교육부의 입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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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 전환은 전환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황홍규 부교육감이 직접 나와 발표했다. 전환이 확정된 직종에는 조리종사원과 초등돌봄전담인력, 방과후학교 보조인력 등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특수교육지도사와 교무실무사 등도 포함됐다.

전북교육청은 “도내 3개 노동조합(연대회의)과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위원을 구성했고, 전 직종별 간담회를 실시하여 이해관계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에 대한 문제와 고충을 심의에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 직종에 대해서는 “처우 등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홍규 부교육감은 “전환의 중요한 기준으로 지속적 업무 필요성과 정부의 돌봄 정책에 따라 교육당국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부분 등이 고려되었다”면서 “노동자의 의견은 충분히 전환하라는 의견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다 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생 비정규직 낙인이 찍혔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공개되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를 포함해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4년부터 고용안정을 꾸준하게 요구해 온 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강사 직종의 노동자들이 배제되면서 노동자들은 서러운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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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의 발표가 있고 난 후, 연대회의는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면서 결국 전환 제외 결정과 해고를 강행했다”고 이번 정규직 전환 결과에 대해 평가했다. 이들은 상시지속적 업무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방침을 교육청이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전북교육청 스스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전환심의위원회가 예정이 없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 전환 논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에 배제된 직종은 상당기간 무기계약이 될 가능성이 요원하다. 낙인은 바로 이를 빗대어 쓴 표현이다.

연대회의는 “공공부문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부 스스로가 상시지속적인 업무라 하더라도 ‘교원 강사 등의 경우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 ‘전환심의위원회가 준하는 사유로 판단한 경우’ 등을 예외사유로 인정하면서 무기계약 전환이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북교육청 발표에서도 다수의 방과후 강사와 스포츠강사 등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하여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전북지역에서는 이들 노동자가 900여명에 이른다.

또한, 연대회의는 전북교육청이 노조와 충분히 협의하여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위원을 선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연대회의는 “10명으로 구성된 전환 심의위원회는 노조 추천이 2명에 불과해 사실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 반영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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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강사, 일은 같은데 이름 달라 희비 엇갈려”

한편, 전북교육청의 전환심의위원회가 제외한 직종에 대해서는 당분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 대체 직종(강사와 기간제 교사)에 대해서는 전북교육청을 비롯해 다수의 교육청이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했다. 교육청은 “이들 직종은 교육부와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처우개선 등 불합리한 고용을 개선하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 부분에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제외된 직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치원 방과후 시간제 강사와 유치원 방과후 시간제 기간제 교사 등 방과후 강사가 약 540여명과 초·중등 스포츠강사 230여명, 학교운동부 지도자 207명에 이른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방과후 강사의 경우, 이번에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방과후 보조인력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 “강사 등 교원 대체 직종이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보조인력과 강사는 서로 다른 직군이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의위 한 관계자는 “심의 기간 동안 이들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졌다”면서 “스포츠강사는 현장에서 체육 교원의 보조인력으로 지속성이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교육청은 이들 모두를 포괄적으로 대체 직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여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 강사 직종의 무기계약 전환 배제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 아니겠나”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같은 비정규직으로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쓰겠다는 방식이 한국사회 고용의 불안정을 불렀고, 임금 저하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아졌다. 경제 악순환이 심각한 수준이기에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이번 정규직 전환의 취지인데 전북교육청은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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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교육청의 평균 전환율 10%를 못 넘겨”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들은 2월 안으로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시·도 교육청들의 평균 정규직 전환율이 10%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대회의는 “고용불안 직종의 노동자들의 절망감은 상당하다”면서 “현장에서는 학교를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학교에서 해고 대란을 겪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대회의 한 관계자는 “강사 직종 중 상당수는 1월에 계약이 만료됐다. 현재 실업급여 등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이것이 바로 해고 대란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강사 직종들은 오는 3월 신규 채용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의 찬바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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