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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 근무 현장실습생의 죽음, "3년새 두 번째"

가족과 지인, 고객센터 근무자가 말하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와 현장실습생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3.06 16:34

현장실습생 부모와 지인, “업무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 했다”
LB휴넷 해지방어부서, 3년 전에도 노동자가 업무 실태 고발하며 자살
해지 방어에 상품 판매까지... 그러나 한 달 임금 137만원
LB휴넷 현장실습생 10명 근무 중, 일부 감정 노동 스트레스 보여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께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여성 시신 한 구가 물 위에 떠올랐다. 전주의 한 특성화고 졸업을 앞둔 여학생 A(19)씨였다. 한 고객상담센터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현장실습생이라는 것과 업무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만이 단신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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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A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A씨가 전날 오후, 친구에게 “나 죽을라고...”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 전부였다.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꿈에라도 나타나면 물어보고 싶어요.”

40여일이 지나고 만난 A씨의 아버지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기자가 만난 A씨의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담임 선생님도 “그럴 아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쉽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친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19살 고교생이 감당하지 못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막 성인의 나이에 접어든 A씨는 LG유플러스 고객 상담을 대행하고 있는 LB휴넷에서 현장실습생으로 5개월 가까이 근무했다. A씨는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고객센터에서 근무했다. 이 사업장은 지난 2014년 한 노동자(30, 남)가 부당한 노동 실태를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사업장이다. <관련 기사 - "LG유플러스 용서 할 수 없습니다"> A씨는 이 노동자가 근무한 해지방어부서에서 근무했다.

A씨의 아버지는 딸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말에 나눈 문자 메시지였다.

아버지 : 언제 와?
A씨 : 회사여. 콜 수 못 채웠어

콜 수를 다 채우지 못해서 퇴근이 늦는다고 A씨가 언급한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긴 6시 42분이었다. 퇴근이 6시를 넘기는 일이 많았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수습을 거치고 12월이 되면서는 짜증을 내는 날이 많고 성격도 변했습니다. 방어를 못 할 때는 위에서 압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도 타박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A씨의 친구는 “때로는 울면서 전화가 와요. 회사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자세히는 말하지 않았지만 고객들의 폭언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해지를 방어하는 팀이었는데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해요”고 말했다.

A씨는 해지 방어 부서에 있으면서 상품 판매도 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친구는 “죽기 한달전에는 TV 무슨 상품을 쓰는지 묻기도 했어요. 제 가족이 어떤 상품을 이용하지는 물어 봤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동자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회사의 정규 근무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입니다. 그러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7시 30분에서 8시... 늦게는 10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략> 문제는 과도한 상품판매인데,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전화, IPTV, 맘카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하지 못합니다. 목표건수 역시 회사에서 강제로 정한 내용입니다.”

“SAVE라는 부서는 고객들한테는 해지부서이나 내부에서는 해지방어부서입니다. 고객은 해지를 희망하나 상담사는 해지를 많이 해줄 경우 윗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습니다.”

해지를 하고자 하는 고객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이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노동자는 “해지를 못하게 상품을 드리면서 막는 일이다 보니까 가장 욕을 많이 먹고 힘든 부서”라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야하나 자괴감도 들고 하다보니까 많이 그만둔다. 특히 해지부서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거기에 덧붙여 상품 판매까지 해야 했다. 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 받는 임금은 달라진다. A씨의 친구는 “상품 판매 1등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LB휴넷은 지난 2014년 노동자 자살 이 후, 근무 조건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지난해 근무한 노동자는 “오후 6시에 보통 마감을 하고 7시에는 전산도 못 키게 했다”면서 과거와 다르게 초과 근무가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 판매와 콜 할당 등 실적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품 판매 1등을 했다는 A씨가 손에 쥔 임금은 어느 정도였을까? 매달 10일 입금되는 임금은 10월에는 86만원, 11월 116만원, 12월 127만원, 1월 137만원이었다. 4대 보험을 포함하면 1월 임금은 대략 15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사건 조사를 진행한 전북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1월 임금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기본급이 123만원, 실적급여 6만원, 고객사 프로모션 14만원이었다.

A씨의 친구는 “(A씨는) 처음 들어가서는 잠을 못 잘 정도로 공부를 했어요. 깜지를 써서 상품을 외우고 시험도 봤다고 해요. 동료들과 모여서 공부한다며 정말 열심히 했어요”라고 말했다.

A씨에게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는 첫 직장이었다. 누구한테 지는 것이 싫고,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준비도 열심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이 지나고 A씨는 친구들에게 회사가 너무 힘들다며 고통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만 두라고 할 것을 그랬어요.”

A씨를 아는 이들은 이 같은 말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슬픈 후회를 하고 있었다. 힘들다는 말에 “힘 내라”는 위로를 건넸던 이들은 지난 한 달간 ‘내 탓’이라고 자책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리더였어요. 누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챙겼어요.”

한 친구의 생일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금붙이를 팔아 맛있는 것을 사주기도 했고, 알바를 하고 받은 임금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며 현금지급기를 찾기도 했다. “부모님 앞에서는 툴툴돼도 뒤에서는 챙기는 그런 친구였어요.”

현재 LG유플러스 고객센터를 맡고 있는 LB휴넷 측은 A씨의 죽음이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참소리는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연락이 된 노컷뉴스 등의 언론사는 "현장실습생은 의무적으로 사회복지사가 심리 상담을 하고 있으며, 개별 면담을 하지만 이상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LB휴넷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 실적이 있긴 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도 근무하거나 실적을 이유로 질책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LB휴넷에 근무하는 현장실습생(현재는 직원)은 모두 10명이다. 이들에 대해 지난 2월 상담을 마친 상황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1~2명의 실습생이 감정 노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어 2차 상담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상담 과정에서 일부 실습생들은 A씨의 죽음을 모른다고 답한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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