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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성폭력 사건 덮어둔 인권영화제 환영받을 수 있을까?"

[기자의 생각]15일부터 진행되는 전주인권영화제에 대한 생각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11.15 17:32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5일부터 개최되는 제22회 전주인권영화제 소식을 알게된 모 단체 활동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북인권교육센터,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 천주교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하는 전주인권영화제는 인권의 주제들을 다룬 국내⦁외 영화를 전북도민들에게 소개해왔다. 그러나 올해 영화제는 많은 시민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전주인권영화제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사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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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전북도청 인권팀장 성폭력’으로 알려진 성폭력 사건이 지난해 제21회 전주인권영화제 기간 벌어졌고,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영화제 주최 측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제 개막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도청 인권팀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21회 전주인권영화제의 자원봉사자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대학생으로 알려진 피해자는 인권영화제를 다른 여타의 국제영화제와 같은 영화제로 보고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사건은 전주인권영화제 뒤풀이 후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9일, 영화제 관계자들이 배석한 뒤풀이에 당시 전북도청 인권팀장으로 있던 A씨가 함께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강사와 지역 모 대학 겸임교수,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집행위원장 등 자신의 경력이 담긴 명함을 건네는 등 전북에서 인권과 관련하여 유명한 인물로 소개했다. 또한, 인권영화제를 주도한 단체 중 하나인 전북인권교육센터 설립에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피해자는 A씨를 ‘영화제 공동대표’로 인식하고 있었다.

A씨는 뒤풀이가 끝나고 술에 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면서 차에 태우고 피해자의 동의와 허락이 없었음에도 모텔로 데려갔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경찰 조사 당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전날부터) 자신을 오랫동안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면서 “나이와 지위, 인권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들이 피해자에게 우월적 지위로 작용했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이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전북경찰청은 A씨를 준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4월 경찰 조사를 근거로 피해자가 만취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 대책위는 지난 광주고검에 이 사건을 재항고했고 이 역시 기각되었다. 현재 법원에 제정 신청을 한 상태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도 이 사건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계는 검찰이 피해자 조사를 하지 않은 점과 검찰이 무고 혐의도 없어 보인다고 밝힌 점 등을 들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음을 표현해야 했는데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는 ‘피해자 책임론’을 유발시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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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게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전주인권영화제

약 1년 가까이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사건의 단초가 된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의 후속 대처는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제21회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는 전북인권교육센터, 천조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민주노총 전북본부, 익산노동자의집, 천조교전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7개 단체다. 전북인권교육센터의 제안으로 조직위의 틀은 재작년부터 확장하는 추세에 있었다.

참소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조직위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영화제 셋째 날 인지했다. 피해자가 조직위 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고, 조직위 관계자는 피해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해당 사실을 조직위원회에 속한 다른 단체들에는 공유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경찰에 고발한 사실을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A씨에게 알렸다.

피해자는 이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의 도움으로 사건을 진행하게 됐다.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단체들은 성폭력예방치료센터의 문제 제기 이후,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논의 과정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차 생겼고, 결국 논의는 1월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별도로 언론사에 사과문을 배포하고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 공문으로 보냈다. 이 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해 조직위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 해결 등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사건이 진위 논란에 빠지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자 적극 결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제의 실질적은 주관단체인 전북인권교육센터는 별도의 사과문을 센터에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관계자는 “사과를 한다는 문서 내용의 진심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면서 “회의 진행 과정과 그 논란을 사실 알고 있기에 진심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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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모르게 시작되는 전주인권영화제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성폭력예방치료센터는 전주인권영화제 개막 사실을 지난주에 주변의 이야기로 알게 됐다. 그리고 제21회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 참가단체로 인권센터와 이견을 보인 3개 단체도 비슷한 시기 영화제 개막 사실을 알게 됐다.

전북인권교육센터 측은 “작년에 (불미스러운)일도 있고 해서 작게 하자고 결정했다”면서 “(3개 단체에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피해자 접촉을 하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못해 피해자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성폭력예방치료센터를 통해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물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제21회 전주인권영화제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피해자 지원에 손을 놓게 되면서 피해자가 겪게 되는 고통도 커졌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관계자는 “(상담 당시) 피해자가 원한 것은 인권영화제 중단과 함께 인권교육센터가 이와 같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면서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22회 전주인권영화제가 15일부터 시작된다. 전북인권교육센터는 15일 오후 기자에게 “개막식에서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다음과 같다.

 

우리 조직위원회는 21회 전주인권영화제 기간에 자원봉사자에게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긴 시간 동안 피해를 입고 있을 당사자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또한 우리 영화제를 사랑해 주시는 관객들과 시민들에게도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22회 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인간존중 및 성평등의 관점에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영화제에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사전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행사기간 동안에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여 불미스러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전주인권영화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비판적 질책들을 귀감으로 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인권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5일 발표하는 사과문은 지난 1월 전북인권교육센터가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 제출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스스로 약속한 사전 인권교육 등의 조치도 개막 당일에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인권교육센터 관계자는 “여러 준비로 인권교육 등이 늦어진 점이 있다”고 말했다. 과연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성폭력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주인권영화제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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