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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새만금 해수 유통만이 답, 시민생태조사단 주장, 전문가들도 지지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담수호 조성 실패 인정하고 계획 수정해야”

황의선( icomn@icomn.net) 2019.04.22 16:16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세계 최장 길이의 방조제로 둘러싸인 새만금호의 심각한 오염 상태를 공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호의 바닥층이 악취를 풍기며 시커멓게 썩고 있어 정부의 담수호 조성과 수질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4월21일 선상 조사를 통해 채취한 퇴적물을 청와대와 환경부, 새만금지방환경청 등에 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17년째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새만금 지역에 정기적으로 모여 꾸준히 생태 변화를 조사하고 있는 시민 모임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4월21일 선상조사를 통해 만경강 주변 등 4곳에서 깊이별로 물의 염분과 용존산소 농도를 조사하고, 채니기를 이용해 바닥에 쌓인 뻘을 퍼올려 살펴보았다. 이번에 퇴적물을 채취한 위치의 좌표는 ‘북위 35도 48점 48분, 동경 126도 35점 01분’, ‘북위 35도 50점 41분, 동경 126도 32점 99분’ 등 4곳이다.

조사 당시 마침 수문이 개방되어 다량의 해수가 들어와 있는 상태였으며, 수문과 가까운 방조제 쪽은 물 교환이 많이 되어 깊이 5미터 바닥층의 용존산소가 4.89mg/l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수문과 떨어진 하제와 신시도 갑문 사이 지점의 경우, 표층의 용존산소 농도는 10.53mg/l로 양호한 상태였지만, 9m 아래 바닥층은 2.35mg/l로 산소 농도가 희박한 상태로 나타났다.

용존산소량(DO)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을 말하며, 맑은 하천의 용존산소량은 1리터당 7~l0ppm 정도 된다. 일반적인 물고기들은 용존산소량 4~5ppm 이하가 되면 생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수질 조사를 통해 겨울철은 바닥층까지 산소가 내려가 그나마 수질이 좋아지지만, 날이 더워지는 5월경부터는 성층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이미 4월부터도 성층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선상조사에 참여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평소 같으면 숭어나 전어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면서 “수문과 먼 곳일수록 간장빛의 물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수질상태가 몹시 나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조제가 막힌 뒤 13년, 새만금호 대다수 지역에서는 담수(민물)와 해수(바닷물)가 위아래로 나뉘는 이른바 ‘성층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수심 4m 아래부터는 용존산소량이 매우 희박해 미생물도 살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라며 “정부는 새만금호에 계속해서 막대한 액수의 수질 개선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지만, 과연 물밑부터 썩어가고 있는 새만금호가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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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주장, 전문가도 인정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이러한 주장을 전문가들도 지지하고 있다.

군산대 환경공학과 김종구 교수는 “그동안의 수질조사와 연구용역을 살펴본 결과, 새만금호 수질악화의 원인을 상류 오염원의 영향으로만 평가하고 있으며, 주요 오염물질로 유기물질과 영양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며 “수질악화 원인인 내부의 순환 구조나 성층 시스템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용존산소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또한 “2017~2018년 가력갑문 표층 용존산소 연속 관측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일평균 용존산소 4ppm 이하인 일수가 32일, 2ppm 이하인 일수가 4일로 나타났는데 표층이 이 정도라면 하층은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물속에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산소 농도가 가장 중요한데, 용존산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새만금호 수질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전북녹색연합 등 2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4월22일 오전 11시 전북 도청 앞에서 출범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4월21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선상조사를 통해 채취한 뻘의 상태를 공개했다.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지난 20년간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목표 수질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호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안을 찾기 위해 결성된 조직으로 4월22일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출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계획했던 최종 담수화 목표 시기인 2020년이 불과 8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경강은 최악의 6급수, 동진강은 4급수로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했고 새만금호 상류도 최악의 6급수 수준으로 강하구에 거대한 담수호를 만드는 새만금사업은 애초부터 목표수질의 달성이 불가능했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해수유통으로 물관리계획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애초에 새만금 전체를 농지로 조성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새만금호 전체를 담수화하고자 했지만 지금은 도시용지 70%, 농업용지 30%로 조성 계획이 변경되어 담수호 조성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서 “전북도와 정부는 전북도민과 함께 새만금사업의 전환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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