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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전북대 교양과목 수강학생들의 '특별한 시국선언'

[연속기고] 전북대 '인권의이해' 수강학생들의 '시국선언'을 연재하며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11.07 17:15

“신뢰와 부끄러움이 사라진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너무 슬펐다는 학생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대학가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청년 실업과 불투명한 미래가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대학은 이제 스펙과 경쟁의 상아탑에 다름 아니었다.


정치를 이야기하는 이들을 ‘운동권’으로 취급하고 거리를 두었던 것도 옛 이야기. 이제는 운동권도 사라져가는 대학가에서 ‘시국’을 논하는 것은 사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전면에 등장하고 민주주의의 기초 질서가 무너지자 사치라고 여겨졌던 ‘시국’에 대한 논의는 대학가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학가 시국선언도 보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에서는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전주교대 등 주요 대학 학생회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7일에는 한일장신대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전주교대 학생들은 지난 4일 시국선언을 마치고 전주 도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대학교의 한 강사가 특별한 경험을 소개했다.


“제가 맡고 있는 교양과목 수강생들이 시국선언문을 써 왔어요.”


전북대학교에서 <인권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맡고 있는 홍정훈 변호사는 특별한 수업을 통해 이 시대 ‘대학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해왔다.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강의를 하면 대답도 없던 이들이 정말 뜨겁게 이야기를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특별한 수업은 지난 11월 5일 이뤄졌다. 전국적으로 촛불이 확산되고, 시국선언이 쏟아졌던 그 시기였다.


“지난 주 강의에서 신문법 개정안 시행령 위헌 결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규모가 작은 언론들을 폐간시키려는 이 시행령은 정부가 스스로 약자에게 행하는 폭력, 국가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가폭력이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점에서 인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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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는 자연스럽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이어졌다. 홍 변호사는 “인권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시국선언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의 말에 70여명의 학생들은 저마다 생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탄핵과 하야를 두고 각자 생각들을 이야기했어요. 자발적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적인 방식으로 국회라는 제도권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죠. 그리고 탄핵·하야 이 후에 대한 걱정도 학생들이 많이 했어요. 단순이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권력형 비리와 문제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어요.”


2시간의 강의는 뜨거웠다. 홍 변호사는 이날 토론의 의견들을 시국선언문으로 작성하는 것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과제가 아니었다.


“이날 이야기들을 모아서 공동의 시국선언문을 작성하는 것도 좋지만 자발적으로 써보는 개인의 시국선언문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제안했습니다.”


반나절이 지났을까? 홍 변호사의 이메일 계정으로 학생들의 소중한 시국선언문이 도착했다. 밤새 고민을 하고 쓴 학생도 있었다.


홍정훈 변호사는 “그동안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지만, 현 시국에 대해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조직되지 않았을 뿐, 민주시민으로서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날 수업을 통해 느꼈습니다”며 학생들의 시국선언문을 본 소감을 전했다.


참소리는 모두 7편의 전북대 교양과목 <인권의 이해> 수강생들의 개인 시국선언문을 7일부터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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