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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마이산과 설악산의 가치를 돈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 이끈 박그림 녹색연합 대표의 진안 강연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2.16 10:57

“어머니가 아픔을 겪고 있다면 자식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 형제가 살아가야 할 터전에서 곧 쫓겨날 상황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녹색연합 박그림 공동대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무기로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렇게 묻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설악산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설악산은 내게 어떤 존재인지 묻고 답을 찾았습니다. 설악산을 통해 풍요롭고 넉넉해지는 삶을 살고 있기에 제게는 어머니와 같습니다. 그리고 (설악산에) 곁들어 사는 멸종위기종 산양이 제 형제라고 늘 부릅니다. (이들의 아픔 앞에)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박 대표에게 설악산은 어머니였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 산양은 형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한결 같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막는 것은 박 대표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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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저녁 박그림 대표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의 소회를 밝혔다. 그 소회를 밝힌 곳은 그가 살고 있는 설악산이 아니라 마이산을 품고 있는 전북 진안군 진안읍의 한 카페였다. 마이산 케이블카 추진을 반대하는 진안군민들로 구성된 <마이산 케이블카 저지를 위한 시민모임>의 간절한 부름에 박 대표가 멀리 진안까지 찾았다.

진안군은 지난 2015년부터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의사를 밝혔다. 20년 전, ‘삭도’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다 무산된 사업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추진하는 과정은 일방적이었고 군민들은 반발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타당성조사는 과거 마이산 케이블카 노선과 설계에 참여한 이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진행했다. 관광객이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경제성 분석도 믿을 수 없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 과정과 닮았다.

“(이미 몇 차례 추진이 부결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다시 추진됐습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하여 케이블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낭고 경제성 등을 바탕으로 2차례나 부결된 바 있던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다시 추진됐다. 결국 환경부는 조건부 승인을 했지만,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화재 현상변경안’ 신청을 부결 처분하면서 무산되었다.

20년이 걸린 싸움이었다. 그리고 최근 양양군이 문화재청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이날 박그림 대표의 강연 주제는 <설악산 케이블카 어떻게 취소되었나! 설악산에게 묻고, 마이산에게 들려주다>였다. 그동안 케이블카를 막아온 과정을 이야기하고 마이산 케이블카를 막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함께 고민은 나누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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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군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해야 합니다”고 마이산 케이블카를 막아내기 위한 작은 실천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영하 35도의 강추위에 알몸으로 설악산 대청봉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케이블카로 헐벗게 될 대청봉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는 것이 이유였다. 3년 전부터는 녹색 치마를 만들어 입고 매일 1인 시위를 빼먹지 않았다. 평화와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을 몸에 걸치면서 반드시 케이블카를 막아내겠다는 다짐이었다.

“반대의 목소리가 운동이 아니라 삶이어야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운동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결과를 따지게 된다. 그리고 어려움을 앞에 놓고 포기를 떠올리기 쉽다. 삶이 아니라면 그렇다는 것. 그래서 박 대표에게 케이블카 반대 운동은 삶이었다. 마이산 케이블카를 막기 위해서도 그 운동이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되던, 안 되던 그것이 나의 삶이라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게 됩니다. 누군가와 만나는 약속을 하게 되면 그 장소에 한시간 전에 가서 1인 시위를 하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동안 제가 한 반대 운동은 저의 삶이었고, 1인 시위를 통해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한편, 박 대표는 케이블카는 국토 난개발의 시작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서 더욱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도입을 막았다. 전국적으로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곳은 약 40여 곳.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가장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그렇기에 오색케이블카 도입은 곧 전국의 케이블카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리고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만약 마이산에 경제성이 있다면 케이블카를 놓아도 되는 것일까요? 마이산과 설악산의 가치를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떤 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고유의 가치가 설악산에는 있습니다.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되돌려줘야 할 가치들입니다. 만약 케이블카를 통해서 돈을 벌었다면 그것은 후손이 누려야 할 아름다움을 가로챈 부끄러운 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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