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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홍보비 받고 기사 써주는 언론...김영란법이 막을 수 있을까?"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전북지역 언론 취재 환경 변화에 대한 토론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9.07 01:56

공직자 등의 부정 청탁과 같은 부패를 막겠다고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하 김영란법)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전북지역 언론계가 받게 될 영향을 가늠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김영란법의 파장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참석자들은 기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언론사들의 각종 이권 개입과 권력 유착, 관과 기업의 부적절한 홍보비 집행 등 전북지역 언론계가 안고 있는 저널리즘의 문제에 대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또한,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전북지역 언론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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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전북대 사회과학대학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지역 언론 취재환경의 변화’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호남언론학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였다.

토론회에 나선 이들은 김영란법이 촌지 관행 등의 전북지역 언론계의 부정적인 부분들이 개선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북지역 언론들이 비판받는 본질적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이날 나온 본질적 문제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권력에 유착하여 본연의 저널리즘을 구현하지 못하는 전북지역 언론들의 현실이다.

이날 토론은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과 박장준 전 미디어스 기자가 각각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고차원 전주MBC 기자,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임상훈 전북기자협회 사무국장이 나섰다.

“김영란법, 개인의 일탈은 개선,
        그러나 언론사와 관, 기업의 카르텔 문제는 별도의 논의 필요”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김영란법 시행 등 논의가 시작되고 전북지역 기자들의 자기 고백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지역 언론들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손 국장은 “지역의 신문사는 대략 13~15개나 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준으로 일부 신문사를 제외하고 다수의 신문사들이 광고 이익에 따른 수당으로 임금을 대신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풍토 속에서 관행이라고 부르는 공짜해외연수, 촌지 등을 지역사회 기자가 누리는 특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언론계 일부는 이러한 부적절한 관행들이 취재와 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항변을 하지만 과연 누가 해당 기사의 팩트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런 방식들에 대해 기자들 스스로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촌지와 공짜연수 등 제도화된 것도 같은 부적절한 관행들에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면서도 법 시행에 따른 언론계의 꼬리 자르기를 우려했다. 전주시청 기자단 돈 봉투 사건, 이한수 전 익산시장의 기자 금품 살포, 전북도청을 비롯한 관공서에서의 촌지, 상공회의소와 전북은행, 지자체들의 공짜 연수 등 범죄와 다름없으며 김영란법에도 저촉될 수 있는 지역 언론계의 관행들을 손 국장은 “개인의 일탈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김영란법이 촌지 등에 있어서는 영향을 미치지만 언론사가 벌이는 각종 이권 개입과 지자체, 기업들의 부적절한 홍보비 지출 등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별도의 논의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국장은 특히 돈을 받고 홍보성 기사를 쓰는 것과 후원과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언론사의 수익사업, 사회지도층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은 김영란법과는 별개로 지역 언론계의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국장은 “과거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합병 시기, 전북은행이 지역민과 수도권의 금리를 차등하여 지역민들이 손해를 본 경우 등 언론들이 직접 나서 점검을 해야하는 시기와 해외 연수를 기자들이 간 시기가 맞물린 것을 보고 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사들의 연감 판매(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에 지자체들이 수억을 들여 사주고 있으며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부는 돈을 주고 지역 신문사들은 홍보성 기사를 쓰고 있다”면서 “개인의 문제로 돌리면 언론사들은 윤리적으로 면제를 받게 된다. 열악한 환경과 출입처들의 짬짬이 시스템 등 김영란법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관행들을 버릴 것으로 본다면, 홍보비와 협찬 등의 문제도 제도적 기준을 만들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입처 기자, 언론사, 관, 기업 보다 조직적으로 유착할 수도 있어”

박장준 전 미디어스 기자는 “김영란법이 개인으로서 언론인에게는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면서 “그동안 자신이 받아온 청탁과 접대가 제도적으로 규제되는 까닭에 자기검열의 기제가 줄어들게 되면서 이는 저널리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과 집단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김영란법 규제대상과 손을 잡고 규제를 무력화하거나 ‘새로운 관행’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와 기업과 출입기자단은 취재지원과 접대의 내용과 수준을 지금보다 더 구체적으로 함께 기획할 수 있다”면서 “기업과 관은 기사 제목을 바꿔내고, 비판의 톤을 낮출 수 있는 ‘관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점에서 박 기자는 “김영란법 규제대상들은 집단으로서 지금보다 끈끈하게 유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김영란법 시대에 이런 관행과 유착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을 개인 ‘기자’에게 찾지 않았다. 박 기자는 “언론 내부에서 김영란법이라는 건강한 자기 검열을 활용하여 출입처와 언론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을 견제할 집단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와 같은 직능단체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출입처와 광고주와 유착관계에서 생긴 자기검열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출입기자단과 언론사를 유도해 김영란법이 저널리즘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 기자협회가 김영란법 성공 이끌어야”

토론자로 나선 전주MBC 고차원 기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의 규제와 규율이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선까지를 인정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과연 법 시행 이후를 걱정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김영란법의 논점을 흐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출입처 공무원 인사에 개입하거나 각종 보조금 및 지원금, 자신의 편의를 위해 대형 병원 입원 및 진료, 수설 순서를 바꾸는 등의 각종 부정청탁과 명절 택배, 생일 케이크, 촌지, 프로축구 무료 입장 및 각종 간담회 등 금품수수 등 기자들의 김영란법을 위반할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출입처들의 정보독점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출입처 제도는) 기자들이 특권을 유지하는 것 중 하나”라면서 “관이나 기업의 보도자료는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고 알려야 하는 것이지만 그 정보를 출입기자에게 우선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경찰청이나 검찰은 지금도 출입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데 잘못된 관행”이라면서 “이들은 엠바고 통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엠바고 상황은 5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엠바고도 기자들이 받아줘야 가능한 것인데, 워낙 출입기자들이 잘 받아주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과거 미디어비평지 기자가 명절에 출입처에서 나오는 각종 선물을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줬는데 무척 좋아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면서 “그만큼 명절을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선물이 많이 들어온다. 법 시행 이후에는 이런 관행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자협회와 언론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김 이사는 “협회의 여러 행사를 보면 각종 협찬이 들어오고 그것들은 기자들에게 안겨준다”면서 “이런 협찬들의 내역이 회원들에게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받아서는 안 될 것들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노조와 협회가 비리에 연루된 이들을 제대로 징계하거나 제명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협회 등 언론 관련 직능단체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토론에 나선 임상훈 전북기자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상공회의소에서 주관한 해외취재를 두고 방송(반대)과 신문(찬성)쪽이 진영이 나뉘어 논쟁이 있었다”면서 “기자협회도 너무 다른 집단들이 모여 있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전북지역은 노조가 조직된 곳이 많이 없어 노조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는 정치 및 관공서 홍보, 비서라인에서 있다가 퇴사한 기자는 2년 동안 회원사에 입사를 하지 못하는 규정을 만드는 등의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해외연수와 관련해서 지난 해 규정을 만들었는데 사문화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별도의 팀을 꾸려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임 사무국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기자들에게 제약도 있겠지만 지역에서는 회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사무국장은 “기자들이 광고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는데, 법 시행 이후 마케팅팀을 강화하는 등의 기자 개인에게는 장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이 시행을 앞둔 현재도 기자들이 해외공짜 연수에 대해 자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임 사무국장은 “전주시청 출입처의 경우, 순번이 돼서 해외에 나갈 차례가 된 기자가 취소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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