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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땡볕에 아동 동원 행사..."심각한 인권 침해"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논평... 전라북도, 사과 및 입장 발표 이틀째 없어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7.21 14:42

전북평화와인권연대가 21일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성공기원 퍼포먼스 과정에서 발생한 아동인권침해에 대해 논평을 발표하고 조직위와 전라북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성공기원 퍼포먼스는 지난 18일 오후 5시 전북도청 앞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진행됐다. 2017년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성공을 기원한다는 명목으로 전북도민 2017명의 단체 품새태권무, 릴레이 송판격파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19일 ‘땡볕에 아이들을..전라북도 태권도 행사 가혹논란’이라는 제목의 첫 보도를 통해 당시 초등학생 약 300명이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리허설을 포함하여 약 90분간 더위 속에서 방치된 사실을 보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시 전주지역 기온은 29.1도. 낮부터 데워진 도로 위에서 행사가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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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를 앞두고 더위 속에서 힘겹게 기다리고 있는 초등학생들.

당시 더위에 지친 초등학생들은 도로 위에서 있을 때는 대부분이 두꺼운 도복 차림이었다. 햇볕을 막아 줄 어떤 것도 구비되지 않았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일부 학생들은 도로가 뜨거운 나머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리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초등학생들에게 줄곧 바른 자세로 서 있을 것을 요구했다” 등 당시 조직위가 초등학생들에 건강과 안전에 무감각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도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행사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동원 대상으로만 여겼던 구시대적 관점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여전히 행사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의 인권은 배제되고 있음을 목격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참여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전시성 행사 진행에 급급해 아동의 건강과 휴식할 권리를 방기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외적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의 행사 참여에 대한 인권의 기준은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유엔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3조 1항에 따르면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올해 5월 행정자치부 장관 등에게 국가행사의 아동 참여시 인권보호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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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를 앞두고 더위 속에서 힘겹게 기다리고 있는 초등학생들.

한편, 아동 인권침해 논란을 부른 이번 행사에 대해 전라북도와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사과나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전라북도 송하진 지사는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행사에 태권도복을 입고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있고 난 후 전라북도는 어떤 입장도 현재까지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런 행보는 조직위도 비슷하다. 20일 <뉴시스>는 조직위가 보도자료를 발표해 공식 사과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보도자료는 조직위 활동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홈페이지에 21일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당 보도자료는 이 사안을 유일하게 보도한 <뉴시스>에게만 보냈다. 조직위 관계자는 “도 공보실과 협의하여 보낸 것으로 사과의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해당 언론사를 통해 해명과 사과를 한 것은 이 사안을 보도한 언론사의 후속보도를 통해 사과의 뜻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 “당시 행사 참가자들이 많았고, 각국의 참가자들이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과정에서 교통 채증 등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행사가 약간 늦어졌고 언론을 통해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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