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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주민들 건설폐기물 환경 피해 시달렸는데, 업체 규제 완화라니"

전북도의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 조례안 공청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4.26 22:13

전라북도가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조례안의 내용이 지역 주민과 주변 환경 피해에 대한 대책보다는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논란이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11월부터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 조례안>을 추진하여 도의회에 올렸고, 지난 1월 도의회는 이 안건에 대한 심의 결과 보류를 결정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 2013년 12월, 주거지역으로부터 1킬로미터 이내에 위치한 건설폐기물의 보관시설의 설치 기준을 강화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다소 완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규칙은 보관시설을 설치할 경우, △10미터 이상의 방진벽 △살수시설(비산먼지 억제) △방진덮개 △바닥포장 △지붕덮개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바닥포장과 지붕덮개는 예외적으로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갖추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담았다.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조례안은 바닥포장과 지붕덮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조례안에 따른다면, 보관시설 하단부에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하거나 ‘환경영향검토서’를 제출한 하는 경우에는 두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전라북도는 “두 시설은 지역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시설 기준”이라고 완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조례안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은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주변 지역 주민들이다. 특히,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는 6곳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가 몰려 있어 그 전부터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제대로 지도·감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처리업체들의 규제를 완화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전북도의회 1층 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이런 주민들의 입장과 전북도, 업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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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 조례안 공청회에서 팔복동 주민이 조례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전북도와 업계, “사업장과 지역 실정에 맞게 기준 설정해야”


조례안을 임영환 과장은 “건설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주요 환경오염원은 비산먼지와 소음으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은 감안하면서 지역과 사업장 실정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여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조례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참석한 한국건설자원협회 이원표 기조실장은 “2013년 규정이 강화된 것은 건설폐기물 임시보관소에서 발생한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 등 민원이 발생해서”라면서 “바닥포장 등의 규제는 보관장소가 원인이고 중간처리업체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의 경우 2013년의 규제로 대상이 되는 처리업체는 전체 55곳에서 13곳에 불과하다”면서 “똑같은 조건으로 허가받은 상황에서 별도의 규제를 받는 상황이라 규제 형평에서도 벗어난다”면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또한, “건설폐기물 처리에서 침출수로 인한 오염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환경부의 규제심사자료 상에서도 침출수로 인한 주민의 건강우려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하여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전북도 지도감독은 외면하고 업체 입장만 고려해”


업계와 전라북도의 입장에 대해 주민 대표로 나선 오장근 팔복동 주민자치위 환경분과장은 “2013년 보관시설의 기준이 강화되면서 그간의 건강과 재산상 손실을 감수하며 살아왔던 주민들은 바닥포장과 덮개시설 등 환경법규 강화 내용이 포함된 시행규칙의 시행만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면서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시행규칙에 맞는 행정감독은 외면한 채 업체의 입장만 고려한 조례안을 상정하려하고 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팔복동 주민자치위원 일동은 21일 회의를 통해 조례안을 결사 반대하기로 의결했다”면서 “전라북도는 국민의 안위를 위해 강화한 환경법규를 왜곡하려 하지 마라”며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


오 분과장은 “팔복동 공단에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와 다른 많은 기업, 식당, 학교, 유치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면서 “그동안 비산먼지와 소음 등에 시달렸지만 규제방안도 없고 전주시의 미온적 대처에 점차 지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시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전주를 살리는 공단으로 거듭날 계획을 세우고 환경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 적극 단속해야 한다”면서 “특히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는 아무런 제재 없이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환경법규를 준수하고 그동안 준 피해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주민 참여 보장된 거버넌스 필요”


한편,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팔복동은 건설폐기물 처리장과 함께 산업폐기물 처리장, 소각장과 석면 관련 시설 등이 주거지역 인근에 밀집되어 있다”면서 “과거에는 폐기되어야 할 폐기물들이 ‘자원순환’이라는 이름으로 주민 위험을 담보하며 재활용 처리가 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주시와 구청에 날림먼지 및 폐기물 보관 등에 관한 단속 결과를 물으니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행정 규제가 그동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산업단지 내에 너무 많은 환경오염 발생 시설이 많다는 점에서 이전 등의 검토가 필요하며, 먼지 등 환경오염 발생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례안은 침출수와 토양 오염은 큰 문제가 아니고 날림먼지와 악취가 주요 문제라고 진단을 했다면, 이들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주민들은 그동안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에 규제 강화로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이 관심사이다”면서 “그런데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 노력은 없고 규제만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니까 주민들의 우려와 불신이 커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북도와 업체는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소음, 악취에 대해 어떻게 개선할 것이고, 지도 점검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를 이해서는 주민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세훈 전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고통을 참아왔다”면서 “앞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주민 참여가 보장되는 거버넌스 개념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현숙 전북도의원도 “이 조례안은 주민건강과 환경 보호는 도외시하는 이번 조례안은 충격적이다”면서 “주민과 행정, 업체, 전문가, 도의원이 각자 역할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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