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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전북 청년들이 본 '청년' 공약..."믿어야 할까요?"

[기획] 전북 주요지역 국회의원들의 청년 일자리 공약을 본 청년들

주현웅( chesco@tistory.com) 2016.06.09 16:36

전북 청년들, 희망 기대해도 좋을 것인가?


청년문제에 관한 대책들이 거론될 때마다 항상 지적되는 것이 바로 ‘미스매치’ 문제다. 다시 말해 정부와 의회, 지자체 등에서 청년문제를 해결코자 온갖 대책들을 내놓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청년들의 진정한 요구사항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가 앞서 다룬 전북 전주와 군산을 지역구로 둔 4명의 의원들이 내놓은 지역 청년 정책들은 과연 지역 청년 현실에 부합한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년들은 나름대로의 대안과 바라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며 보다 더 다양한 평가들을 내렸다.    


<관련 기사 -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청년의 삶 기대할 수 있을까?",

                        "대기업 유치, 문화관광지 조성", 청년 공약이 공허한 이유>


전북 최연소 기초의원, 서난이 전주시의원 “시설보다 사람투자, 우선사항도 따로 있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청년비례대표로 당선된 서난이(29) 전주시의원은 현재 전북지역 최연소 기초의원이다. 서의원은 청년비례대표로 지방의회에 입성한 만큼 지역사회 내에서 청년단체들과 꾸준한 교류를 이어가며 활동하고 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시의원이 국회의원의 공약을 평가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 우스갯(?)소리로 “저는 익명 처리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 부탁하던 그녀였지만, 결국 실명공개를 허락하고 할 말을 모두 했다.


서의원은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느껴지는 공약들”이라며 “청년들의 다양한 꿈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토대의 마련을 위해선, 시설에 대한 투자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특별히 새로운 건 없어 보여요. 물론 어떤 공약이 됐든 한 가지라도 제대로 이행만 된다면 좋을 것 같긴 해요. 다만 정치권에서 너무 ‘취업’이라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청년들은 다양한 꿈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실현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지자체 예산과 같은 공적자금을 새로운 시설에만 투입하기 보다는 사람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청년 희망카드나 그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 것들이 청년들 개인의 삶을 바꾸는 데에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무언가 어마어마한 걸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또한 서의원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며 “청년에 대한 기본법부터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지역에 엮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투자 같은 게 맞물리게 되죠. 국회의원들이 지역에다가 무언가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이상한 거에요.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건 청년에 대한 기본법부터 제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청년수당에 제동이 걸린 게 기본법의 상위법도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보니 각 지자체들의 청년에 관한 조례가 다 달라요. 나이도 다르고, 정의도 다르고요. 그런 면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겠어요. 노인이나 아동에 대한 법은 수십 가지가 나온 상황에서 청년에 관한 건 고용촉진특별법 한 가지 밖에 없거든요.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 아닐까요.”


청년문화기획사 <우리가 깨달은 것은> 원민 대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


지역사회에서 ‘우깨’란 명칭으로 더 유명한 ‘청년문화기획사 <우리가 깨달은 것은>’ 원민 대표(30)는 ‘우깨팩토리’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매일같이 다양한 청년들을 접하는 인물이다. 그는 각 의원들의 공약들에 대해 가장 먼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번 똑같은 공약에 약간의 변형만 주는 식인 것 같아요. 이런 식이면 신뢰가 안 가죠. 몇 년째 이런 식으로 하는데도 개선이 안 되는 거 보면 이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정동영 의원의 공약 중 ‘청년들의 창업경험을 나누고 배우는 창업카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비슷한 것들은 다른 곳에서 많이 하고 있어요.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사실상 그런 거고, 대학교 산학협력, 창업지원단 뭐 그런 것도 다 비슷한 거에요.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어야죠”


원민대표는 “계속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려고만 하는 것은 의문”이라며 “보다 실질적이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월세 사는 청년들한테 보증금이라도 지원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거죠. 어차피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는 거잖아요. 그 보증금 몇 백이 학생들은 부담스러운 거거든요. 이거 나라에서 좀 내주고, 몇 년 계약 끝날 때 다시 나라에서 가져가면 안 될까요?


또 그렇게까지 지역청년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싶으면 ‘엄마의 밥상’같은 지자체 사업에 외주를 청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식당은 일손이 부족하니까 새로운 인력을 뽑을텐데, 소소하긴 해도 어느 정도 선순환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지역행사 같은 걸 할 때도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시행할 게 아니라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한테 맡겨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뭐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와 닿고 실질적일 것 같아요.”


한편 서난이 의원과 원민대표 모두는 김광수 의원의 청년문화예술인 지원 관련 공약을 ‘상대적으로 괜찮은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청년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순히 일자리 늘리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보다 `세분화된` 분야를 생각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극히 평범한 동네 20대 청년 3인방 “딱히 와 닿는 건 없어, 막연한 불신인가요?”


우리 가장 가까이에 있는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도 들어야만 했다. 최대한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나름의 노력을 거친 끝에 세명의  ‘아주 평범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3인방은 모두 전북에 거주 중인 청년들로서 각각 공기업ㆍ공공기관, 사기업, 창업을 꿈꾸고 있는 20대다. 그 중 두 명은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한 명은 올해 졸업생이다.


이들의 대화는 익명을 약속한 후에야 들을 수 있었다. 또 이들과는 형식을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각 공약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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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 취직을 꿈꾸는 임씨(이하 임기업) : 아~ 어딘가 모르게 어려서부터 보던 내용들 같네요(웃음).


공기업,공공기관 취업을 꿈꾸는 박씨(이하 박공공) : 그러네요, 문서가 엄청 길어서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어요.


창업을 꿈꾸는 고씨(이하 고창업) : 대기업 유치가 특히 그렇네요. 근데 여기 B(정동영)의원은 이게 다에요? 청년파크 하나 크게 만들어서 여기에다가 창업카페, 창업오피스 이런 걸 입주시키겠다는 거죠?


기자 : 네.


고창업 : 아, 좀 그렇네요. 왜냐하면 남부시장 청년몰도 예전에는 지원 좀 해주다가 이제 지원 다 끊겼거든요. 이것도 초반에나 지원해주지 나중에는 지원 끊길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남부시장 청년몰부터 좀 더 살려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거기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넉넉히 버는 건 아닌데,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공약을 냈다는 게 좀...


박공공 : (웃음)그렇죠. 저는 개인적으로 D(정운천)의원의 말에 일리는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사실상 대기업을 유치하지 않고서는 일자리가 늘어봐야 얼마나 늘겠어요. 대신 의심되는 것도 있어요. 삼성이 전북에 왜 오겠냐는 거죠. 돈이 돼야 오는 건데, 그럴 것 같았으면 진작에 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제가 정치인들을 너무 불신하는 걸까요?


임기업 : 오히려 저는 삼성이 온다고 해도 일자리가 얼마나 늘지는 모르겠어요. 여기 5만이라고 되어있기는 한데 “5만명씩이나?” 싶어요. 왜냐하면 삼성이 전북에 와서 신입 공채를 해봐야 몇 명이나 하겠어요. 대부분은 기존에 있던 직원들을 전북으로 이동시키지 않을까요? 저도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은 좀 그렇네요. 이것도 불신의 문제인가.


박공공 : 왜요, 5만명 공채할 수도 있죠(웃음)


임기업 : 저는 유통쪽에서 일하고 싶고, 제 주변 친구들도 꿈이 가지각색인데 만약 삼성전기가 들어와서 5만명 뽑는다고 하면 어쩌죠. 저는 그리로 가야 하나요. 슬프네요. 저 전기 쪽은 하나도 모르는데 큰일이네.


고창업 : 그런 면에서 A(김광수)의원이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단지 전북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또 A의원 말대로 정보가 부족한 건 사실이잖아요. 박람회나 설명회, 강의 같은 거 많이 듣고 싶은데 전북에는 별로 없어요. 무슨 참여자 모집공고 같은 거 뜨면 다 서울이에요. 그래서 예전에 어떤 강의 들으러 서울까지 가려고 했는데, 평일 저녁이더라고요. 정말 만나 뵙고 싶은 사업가가 있었는데 못갔네요.


박공공 :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확실히 정보에서 뒤처지긴 하죠. 게다가 스터디 같은 거를 하려고 해도 많지가 않다보니, 거기서도 경쟁률이 쎄고 교내 스터디는 더 쎄죠. 그래서 저는 공부하겠다고 잠시 휴학하고 서울에 가서 자취한 적도 있었어요. 거기서도 월세며 뭐며 여러 가지로 힘들었죠. 거기서 바로 취직을 했어야 됐는데 잘 안 됐네요. 하아..진짜 전주행 고속버스 의자가 가시방석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아...전북에서 또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임기업 : 그래서 저는 이런 식으로 뭔가 대기업 유치하고, 창업지원하고 무슨 센터를 만드는 것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부터 개선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보도 부족하지만 기회도 부족하거든요. 예를 들어, 공채는 말할 것도 없고 인턴마저도 그래요. ‘채용형’ 인턴이 있고 ‘체험형’ 인턴이 있는데, 웬만해선 거의 다 체험형 인턴이에요. 물티슈처럼 한 번 사용되고 나면 버려지죠. 이걸 법으로 어떻게 제정해서 작작 좀 하게 만들 수 없을까요.
   
박공공 : 여기 C(김관영)의원은 새만금 공약이 있네요. 확실히 전북 쪽은 새만금만 어떻게 잘 하면 영웅이 되겠네요. 새만금 얘기를 벌써 몇 년 째 듣고 있는데, 여기 대체 어떻게 되는 거에요? 얼마 전에 보니까 삼성이 투자 안 하게 됐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이 분(김관영 의원)은 공약에다가 대기업이랑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해놨네요.  

 

고창업 : D(정운천)의원이 전북에다가 삼성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전북에서 떠나버리네요. 이러니까 정치인들 공약을 못 믿겠다는 거죠.


많은 대화들이 오갔다. 그리고 이들과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기자가 물었다. “자, 여러분. 그렇다면 나중 돼서 전북을 떠나실 건가요?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한테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혹시 없으신가요?”


위 질문에 청년 3인방 모두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몰라요. 떠날지 안 떠날지. 떠나게 되면 떠나는 거고, 안 떠나게 되면 안 떠나는 거죠. 아마 다들 그럴 거에요. 여기서 취업성공하면 여기에 있겠지만, 전북에는 할 게 많지 않아요. 전북이 아니라 전주죠. 사실상 전주가 곧 전북이니까요.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경상도든 충청도든 저를 불러주는 곳으로 갑니다.”


“국회의원한테 할 말이요? 저 이번에 투표했습니다. 항상 해오긴 했는데, 이번에는 뉴스에서 투표결과로 난리가 났더라고요. 그거에 대해서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바뀐다는 게 대체 뭐가 어떻게 바뀐다는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감이 잘 안 잡혀서요. 정치인들로 인해서 뭔가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요. 일자리 늘려주겠다고 쿼터제, 청년파크, 새만금산학 뭐 어쩌고 하는데 다 괜찮으니까 지금 하고 있는 거나 제대로 작동시켜 주세요. 국가장학금 같은 거요, 분명 저희 집보다 더 잘사는 친구네가 저보다 더 많이 받아요. 대학생들은 다 알 겁니다. 국가도 뭐 다 사정은 있겠지만 개선해볼 생각은 있으신 건지...테마파크 완공되고 삼성이나 대기업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느니 그거 어떻게든 해결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네요. 제 동생 곧 대학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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