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정치/지방 "우리는 전주시가 버린 전주시민입니다"

항공대대 이전 사업에 반대하는 전주 도도동 일대 주민들의 이야기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2.23 17:58

“도도동 땅에서 벼농사 짓고 산 지 벌써 40년이야. 내 밥줄이잖아. 다른데 가서 못 살지”


지난 1월 15일 전주시 도도동에서 만난 농민 이정용(가명, 57)씨는 기자가 왔다는 말에 한 걸음에 달려와 말을 건넸다. 도도동은 전주시 친환경 농지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드넓은 평야지대다. 만경강을 사이에 두고 익산 춘포면과 맞닿아 있고, 김제 백구면과도 지근거리이다.


사진KakaoTalk_20160223_175153497.jpg

전주시가 강행 추진하고 있는 항공대대 이전사업. 이전 대상지로 결정된 도도동 지역 곳곳에는 항공대대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정용씨는 전주시가 지난 해 2월 송천동에 위치한 항공대대(헬기부대)의 이전을 도도동의 평야로 결정하면서 생긴 시름을 풀고 싶은 마음뿐이다. 헬기 생각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허다하다. 항공대대가 정말 도도동으로 이전한다면 그의 집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울타리가 쳐지고, 하루에 대략 30대의 헬기가 집 위를 지날 것이다. 그가 평생 일구던 논 일부도 수용될지 모른다. 이처럼 중대한 일을 이정용씨는 뉴스를 통해 전해 들었다. 갑작스런 통보였다.


사진KakaoTalk_20160223_175154954.jpg


전주시가 결정한 항공대대 이전 예정 부지는 도도동 주택 밀집지역과 약 100m 거리에 위치할 예정이다.


약 40가구가 살고 있는 도도동은 지금 두 패로 분열됐다. 명절이면 회관에서 모여 함께 떡국을 나눠먹기도 한 도도동 주민들은 전주에서 찾아보기 힘든 집성촌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그 평화는 작년 2월 전주시와 국방부의 일방적인 통보로 깨졌다. 도도동 인근 김제 백구면, 익산 춘포면, 전주 조촌동 등 비행구역 내 마을 주민들은 적극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도도동은 주민들의 의견이 반반이다. 이전에 따른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과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돌면서 의견은 충돌로 번졌다.


“말로 표현을 다 못해. 내 아내는 찬성하는 주민들로부터 명예훼손 고발을 당했지. 대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이웃 동네 사람들은 도도동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못 내니까 돈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해. 하루는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내가 일부 찬성하는 사람들한테 화가 나서 그 말을 한거야. 바로 고발을 당했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됐어”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동네 분위기는 삭막해졌다. 말 한마디 내뱉는 것도 조심스럽다. 하루는 직접 송천동 항공대대 근처를 돌아봤다. 그리고 항공대대가 들어오면 마을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일부 찬성 주민들의 의견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접어버렸다.


“말도 못하게 시끄러워.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땅도 많고, 개발 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더 그렇더라고. 항공대대가 들어오면 우리 집은 딱 100m 거리야. 40년 동안 농사짓고 한 필지, 한 필지 장만하는 재미로 살았어.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엉망이야.”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이정용씨를 찾은 전주시는 지금까지도 왜 이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지. 그동안 왜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는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그의 땅 두 필지가 들어가는데 합의 도장을 찍어달라는 주민센터 직원만 그를 찾을 뿐이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속 터져”


“전주시는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네요”


2월 23일에 만난 206항공대대 도도동 이전 반대 연합비상대책위 국창원 사무국장은 “소외감 때문에 울화가 치밀어요”라고 말했다.


“(확정 발표) 1주일 전에 아는 지인이 도도동으로 헬기부대가 온다는 계획이 있다는 말을 했어요. 깜짝 놀랐죠. 에코시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그리고 확정 발표를 뉴스를 통해 전해 듣고 ‘이 쪽 사람들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진KakaoTalk_20160223_175155556.jpg

항공대대 도도동 이전 반대 연합비상대책위 국창원 사무국장. 그는 조촌동 주민이다. 비상대책위에는 김제 백구, 익산 춘포, 전주 조촌동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만들었다.


조촌동과 익산 춘포, 김제 백구는 항공대대가 도도동으로 이전하게 되면 비행구역에 일부 포함된다. 이 비행구역에는 3개의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확정 발표가 난 후 3월부터 ‘반대대책위’를 꾸려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도도동은 예전부터 변방이었다. 김제시에 속해 있을 무렵에도 그렇고 전주시로 편입된 지금도 도도동 일대는 변방이다.


“농로 포장도 5년 전에서야 마무리가 됐습니다. 개발도 가장 늦고 혜택이라고 하는 것도 없었죠. 그렇다고 이 도도동 인근 지역 주민들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어요. 뭐 개발 좀 해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고 자기 일들을 하며 평화롭게 살았지요. 낙후지역이라고 하면 낙후지역이지요. 그 소외감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곳에 우리 의사는 한 마디 듣지도 않고 항공대대를 이전한다고 하네요”


전주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민들은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 자부심은 전주시민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도동은 전주지역 학생들의 친환경 급식을 위해 사용하는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전주의 미래들을 위해 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주민들에게 ‘소외’는 버림받는 기분과 같은 것이었다.


기자가 만난 대책위 주민들은 하나같이 항공대대 이전을 전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014년 2월 전주시는 당초 이전 대상지였던 임실이 불발되자 전주시 도도동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가 나고 환경영향평가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오는 3월 첫 삽을 뜬다고 한다. 행정의 속도전에 주민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이다. 


“평생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행정의 속도는 너무 빨라요. 폭력적입니다. 여러 절차를 제대로 밟으면 2년이 걸릴 일을 10개월 안에 다 처리하고 있어요. 이렇게 속도를 내니 주민들이 대응할 여력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치 전주시가 군사작전을 하듯이 주민들을 상대하고 있어요”


사진KakaoTalk_20160223_175029787.jpg

반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23일 전주시청에서 주민투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전주시는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수용 예정지의 토지주(90명)과의 보상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3월부터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3일 오전 반대대책위와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전주시가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는데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아는데, 대화를 거부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주민설명회가 작년 4월 16일에 무산되었어요. 전주시는 앞서 4월 6일 항공대대 이전사업 합의각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13일에 국방부가 승인했습니다. 이전 부지와 이전 시기 등 모든 것을 다 정하고 주민설명회를 하겠다는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주민설명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전주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협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충분한 협의를 했다는 전주시 말에 균열이 생기는 답변이었다. 국창원 사무국장은 이렇게 덧 붙였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설명회(2015년 7월 10일 무산)가 있기 이틀 전에 항공대대 이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주민설명회입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전주시가 예견한 3월 착공은 환영받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3월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사진KakaoTalk_20160223_175157037.jpg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김승수 전주시장. 그러나 항공대대 이전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이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