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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국립대 전 총장의 주먹다짐 의혹, 이제는 밝혀져야 합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후보의 폭행 의혹 제기한 전북대 두 교수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6.11 15:15

‘폭력행위’, ‘진상규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진수당 5층 왼편을 무심코 바라보면 여덟 글자로 된 구호가 눈에 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법도 하다. 이곳을 지나는 많은 학생들이 저 구호를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 기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유심히 5층을 바라보자 그때서야 한 학생이 “폭력행위? 학교에 무슨 일 있었어?”라며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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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전북대 진수당 교수동 5층에 게시된 '폭력행위, 진상규명'>

참소리는 두 구호를 종이에 새겨 창문에 붙인 곳을 찾았다. 진수당 왼편 5층에 위치한 교수연구실. 전북대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이강원 교수와 같은 대학 일반사회교육과 정태석 교수 연구실이다.

“2013년 12월 18일 오후 1시 30분께 저 구호를 출력하여 창문에 붙였습니다. 4년 반 동안 한 번도 뗀 적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그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폭력행위, 진상규명’이라는 구호를 두 교수가 마음을 모아 붙이고 1637일의 시간이 흘렀다. 두 교수의 이 작은 행동은 기자가 알기 전까지 언론 등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이 구호를 없애기 위한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퇴직 공로연수를 앞둔 행정직원이 떼겠다는 것을 교수연구실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며 조교가 제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학교 당국도 불편해하는 구호. 두 교수에게 그 내막을 물었다.

“총장 선거를 앞두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총장의 약속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다” 

이강원 교수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뉴스 하나를 소개했다. <전북, 국립대 총장이 교수와 주먹다짐 ‘구설수’>라는 제목의 한 언론사 뉴스 보도. 2013년 12월 3일자 보도다. 그해 11월 18일, 전북의 한 국립대 총장이 음식점에서 교수들과 간담회를 가지던 중 한 교수와 주먹이 오가는 다툼을 벌였다는 보도다. 이듬해(2014년) 가을에 열리는 총장 선거에서 출마를 고민하는 교수와의 다툼이라는 것.

이 교수는 당시 교사 임용 시험 출제 위원으로 합숙하던 중 한 방송사 뉴스 자막을 통해 이 보도를 접했다.
“전북 주요 국립대 총장이라는 자막을 보고 전북대라는 것을 바로 직감했습니다.”

출제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자 해당 보도의 국립대가 전북대라는 것은 소문 등을 통해 쉽게 확인했다. 그리고 보도에 등장한 출마를 고민하는 교수가 00학부 A교수이며, 사실은 A 교수가 총장을 때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당시 총장은 6·13 지방선거에 전북교육감 선거로 출마한 서거석 후보다. 

이 보도 후에 또 다른 언론사는 총장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벌인 음해라는 서거석 당시 총장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서 전 총장은 보도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서 전 총장은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며 당시 일을 전면 부인했다.

“서거석 전 총장이 A교수의 출마를 막고자 하다 행패를 부렸다”

이 보도들이 나가기 1주일 전인 2013년 11월 27일. 서거석 전 총장은 교수들에게 메일을 하나 발송했다. 해당 메일은 차기 총장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면서 남은 임기 학교 발전만을 생각하겠다는 내용. 갑작스런 메일이었다. 당시 만해도 갑자기 이 메일을 서 전 총장이 보낸 이유를 이 교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주먹다짐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당시 주먹다짐의 진위가 흐려지면서 앞선 메일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A교수에게 소문의 진상을 확인했습니다. A교수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도에서 밝힌 만남은 (서 후보가) 00학부 교수들을 불러 모아 이뤄진 것으로 당시 학부 폐쇄를 언급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그래요. 이 모두 A교수의 총장선거 출마에 대한 보복성 발언이라고 A교수는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전년도에 우수 평가를 받은 학부를 폐쇄하겠다고 하니 누군들 납득하겠습니까?”

A교수는 이 교수에게 사건의 전말도 밝혔다. 서거석 전 총장이 학부 폐쇄 발언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교수가 집안일로 자리를 일찍 나서면서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신발을 신고 있던 A교수의 뒤통수를 서 후보가 2~3회 정도 강하게 때렸다는 거예요. 깜짝 놀라 순간 일어섰는데 그때 서거석 전 총장의 턱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합니다. 그러자 상당히 취기가 오른 것처럼 보이던 서 전 총장이 또 다시 행패를 부렸다고 해요.”

A교수는 서 전 총장이 총장 재임시절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교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2014년 가을로 예정된 총장 선거에서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서 전 총장이 이를 막기 위해 학부 폐쇄 등의 압박과 행패를 부렸다고 A교수는 이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서 전 총장은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총장 후보가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 후보가 A교수는 아니었던 것이죠.”

다음 날 서 전 총장은 진단서를 들이밀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A교수에게 항변했다. 그 자리에서 A교수는 총장선거에서 중립을 지켜달라며 맞섰다. 결국 서 전 총장은 A교수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 이강원 교수가 A교수로부터 들은 사건의 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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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거석 전북교육감 후보 공보물>

“교육감 후보의 반 인권적 의혹,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두 교수는 해당 구호를 붙였을까? 두 교수가 이 구호를 창문에 붙이기 전날인 2013년 12월 17일, 서 전 총장은 한통의 메일을 교수들에게 또 발송한다.

‘사실무근인 내용들이 학내에 억측과 소문으로 돌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사실 여하를 떠나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사실무근이라는 서 전 총장의 주장. 두 교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정 교수와 함께 다음 날인 12월 18일 오후 이 구호를 교수연구실 창문에 붙였다.

“그날은 교수회 총회가 있었어요. 서 전 총장이 연설을 하려고 진수당 건물에 오다가 본 모양이죠? 측근들로부터 전화가 오고 떼어달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교수는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계속 붙여놓겠다는 입장이다.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는데, 왜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까? 언론보도가 잘못이라면 정정 보도를 요청해야 하고,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진상조사를 받아야 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총장이 연루된 불미스러운 일. 그러나 언론에도 보도된 이 일을 조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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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서거석 후보가 총장 재임 시절,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

두 교수는 거대한 침묵이 존재하는 한, 전북대의 명예는 바로 설 수 없다고 강하게 기자에게 피력했다. 무엇보다 학교 내 가장 꼭짓점에 있는 인물의 문제를 감춘다는 것,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경험한 한국사회에서 이 문제는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 두 교수의 생각이다.

“총장이 사고를 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그 총장이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더 이상의 잡음을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당시 그 메일은 우리에게는 경고로 들렸습니다.”

당시에 전북대를 비롯한 주요 국립대들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로부터 총장 직선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교수들은 정부의 강압에 의해 직선제가 폐지되는 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점에서 총장 직선제 폐지는 학내·외적으로 갈등을 야기했다. 특히 총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서 전 총장은 보다 신중하고 신뢰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공정한 방향의 총장 선정 방안을 약속한 서 전 총장의 말과 다른 행보에 대해 두 교수는 진상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후보라고 한다면 학내 인권 문제 등에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조례도 만들어진 상황에서 이에 적극 대응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교육감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반인권적 행동을 했다면, 그리고 그 사안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는 상태라면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두 교수는 공식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예상되는 교수에게 행패를 부렸다는 사건의 의혹은 두 교수의 작은 행동으로 불씨가 되어 남아있다. 과연 전북대 진수당 5층 창문에 붙인 ‘폭력행위, 진상규명’이라는 구호를 타의가 아닌 두 교수 스스로 뗄 수 있는 날은 올 것인가? 그 결과를 확인할 시점이 다가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거석 후보를 지난 5월 초 한 방송사 토론회장 앞에서 만났지만 부인했다. 그 자리에서 교수와 벌인 주먹다짐에 대해 물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서거석 후보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므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전달했다.

A교수는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시도하고, 두 교수의 이야기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하지만 A교수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페이스북의 내 계정을 통해 올리겠다”고 했지만, 2주일 가까이 입장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A교수는 오는 가을에 있을 전북대 총장선거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서 후보 측 인사들이 일부 본인을 지지하고 있어) 이 내용이 알려지면 선거에서 떨어진다”는 말을 남겼다.

전북교육공동연구원은 1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대 총장 주먹다짐과 관련한 보도 내용만으로도 서 후보는 교육감 후보로 자격이 없다”면서 “사건 당시 상당수의 동료 교수가 배석한 자리에서 일어난 일로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위계상 신분에 따른 갑질폭력 사건이 아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교육공동연구원은 “서 후보는 사람을 때리는 사람은 절대 교육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연구원의 질의에 당연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면서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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