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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사무공간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청사 출입관리 시스템을 강화시킨 것을 놓고 철회를 위한 전북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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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 전북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전북도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화된 청사 출입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안전을 빙자한 ‘도민 출입통제’ 시스템”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청사 안전 출입관리 시스템’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해 오는 10일까지 시범운영된다. 시설 구축에는 3억원이 투입됐다. 전북도 관계자는 신천지 교인들 난입 등 최근 청내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하자 민원인과 직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은 “도민들의 자유로운 도청사 이용을 막는 출입통제시스템은 그 필요성을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 차별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출입통제시스템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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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사 도민출입통제시스템 즉각 철회 촉구 전북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기자회견문]

불통행정! 차별행정!

송하진 지사와 전북도는 청사 내 ‘도민출입통제시스템’을 즉각 철회하라!

 

전북도청은 지난 4월 27일부터 청사 내에서 『청사 안전 출입관리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시범운영은 5월 10일까지며, 운영 목적은 ‘코로나19 등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고, ‘각종 사건·사고로부터 민원인과 직원의 안전을 보호’다. 이를 위해 3억 원의 예비비를 들여 청사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도의회 청사 및 공연장 연결구에 출입차단장비(스피드게이트) 및 터치식 자동문 등이 설치되었다. 도청 직원들의 경우 공무원증을 인식시키면 차단장비가 열리는 체계다. 그러나 도청 직원 등 소수를 제외한 다수의 도민들과 시민들은 ‘방문목적 확인’과 신분증 제시 후에 방문증을 발급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사실상 안전을 빙자한 ‘도민출입통제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으로 지어지고 운영되는 공공건물은 원칙적으로 시민 모두를 위해 개방되어야 하는 공간이며 특정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북도청사도 마찬가지다. 도 청사는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특정 사람들의 편의가 아니라 도민들을 위한 열린 행정의 입장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재난상황을 끌어들이고, 정식으로 예산항목을 편성하지 않고 예비비를 집행해 이러한 출입통제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도민의 인권보장, 소통과 편의증진을 확대하기는커녕 후퇴시키는 행정 편의적 행태다.

 

안전을 목적으로 청사를 방문하는 절대 다수 도민의 이동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하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 동안 도민들이 도청에 출입하는 것으로 인하여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출입통제시스템을 도입할 정도였는지 송하진 지사와 도청에게 되묻게 된다. 국가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출입통제 방식이 지방자치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출입을 통제할 현실적인 필요성이라는 것도 찾기 어렵다. 결국 도지사에게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통제 목적으로만 활용되기 쉽다. 또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직원 수와 비용의 증가를 가져온다. 그렇게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는가? 절대 다수 도민들의 청사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출입통제시스템은 그 필요성을 긍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며 차별적인 행정이다.

 

장애인 이동권의 관점에서도 차별과 불편이 가중되는 시스템이다. 현재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도 청사 2층 이상을 가기 위한 엘리베이터 이용에서도 비장애인들과 비교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이런 상황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선 출입통제시스템으로 인한 불편함이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현장을 확인했을 때, 차단장비는 전동휠체어 한 대 정도만 드나들 수 있는 폭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다수의 장애인이 함께 이동을 할 때 차단장비 앞에서 혼잡해하는 모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철저히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전북도의 장애인권의식과 감수성이 낙후됐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조치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비상적인 시기에서 등장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재·지변이나 내우·외환을 핑계로 국민의 인권을 제한하고 침해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공권력은 비상적 조치가 필요한 시기를 근거로 강한 규제를 정당화하지만, 그러한 조치가 비상적 상황이 끝난다고 당연히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상적인 시기에 이뤄지는 조치들은 그 상황이 종료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 이 시기에 청사 출입을 제한하고자 하는 전북도의 발상 자체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많은 도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청사 2층의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도와 도민들에게 지역사회의 의제와 이슈를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직접 의사 표현을 통한 여론형성과 전달 역시 직접 민주주의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출입통제시스템 도입이 도민의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제한하는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

 

주민자치와 주민의 접근성을 강조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이 민원과 의견 개진을 위해 자유롭게 방문하고 출입할 수 있는 청사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행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는 더욱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청사의 정보 보호와 안전을 확보를 위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구역에 한정해서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충남도 청사의 경우에도 이전의 전북도 청사처럼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방문명단 작성하는 방안 등을 사용할 뿐 모든 광역지자체가 전북도청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분권국가가 요청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소통과 열린 행정’, ‘인권 행정’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또한 이 같은 행정을 하겠노라고 도민들에게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송하진 지사와 전북도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그 말들의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고 말잔치로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일방적인 말하기일 뿐이다. 도 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인권부서를 운영한다고 ‘인권행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도민들을 대하는 행정의 태도에서 도민들은 소통과 인권이 실천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송하진 지사와 전북도의 불통행정-차별행정을 인권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도민 다수의 차별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도민출입통제시스템을 즉각 철회하라!

 

2020. 05. 04

 

전북도청사 도민출입통제시스템 즉각 철회 촉구!

전북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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