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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시류 편승?'...전북 청소년 시국대회, 진짜 민주주의를 보여줘

구이역 사고,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라는 의견에서 재벌 공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 나와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11.24 10:04

청소년들은 그저 현 시국의 시류에 휩쓸려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23일 저녁 열린 전북 청소년 시국대회는 이를 충분히 증명했다.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시간에 의해 묻히고 있는 사안들까지 환기시키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구이역 사고’, ‘백남기 농민’,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까지 박근혜 정권 시기 희생되거나 비판받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언급을 청소년들은 빼놓지 않았다. 현 시국에 대한 총제적인 발언들이 쏟아졌고, ‘민주주의 회복’과 ‘박근혜 하야’를 다함께 외쳤다.


전북 청소년 시국대회는 23일 저녁 전주 시내 영화의 거리 옆 오거리광장에서 열렸다. 전북과 완주, 익산 35개 고등학교 학생회로 구성된 전북고교회장단연합이 주최한 시국대회는 약 300여 명의 청소년들이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사진으로 도배된 박 터트리기 행사와 고교 댄스팀 비아트리스의 댄스 공연 등 기존 집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시국대회의 백미는 학생대표들의 시국선언문 낭독과 청소년들의 자유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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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시국회의 제공>


“구의역 사고,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처음으로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신흥고 1학년 김현서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정유라는 맞춤형 입시 제도를 만들어 이화여대에 입학을 했으며 쓰레기 리포트에도 학점을 인정받는 특혜를 누렸다. 이와 상반되게 올해 운명을 달리한 정유라 나이 또래의 청년이 있었다. 바로 구의역 스크린도어로 목숨을 잃은 청년이다. 정유라보다 한 살 어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점심마저 가방에 넣어두고 일을 나섰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를 위해, 우리가 말할 때이다. 우리는 그를 기억해야만 한다.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저 멀리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은 진실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위안부 할머니 분들을 잊어서는 안 되며, 정부의 공권력 앞에 무너진 한 농민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성심여고 2학년 조정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출두하여 대면 조사 받을 것을 요구했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박근혜 대통령은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모든 비리와 비선실세에 대해 낱낱이 공개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형식적이고 따분한 사과와 변명으로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본인이 관련된 사실을 인정하고 털어놓으며 하루 빨리 하야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


자유발언에 나선 청소년들도 다양한 관점에서 현 시국을 진단했다.


전주고 3학년 이건우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재계에서 수많은 비리 연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재계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꼬리 자리고 안전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공범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적은 박근혜 너머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나라를 해먹은 자들이다”면서 박근혜 하야와 함께 재벌들에 대한 심판도 촉구했다.


전주고 2학년 김성근씨는 “박근혜 대통령도 눈이 있다면 우리의 투쟁을 보았을 것이고, 귀가 있다면 들었을 것이다. 100만명의 소리와 지금 우리가 내고 있는 소리를, 입이 있다면 이제 말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구의 나라인지”라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말을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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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국대회는 발언이 모두 끝나고 청소년들은 전주 풍남문광장(기억의 광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에서 청소년들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이날 시국대회에 함께한 기전여고 2학년 배서현씨는 “이렇게 정치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이라서 이런 경험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하게 되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바라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이기도 하지만, 하루 빨리 민주주의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심여고 2학년 이가영씨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에 함께하게 됐다”면서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없기에 정치적 발언을 할 기회가 없는데, 청소년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또한 봐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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