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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노동자와 시민들의 목소리 억눌린 박 대통령의 전북 전주 방문

[현장] 선거 개입 의혹 부정하며 찾은 경제 행보에 기업은 있지만, 시민은 없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4.08 21:54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전북 전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이날 방문을 창조경제 활성화 성과를 내기 위한 통상적인 행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박’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더불어 민주당 최형재 후보,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선거개입’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열매가 맺기 시작했다”고 자찬하는 이번 경제 행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청주 방문), 효성 조현상 부사장 등 기업인들이 초청받아 동행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거리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방문하기 직전인 8일 오전, 전북지역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선거개입’이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기업은 환영, 노동자는 불청객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농 전북도연맹, 진보광장 등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16 전북지역 총선공동투쟁본부’는 이날 “민주주의 파괴 박근혜, 새누리정권 심판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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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머문 시간은 단 30분. 이 방문으로 센터는 오전과 오후 상담 업무를 취소했다. 그리고 취소 사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약 30분간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등 기업의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머문 시간은 불과 30분이었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상담서비스 창구는 오전과 오후 내내 열리지 못했다.  


그리고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센터 밖 약 500m 떨어진 전북도청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진행하고자 했다. 도로를 점거하는 형태가 아닌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서 진행하는 선전전이었다.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순식간에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 1초라도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전해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선전전은 경찰의 방해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단체 활동가는 “국민의 목소리는 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막아서는 것이 답입니까? 평화적으로 피켓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을 왜 막습니까? 한 나라의 국민이 그 대통령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권리도 없습니까?”라고 마이크를 잡고 하소연을 해봤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마이크가 동원되자 경찰들은 마이크를 압수할지 여부를 논의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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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경제 행보를 뒤늦게 알고 달려온 시민들은 여러 구호가 적힌 피켓을 준비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제대로 선전을 하지 못했다.


이날 이들이 들고 나온 피켓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빛나는 청춘을”, “비정규직 줄이랬더니 기간을 연장하고, 좋은 일자리 만들랬더니 파견비정규만 늘리네”, “쉬운 해고, 해고의 공포”, “졸속 처리된 테러방지법은 무효다” 등의 구호가 적혔다. 최근까지 논란 중인 정책 이슈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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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톨령의 경제 행보에 노동자들은 그저 불청객 뿐일까? 이들은 사전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500미터 떨어진 도청 사거리에서 선전전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경찰과 협의를 했지만, 경찰은 피켓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도록 사람벽을 세우는 등 사실상 방해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전용차가 도청 사거리를 지날 시간이 가까워지자 차선 통제가 이뤄졌다. 일부 운전자들이 항의를 하자 “행사 때문입니다”는 설명만 할 뿐, 박근혜 대통령 방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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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전북여성농민회 소속 여성 농민들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곳은 박 대통령이 방문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약 1Km 떨어졌다. 경찰은 그럼에도 이곳까지 찾아와 이들의 뒤를 밟았다. 사진 속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이 경찰이다.  


그리고 경찰은 노동자들이 선전전하는 곳을 박 대통령의 전용차가 지나는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 기자의 동영상 촬영을 제지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 현장은 청와대 출입처 소속의 일부 기자들에게만 허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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