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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10년을 일해도 LG유플러스 하청 신입사원, 이 구조는 사기다

직접 고용 제외된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7.06 20:18

“10년을 일해도 하청업체 신입사원, 이 구조는 사기다”

지난 4일 저녁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에 위치한 LG유플러스 호남지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만난 이진출씨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는 LG유플러스 개통 및 A/S 등을 맡고 있는 홈서비스센터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로,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전주지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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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전국을 돌며 직접 고용 쟁취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선별적 직접 고용, 불법파견 피하기 위한 꼼수”

지난 3일 오후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협력사 직원 약 18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LG유플러스가 말한 네트워크 협력사는 이른바 ‘수탁 부문’으로 불리는 유·무선 네트워크 망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는 업체들이다. 희망연대노조는 “원청(LG유플러스)과 한 사무실에서 매일 원청 관리자의 지시를 받고 원청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라며 수탁사 노동자들에 대해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28곳의 수탁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망 관리를 해왔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원·하청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2016년에는 수수료를 40%를 삭감해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에 수탁사 노동자들은 희망연대노조에 지난 2월 가입하여 투쟁하고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수탁사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약속하며 시기까지도 9월 1일로 못 박았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은 수탁사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네트워크 품질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수탁사 직접 고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직접 고용으로 “고객 접점에 있는 네트워크 현장의 인적 경쟁력과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이날 LG유플러스가 자화자찬하며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접 고용하기로 밝힌 ‘수탁 부문’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노동부의 판단이다. 

노동부는 올 초에 국회 업무보고에서 LG유플러스 수탁 부문의 도급이 불법파견 가능성이 있다는 노조와 국회의 이야기를 토대로 실태조사와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근로감독은 현재 발표를 앞두고 있다.

노동부는 유·무선 망을 관리하는 ‘수탁 부문’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연대노조는 “근로감독 결과가 임박한 시점에서 발표를 했는데, 냉정하게 보면 노동부가 불법이라고 지적한 문제만을 고치겠다고 말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고용을 했다는 LG유플러스의 말을 이진출 사무처장이 믿을 수 없는 이유는 이번 직접 고용 발표에 ‘홈서비스 부문’ 비정규직 약 2300여 명의 노동자들들의 직접 고용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외된 홈서비스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014년 3월 말, 노조를 결성하고 4년을 넘겨 직접고용을 외쳤다. 이들은 인터넷 설치에서부터 A/S까지 담당하며 고객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 사실상 LG유플러스의 얼굴과도 같다. LG유플러스가 ‘고객 접점’이라는 표현을 쓰며 수탁사 직접고용을 홍보한 것과 다소 배치되는 직접 고용 제외. 그런 점에서 LG유플러스의 이번 직접 고용 발표는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대한 면피성 직접 고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있으며, 고객들도 우리를 LG유플러스 직원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4년 가까운 이 외침을 외면하는 LG유플러스의 직접 고용 발표를 마냥 환영할 수만 없다는 것이 희망연대노조의 입장이다. 희망연대노조는 “쌍수 들고 환영할 수 없다”면서 “투쟁은 지금부터”라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이진출 사무차장은 “우리가 LG유플러스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LG유플러스 직원이어야 한다”면서 “우리도 정당한 LG유플러스 직원이 돼서 당당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발표에 앞서) 중간착취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한 당사자라면 그 잘못을 고백하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고백도, 사과도, 책임도 없다”고 말했다.

“제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돈 보다 노동자 권리 선택”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현재 홈서비스 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 약 1/3이 가입되어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부터 노조와 대화에 나섰다.

이 대화 과정에서 LG유플러스는 자회사 수준의 복지와 연말성과급 보장 등 처우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원 다수가 이 제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LG유플러스의 제시안과 직접고용 투쟁, 이 두 가지를 투표에 붙였다. 94.79%가 직접 고용 투쟁을 선택했다. 제시안은 불과 3.92%의 선택을 받았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절대 다수가 직접 고용이라는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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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가 만든 홍보물>

“홈서비스 부문도 불법파견, 직접 고용해야”

 

노조는 홈서비스 부문의 원·하청 구조는 LG유플러스의 비용 절감에 따른 피해를 노동자와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진출 사무차장은 “원청은 하청이 맞출 수 없는 성과 지표를 내려 보낸다”면서 “그 지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맞춰 줄 수도 없다. 장비 노후로 바꿔달라고 해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비정규직이 작업 중 사고로 죽어도 LG유플러스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면서 “쉽게 정리하고 간접으로 고용하는 존재로 노동자를 만들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수수료를 원청이 정하는 것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접 수수료를 지급하는 사례, 업무관리시스템을 결국 원청이 만들어놓고 하청을 고용하는 것을 보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면서 “LG유플러스가 수탁사 직접 고용 발표 당시 말한 ‘경쟁력’을 추구한다면 홈서비스 부문도 반드시 직접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최근 이어진 수탁사 직접고용에 대한 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가 홈서비스 부문을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노동부는 지난 2013년 LG유플러스 홈서비스 부문과 비슷한 삼성전자 서비스 부문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전주 홈서비스센터에서 일을 하는 이진영씨는 “(노동부가) 홈서비스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의 직접적인 근로 지휘를 받는 업체가 아니고 협력업체를 두고 있는 하청 노동자라고 본 것 같다”면서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노동부의 2013년 삼성전자 서비스 부문 근로감독이 노동부 고위 인사들이 개입하여 결과가 뒤집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감독관들이 삼성전자 원청에서 최초 작업 지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하청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노동부 고위 인사들이 내용 수정을 지시했다는 것.

현재까지 LG유플러스 홈서비스 부문의 불법파견 여부는 공식적으로 나온 바는 없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단을 노동부가 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상황. 노조는 지난 2013년 삼성전자 서비스 부문에 대한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말은 LG유플러스 홈서비스 부문에 대한 불법파견 여부가 보다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장준 정책국장은 “원청인 LG유플러스가 협력업체에 노조와 비노조 현황을 매월 보고하라고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도 하고 있다”며 결코 LG유플러스와 협력업체의 관계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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