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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뉴스 프로와 아마 따로 없는 인터넷 만화가들

최인화( toritoon@email.com) 2002.10.27 19:05

인터넷으로 데뷔하고 독자층 형성한다

어렸을 적 만화가가 되고 싶어했던 나는 프로가 되기 위해 동호회를 만들어 실력을 닦고 동인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각종 만화공모전에 공모하거나, 유명작가의 문하생이 되는 방법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길을 고민했었다.

내가 그린 만화를 여러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만화계에 진출해야 하는데, 그만큼 만화계로 진출하는 문은 좁았고 성공의 길은 보장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기존의 한계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듯 하다.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거나 단행본을 출간하지 않아도 자신이 그린 만화 한컷에 울고 웃는 고정독자를 확고하게 잡고 있는 인터넷 만화가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는게 힘들면 '씨바~' 한번 외쳐봐 "해머툰"

30대 초반의 노총각 프리랜서로 보이는 해머씨의 만화, 해머툰. 고대 원시인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해머씨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들은 "캐릭터와 정말 똑같이 생겼어요"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한다.

해머툰의 소재는 그다지 광범위하지 않다. 인생 살기의 괴로움, 금연 경험담, 끊임없이 자신을 갈구는 절친한 빨강머리 친구와의 투닥거림 등 일상에서 터져나오는 에피소드들을 만화적 꾸밈을 집어넣어 표현한다.

그런 해머툰이 재미있는 이유는 내 정신과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누구보다 세심하게 관찰하며 만화적인 과장을 섞어 폭소를 만들어내는 만화의 전형에 충실한 표현법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웅웅거릴 때 해머씨의 머리는 툭 갈라지고 그 속에서 조그만 아기 해머씨가 나와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내 머릿속에 뭔가 들어서 내 머리를 꼬집는 것 같애"

해머씨는 붉은악마의 열풍속에서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는 평범한 소시민이며 원조교제, 소리마다 폐쇄 등 사회적으로 공감할 만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크게 "씨바~"라고 거침없이 욕을 퍼부어 준다. TV 뉴스를 보며 "저런 죽일 놈이 다 있나"라고 중얼거리는 보통의 우리네들처럼.

작가 홈페이지 : http://www.toons.pe.kr










'귀차니즘'의 전도사, 스노우캣

앞에 말한 공모전을 통해 데뷔하지 않은 스노우캣의 작가는 KACL(한국아마추어만화세상)의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스노우캣을 처음 선보였으며(처음엔 coolcat이었다가 저작권 문제로 스노우캣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그 후 만화가로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영화잡지 film2.0 등에 영화만화를 연재하는 등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똘방진 눈에 시니컬한 캐릭터의 이 고양이는 20대 중반의 프리랜서이며 영화를 좋아하고 혼자지내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성격을 반영한 듯 보인다. 물론 요즘 20대의 전반적인 놀이문화와 닮아 있다. 그것이 많은 독자(네티즌)들이 스노우캣의 생각과 행동에 공감하게 되는 이유이다.

스노우캣의 캐릭터는 인터넷의 특성을 활용한 지속적인 서비스를 통해 더욱 돋보인다.스노우캣의 개인작가 홈페이지는 게시판 조회수로 추정해볼 때 한컷에 4~5만의 조회수를 확보하고 있는데 온라인에서의 이런 붐의 요인은 내가 봤을 때는 바로 다이어리(일기) 만화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드러내기를 즐긴다. 그래서 인기있는 게시판 형식이 '일기장'이다. 쓰는 이는 하루하루의 일기를 지면 대신 온라인을 활용하고, 일기를 보는 이는 '훔쳐보기'의 재미를 즐긴다. 이런 일기가 '만화'로 되어 있다면 더욱 즐겁겠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스노우캣의 일상을 만화로 훔쳐보는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로 오늘도 스노우캣의 홈페이지는 북적댄다.

작가 홈페이지 : http://www.snowcat.co.kr

시사에서 변태물(!)까지, 잡식성 작가 강도영



강도영이라는 작가를 어디에서 봤더라? 어라? 오마이뉴스에 미군장갑차 두 여중생희생 사건을 만화로 멋지게 표현했던 작가잖아! 엇! 그러고 보니 전교조 신문에서 만평을 본적도 있고... 아니! 각종 게시판에 퍼온 그림으로 유명한 바로 그 '변태만화' 작가 아냐!!

'강도영'이라는 이름을 듣고나서 연결되는 기억속의 만화들... 이 작가는 한마디로 표현해 '잡식성' 작가이다. 시사만화, 종교만화, 광수생각식 만화, 스포츠신문용 야한 만화 등등 단행본 출간형태의 만화를 빼고는 접근을 시도하지 않은 만화가 없다.

작은 기업 홍보용 만화 그리기도 서슴치않고 정말 닥치는 대로 그려가며, 작가가 만화를 그리기 위해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이런 노력들이 빛을 보여 요즘 작가의 홈페이지인 강풀닷컴(http://www.kangfull.com)은 밀려드는 접속자들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강도영의 만화가 인기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다. '똥'과 '방귀'에 얽힌 사연들이 종종 있는 '지치지않는 물음표'라는 코너의 일상의 생각을 다루는 만화는 작가 자신의 사연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사연도 만화로 그리고 있어,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자기 얘기도 만화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조금 더 인기작가가 되더라도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겠다'며 강조하는 강도영 작가의 인기는 그 자신의 노력이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듯 하다.

작가 홈페이지 : http://www.kangfull.com

나가며

언급한 세 작가들 외에도 인터넷 만화가들은 많이 있다.

한겨레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장현실'이라는 작가가 이혼녀인 자신과 장애를 가진 딸의 이야기를 때론 예리하게, 때론 따뜻하게 다루며 세대를 가리지 않는 고정독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프로작가 양영순의 '아색기가', 정연식의 '또디'와 같은 만화들은 연재하던 스포츠신문에서보다 인터넷에서의 입소문과 그림퍼올리기로 매니아팬들을 불리고 있다. (그리고 또 오늘도 열심히 만화를 그리며 인터넷과 만화계에 자신을 드러낼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있지 않은가)

이 작가들이 인쇄물이 아닌 웹에만 자신의 만화를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며 경제적으로 밥벌이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집(홈페이지)을 자신의 손으로 다듬어놓고 독자들을 초대해 함께 즐긴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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