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한줄뉴스 시민들이 캠코더를 드는 그날까지

최인화( toritoon@email.com) 2002.11.03 11:08

제2회 전북 퍼블릭액세스 영상제를 다녀와서...

참 고민이 많다. 도대체 퍼블릭액세스라는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짧게 풀이할 순 없단 말인가? 이 단어의 의미는 ""방송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이다. 그렇다고 공중파방송에 시민들의 영상을 담고, 매체를 읽고 제작할 수 있는 영상 및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운동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표현이다.

제2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의 고민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퍼블릭액세스, 쉽게 다가가기

7~80년대 독립영상제작으로부터 시초를 찾을 수 있는 퍼블릭액세스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자기 이름을 갖고 시작된지 이제 3~4년. 그 동안의 노력으로 서울 미디어센터가 설립이 되고 KBS 열린채널에 일정하게 영화를 배급하는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지역에서 퍼블릭액세스는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지역의 사회단체, 영상관련 단체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던 몇개의 지역영화제들이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지난 2~3일 전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주최로 전주한솔문화공간에서 치러진 제 2회 퍼블릭엑세스영상제에서 만들어진 작은 시도는 바로 지역영화제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년간 지역영화제들의 경향은 서울에서 치러지는 영화제에서 테잎을 받아 와 지역에서 상영하는 하청형태에서 독립적으로 지역영상을 발굴하고 영상인력을 육성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시민영화제, 전북여성영화제 등이 영화제를 공모와 시상의 형태로 가져가며 지역영상인력의 참여를 도모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제의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한 영화제에 공모됐던 작품이 다른 영화제들을 돌고 도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지역영화제들의 만남의 자리에서 나온 제안은 ""그렇다면 지역에서 작품을 만들어 공모할 수 있는 영상인력을 공동으로 발굴해보는 것""이었다. 각자의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느낀 어려움으로 제안된 이 내용은 곧 퍼블릭엑세스운동의 구체적인 발걸음이 될 것이다.


여고생들의 힘

2회 퍼블릭엑세스 영상제에 출품된 작품을 보면 ""여고생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뛰어난 영상미와 완성도를 갖추었지만 전북여성영화제 수상작이어서 수상작에서 제외된 [Age 19 1/2]의 김동주 감독은 전주근영여고에 다니는 고등학생이고, 시사성을 띄고 통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 대상을 거머쥔 [작전 1호]의 '영생영사' 역시 수능시험을 며칠 앞둔 고창여고생이었다.

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하며 영화인의 꿈을 키워온 이 여고생들은 서울에 있는 방송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한다. 젊은 영상인력들이 길을 다지기에 전주는 너무 척박한 것일까?


캠코더를 드는게 전부는 아니지만...

'시민이여 캠코더를 들어라'
2회 퍼블릭엑세스 시민영상제의 모토이다. 물론 시민들이 캠코더를 드는 게 전부는 아니다. 캠코더에 담은 영상을 담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다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이런 영상들이 배급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나아가 이것들이 실제 기성의 미디어에 압력을 가하고 새로운 미디어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힘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어떠랴.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영상을 만드는 시민들이 한층 늘어나게 된다면 한발 더 나가는 것쯤은 문제가 아닐건데... 지금은 시민들이 만든 즐거운(때론 심각한) 영상을 함께 나누는 것도 아주 충분히 좋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