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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뉴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의 인권

평화와인권( onespark@chollian.net) 2002.10.07 16:12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고, 국가의 실정법질서가 그것을 명백히 인정하고 있느냐를 묻지 않고 인정되는 권리라는 뜻에서 초실정법적 권리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은 모두 인권에 속하는 권리들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위한 모의고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 그 실행을 위한 작업들을 착착 진행시켜 나아가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교원단체들과 학부모단체들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이를 대비한 각종 과외공부가 붐을 이루고 사설학원은 사설학원대로 큰 대목이라도 만난 듯 강좌개설과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라

그러던 와중에 나는 얼마 전 우연히 텔레비전 뉴스를 시청하다가 이상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인터뷰하는 말을 들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 그 효과를 측정해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
냐?""라는 것이 이 문제에 관한 장관의 기본생각이었다.

그건 장관이 아니라 누구라도 말할 수 있고 지닐 수 있는 단순한 사고였다.

장관의 시각에서 볼 때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학력평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인 셈이고, 그런 사람들은 한 마디로 학습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미 두루 아는 바이지만, 한국의 학교교육과 입시제도는 인간의 전인격을 도야해 주는 곳, 학습자의 학습효과와 학문능력을 평가하는 제도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우리의 아이들은 동이 트기도 전에 무거운 가방을 들거나 등에 메고 집을 나서서 깊은 밤이 되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선진국 교육현장의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젖어본 아이들의 입에서는 '한국의 학교는 지옥'이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학교 정규수업시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학생들을 학교에 묶어 두는 것이 교사들에게도 과히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약간의 수입이 생길 터이니까.

이 때문에 여러 교원단체들 중 그 어떤 단체도 정규수업 후 학교 내 학습을 폐지하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외치지는 않는다.

존엄성과 창조력 갉아먹는 초등교육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막가파식 교육을 시켰으면 그럴싸한 결과라도 나와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초·중등교육의 강도는 날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데,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뜻있는 교수들의 우려이다.

도대체 그 많은 세월 동안 어린이들이 무엇을 읽었는지,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고능력의 단순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의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하겠다는데, 이에 대한 어린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교육인적자원부 관료들, 교원단체들, 학부모단체들은 그들의 소리에 한 번 귀기울여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존재들은 아니지 않은가? 어린이들을 조기에 치열한 경쟁교육으로 몰아넣을 때,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이를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인성계발에는 어떠한 이로움이 있으며, 그들의 실력향상에는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는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도 우리 헌법이 말하는 '인간'이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존엄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국가권력에 의해서 물적 재화처럼 다루어져서는 안되고, 국가권력이나 어른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들에게도 자신들의 문제에 관하여 토론하고 말할 권리가 있고,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집회를 할 자유가 있다.

학력평가에 관하여 그들의 의견을 물어 보면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육관료나 교사 또는 학부모가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인성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기성세대가, 국가가, 교사가, 학부모가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강요된 12년 교육 효과-말없는 대학생들

우리나라 현대교육의 역사 수십년 동안 국가와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그 결과 한국의 대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전혀 입을 벌릴 줄 모르고 강의시간 내내 침묵만 하고 있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어린이들의 개성 죽이기 교육, 창조력 죽이기 교육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 그 효과를 측정해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왜, 언제, 어떻게'라는 기본적인 물음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물음은 어린이들과 공유하는 물음이어야 한다.


- 김 승환 /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출 처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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