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문화 별꼴을 다 봐 진짜!

여은정( antiu@jinbo.net) 2002.11.18 11:05 추천:2

당연히 받아야 할 퇴직금인데...

바람이 부는 군산 시내의 한 복판.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기다린다. 며칠 전에 걸린 코감기에 머리도 띵하고 눈에 열도 난다. 몸도 안 좋은데 오늘은 그냥 얌전히 무게 잡고 있어야지.

택시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한 젊은 학원강사와 그의 어머니가 함께 내린다. 간단히 서로를 확인하고 학원으로 향한다.

오전이라 그런지 원장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우리가 들어서자 잠시 앉으라고 하더니 돈은 안주고 대뜸 학원강사에게 잔소리를 해댄다. "선생, 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뭐 어쩌구 저쩌구....." 잔소리 할 것 같아서 동행 하라던 황선배의 말이 딱 맞군.

그 쯤에서 내가 "아...그만 하시죠? 여기까지 올 때는 뭐 이런 이야기 들으려고 온 것도 아니고 서로 불편하니까 돈이나 얼른 주세요." 했더니 이 교양있게 생긴 아줌마가 날더러 나가 달란다. 그러면서 노동부에서 왔냐고 한다. 노동부는 아니고 노동부보다 훨씬 노동자 편에서 일 잘하는 노동자의 집이라고 했더니 대뜸 어디에 있냐고 그런다. 어디 있는지 알아서는 뭐하게 하려다가 대충 군산에 있는 성당에 있다고 했더니 웬 신부님을 아느냐고 물으며 자신이 신자임을 밝힌다.

그러면서도 계속 뭐 어쩌구 저쩌구... 선생은 똑똑하니까 하면서 또 잔소리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퇴직금을 안주거나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가 어떤 법적인 처벌을 받는지를 알려주니 이 아줌마가 내심 놀랐나 보다. 본인은 몰라서 그랬노라며 발뺌한다.

강사 어머니랑 통화할 때는 지금껏 학원 운영하면서 퇴직금 준 역사가 없다고 큰 소리쳤다고 하더만. 금새 꼬리 내리는군.

그래도 이 사장님 끝까지 잔소리 한다.
"선생, 젊은 사람이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돼... 궁시렁 궁시렁"
"아! 원장님, 당신이나 잘하셔? 학원 운영하시려면 법 조항도 잘 아셔야 해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 원장 우리가 다녀간 뒤 노동부에 가서 알아봤나 보다. 그리고는 계속 황선배에게 전화해서 나랑 상담을 하고 싶다고 그랬단다. 그래서 전화했더니 이 양반 날더러 우리 사무실로 와서 상담을 하겠다며 위치를 꼬치꼬치 물으며 꼭 한번 찾아갈 테니 각오하고 있으라는 식이다.

올 테면 오세요. 뭐, 두려울게 있다고...아, 근데 왜 나더러 몇 학번이냐고 묻냐구? 기분 나쁘게. 진짜..하느님, 이럴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화를 받고 난 후 솔직히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당연히 줘야할 퇴직금을 안 주고도 그렇게 당당한 사장과 당연히 받아야할 돈을 받는데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 있던 그 강사... 이건 뭐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된 거지.

오, 하느님 우리의 어린 양들(이런 파렴치한 원장님과 카톨릭 병원의 신부님같은)을 굽어 살펴 주소서. 아멘.

그 날 나는 너무 열받아서 순돌이 곱창집에 가서 맥없는 당근을 잘근 잘근 씹으며 막걸리를 연거푸 마셨다. 에이, 더러운 세상.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