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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뉴스 대책없는 주5일근무제, 누가 더 괴로울까?

oioi( oi_52@jinbo.net) 2002.09.23 16:40 추천:1

반갑지 않은 비정규직


- 생리휴가? 아휴, 한번 사용하려면 엉덩이를 까 보여야 한다니깐!
- 연월차 휴가? 젠장, 있으면 뭐해? 쉴 수가 있어야지!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 그리고 용역회사 노동자들에게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휴가가 있을 수가 없다.

왜? 내가 일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내 대신 일을 해야 하니, 연 월차 휴가나 생리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얼마전 미화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여름휴가를 3일 따냈다(?). 그런데 막상 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왜? 3교대나 12시간교대, 24시간 격일제 근무자는 회사에서 대치인원을 배치해 주지 않으면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절대로 대치근무자를 대주지 않는다. 왜? 대치근무자를 하루 일당으로 고용할 때는 최소 4-5 만원은 주어야하지만 있는 사람이 근무하면 2-3만원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간 차별 낳는 유급휴가

이것이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급휴가 현실이다. 이렇듯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일을 시킬 수가 있으니까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워낙 임금이 낮으니까 연 월차,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수당으로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발표된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정부입법안'을 보면 일요일을 무급휴일로 하고 생리휴가를 없애고 연 월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당으로 주지 않겠다고 한다. 더군다나 연장, 야간, 휴일근무에 대한 시간급 수당을 반으로 줄인다고 한다.

이 말은 전체노동자의 58.6%에 달하는 30인 미만 업체 800여만 노동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은 연장근무, 휴일근무, 연월차휴가 대신 근무를 하면서 그나마 수당을 받아 생계에 보탬을 했는데 정부의 법안대로라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각종 수당이 없어지고 연장, 휴일근무를 해도 수당이 적어지니 결국은 월급이 팍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휴가 무급이 되면 월 52시간급이 줄어들어 시간제, 일급제, 도급노동자들의 경우 20.3%의 임금이 삭감되고 여기에다 연월차수당, 생리수당 등이 없어지면 15%가 또 삭감된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면 현행 514,150원이 40만원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행 임금에서 22% 삭감 효과

반면 대기업노동자들은 법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각종 휴일에는 어김없이 쉬고 있으며 여름휴가비를 받으며 일주일씩 휴가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종사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하여 회사에서는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회사별로 보너스경쟁까지 벌이며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고 있다.

물론 주 5일만 일해도 지금껏 받아왔던 임금은 보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소속 노동자들은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어도 연월차 일수가 줄어들어도 당장 피부에 와닿을 고민이 없다. 굳이 있다면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일요일날 무엇을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낼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정부안대로 연월차 휴가를 대폭 축소하고 미사용 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이 되지 않는다면 중소, 영세, 비정규직노동자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주5일 근무제도입’에 있어서도 30명 미만 사업장의 80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한조차 없는데 대통령이 명령할 때를 기다리라니(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 언제, 어느 대통령이 800만 노동자들을 위해 주 5일 근무제를 명령할지는 미지수다.

결국은 금융, 보험, 공공 등 1000명 이상인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인심쓰듯 법으로 보장해 주는 ‘정부의 주 5일 근무제’(이미 큰 회사는 자체적으로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는 장시간 일하고도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임금을 받으라'는 '형벌 아닌 형벌'이다. 점잖게 말하면 이번 정부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노동착취를 강화하고 노동자내부의 차별을 통해 노동귀족층을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지만, 우리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런 음흉한 내숭에 기죽지 않는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 정부의 법안이 어떻든 우리는 일한 만큼 생활임금을 악착같이 올릴 것이며, 남들 다 쉬는 국경일, 공휴일에는 어김없이 모두 동시에 쉴 것이며 단체행동을 통해 유급휴가를 왕창 늘리고 각종 수당을 수십개나 신설할 것이다.

같은 일, 같은 임금, 같은 휴일

그리고 회사가 어찌되던 일요일에는 3교대건 12시간 맞교대건 무조건, 일제히, 다 쉴 것이고 연월차, 생리휴가도 같은 날 동시에 모두 사용할 것이다.
그럼, 누가 괴롭겠는가! 우리보다 먼저 쓰러지는 것은 누구이겠는가!

- 나 미리 / 전북지역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출처 평화와인권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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