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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뉴스 [책소개] 신부님 그만 우세요!

comcum( ohdh21@hanmail.net) 2002.11.01 18:17

최종수신부 첫 시집, 따뜻한 세상이야기<지독한 갈증>

"나는 카나다에서 효순이와 미선이를 위해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분노 때문에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지팡이를 짚고서 혼신을 다해 투쟁하시는 아버님같은 신부님과 동지들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고난의 현장, 민족의 십자가를 벗어놓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몇 번이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캐나다에서 10월 15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오후2시에 있는 '반미연대집회' 3주년 행사에 참석한 최종수신부의 말이다. 최종수신부는 지난 2001년 2월부터 캐나다 피터보르에서 동포사목을 맡고 있다가 시집 <지독한 갈증>출판을 위해 잠시 한국에 왔다. 이 집회 참석을 위해 캐나다에서 시간을 맞추어 온 것이다. 이 반미연대집회는 문정현신부, 최종수신부 등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이 제안하여 1999년 10월 처음 시작하여 3년이 된 것이다. 최종수신부로는 잊지 못 할 집회인 것이다.

최종수신부는 집회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지들과 뜨거운 포웅을 하며 인사를 나눈다. 그러다 한 대학생이 들고 있는 사진을 보더니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줄줄 울고 있다. 두여중생이 죽은 현장의 사진이다. 눈물 때문에 사람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다. 얼마나 우는 지 옆에 있는 사람이 휴지를 건네며 "신부님 이제 그만 우세요!" 달래듯 이야기한다. 이렇게 최종수신부의 한국방문은 눈물로 시작되었다.

이번에 발간한 최종수신부의 첫 시집 <지독한 갈증>은 국내외에서 현장 활동을 통해 얻어진 체험적인 경험을 서정적으로 승화시킨 60여편에 달하는 시로, 보고서와 같은 형식의 시편들이 주류이다. 그것은 신부로서 바라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사회가 발달해 갈수록 더 소외되고, 사회 중심부로부터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의 삶을 감정적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지독한 갈증>의 저자 최종수신부에게 있어서 시란 곧 사회참여이며, 참여 속에서 얻어진 체험이다. 그리고 그 체험에서 파생되어 나온 사상만이 진정한 시가 아니겠는가 반문한다. 그러면서 탁상공론으로 얻어진, '체험이 없는 시'를 과감히 기죽인다.

그는 독감을 앓고 누워있으면서도 "누군가를/더 사랑하라며 타오르는/몸뚱이,/누군가를 더 그리워하라며/타오르는 불길! (『독감1』) 이라고 중얼거린다. 천상 시인이면서 사제인 것이다.

이는 사제신분인 그가 열한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치병으로 어머니마저 떠나 보낸 아픔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이 같은 사회 전반의 모순된 불평등을 찾아 고발할 수 있었던 데는 그만의 독특한 사회참여와 활동, 그리고 태도에서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독한 갈증>에 수록된 60여 편의 시를 모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흔적으로 채우고 있다. 순간의 아름다운 찰라나 어떤 깨달을 얻어 시를 쓴것도 아니다. 다만 삶이 주는 도전과 투쟁에서 얻어진 것, 그것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전쟁같은 삶을 고스란히 도려내 시를 써 낸 것이다.

투쟁만이 희망이라고 믿는
사람,
그 삶이 역사다
-『역사』전문-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신부, 그는 참 열심히도 싸웠다.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장에서, 만행을 규탄하는 군산 미군부대앞에서, 어디에서 그처럼 지칠 줄 모르는 힘이 나오는 것일까. 어찌 힘들지 않았겠는가, 여기 신 앞에 나아가 기도드리는 시인이 있다. 모든 고통받는 이들 속에 들어가 그 짐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이 있다."

책발간을 축하하는 박남준시인의 말이다.

이처럼 최종수신부는 이번 첫 시집을 통해 " 이 사회속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지독스러운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고함을 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만금 갯벌을 막는,
동진강
만경강
서해안의 똥구멍을 막는
강아지 똥구멍 막히면




동반자살이다
- 『새만금』전문 -


최종수신부는 1964년 전북 임실 오수에서 출생했으며, 1992년 광주가톨릭대학을 졸업했다. 1996년 사제서품을 받고, 1999년 김제 수류성당 주임신부를 역임했으며, 현재 캐나다 피터보르 동포사목을 맡고 있다. 또한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집행위원장과 불평등한 소파개정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산문집 『첫눈 같은 당신』과 이번 첫 시집 『지독한 갈증』이 있다. 11월 12일 (화) 오후7시 서울 정동프란치스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13일 캐나다로 다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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