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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해강 단죄비 설치 등 일제잔재 청산 ‘앞장’

전주시, 29일 덕진공원에서 김해강 시비 옆에 친일행적이 담긴 단죄비 세우고 제막식 개최

황의선( icomn@icomn.net) 2020.09.01 14:11

전주시가 110년 전 일본에 국권을 상실한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친일시인의 행적을 알리는 단죄비를 세우고 일본이름으로 된 공적장부를 정비하는 등 일제잔재 청산에 나섰다.

 

전주시는 29일 제110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아 덕진공원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지부장 김재호)와 광복회 전북지부(지부장 이강안) 회원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친일행적을 알리는 ‘김해강 단죄비’의 제막식을 가졌다. 경술국치는 일제가 한일합병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공포한 1910년(경술년) 8월 29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날 시와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광복회 전북지부는 덕진공원 김해강 시비  옆에 친일행적이 담긴 단죄비를 세우고, 행적을 낭독하는 등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힘썼다. 이는 김해강 시인이 ‘전북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작사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에서 존경받는 문인으로 평가돼왔으나, 일본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시인 ‘돌아오지 않는 아홉장사’ 등을 비롯한 친일작품을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복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는 토지·임야대장 등 공적장부에 존재하는 일본식 이름의 공부를 정비하는 ‘공적장부 일본이름 지우기’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공적장부에 일본식 이름으로 남아 있는 일본인, 일본기업, 창씨개명자의 귀속재산을 찾아내 국유화하는 게 핵심으로, 시는 오는 9월까지 제적등본과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 총 250건에 대한 조사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는 창씨개명 기록이 있는 공부의 실제 토지 존재유무를 파악한 뒤 △공부정비 △창씨개명 정리 △공공재산에 해당하는 필지 등으로 분류해 조달청에 통보키로 했다. 특히, 일본식 이름으로 등재된 재산은 창씨개명 이전의 성명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공부를 정리하고, 이외에는 조달청을 통해 단계적으로 국유화 처리키로 했다.

 

이에 앞서 시는 일제가 남긴 치욕스러웠던 역사를 잊지 않고,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김해강이 쓴 ‘전주시민의 노래’를 폐지했다. 또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 창업자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을 따 지은 ‘동산동’의 명칭을 ‘여의동’으로 변경했다. 일제강점기 다가교에 세워진 일본 건축양식의 석등에는 안내판을 설치했으며, 중노송동 기린봉 초입에는 명성황후 시해를 도운 이두황의 단죄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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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친일잔재의 흔적을 지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후손들에게 부끄럽고 치욕적인 역사를 널리 알려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민간단체와의 긴밀한 협조체계 속에서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폐지된 전주시민의 노래 또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연내 공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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