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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MeToo와 성평등 외친, 세계 여성의 날 전북여성대회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만들자"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3.09 00:33

법정기념일로 지정되고 맞이하는 ‘첫 번째 3.8 세계여성의 날 전북여성대회’는 111년의 역사를 기념하기보다는 현재 한국 여성이 처한 현실과 삶을 말했다..

8일 오후 전북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앞에서 개최한 전북여성대회는 33개의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마음을 모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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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촛불을 경험한 민주주의는 형식적 정의와 평등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면서 “특히 성차별을 성평등으로 바꿔야 하며 그것이 바로 ‘미투(#MeToo, 나는 말한다)운동이고 이번 여성대회의 주제인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다”고 여성대회 앞서 포부를 밝혔다.

성폭력 문화 앞에서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외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도 연극계와 시민사회, 대학가 등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각 영역의 미투가 그 영역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2차 가해와 가까운 이야기들도 존재하지만,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을 지지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흐름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여성대회를 조직한 단체들도 미투와 위드유(#WithYou)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함께 하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구호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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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경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이제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외침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성차별과 성적대상화, 침묵을 요구하는 사회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사회와 국가가 책임 있게 미투 운동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거리의 구호가 아닌 개인의 삶을 바꿔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여성대회에서도 미투 운동은 이어졌다. 문화공연을 위해 나온 수수씨는 전주에 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를 고백했다. 20년 만이다.

“제 가족 중 교사가 있었는데, 동료교사의 성폭력을 양심선언 했습니다. 그 후, 전북지역 교사들의 항의 전화가 집으로 자주 걸려왔습니다. 이 사건을 겪고 나서 전주에서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이야기하면 어느 누구도 여성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 교사들도 쉽사리 양심선언을 한 사람 옆에 있어주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이곳 경기전 근처에는 마지막 옹주님이 사셨습니다. 옹주님이 쓰레기를 내 놓을 때쯤 (제가) 지나가면 성기를 내놓고 맞이하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버스를 타면 제 어깨에 자기 성기를 문지르는 아저씨도 기억납니다. 전주 곳곳에 사실 제가 겪은 성폭력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딱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제발 미투와 위드유 해시태그가 없어져도 모든 여성이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낙태죄 폐지, 성매매 반대 등 여성 현실을 미투하다”

올해 전북여성대회는 세계 여성의 날이면 빠지지 않았던 ‘빵과 장미’가 들어간 구호가 줄었다. 그 자리에는 한국사회 여성의 삶에 무게가 실린 구호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사회 여성의 위치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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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의학수다 ‘언니들의 병원놀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로운씨는 낙태죄 폐지를 이날 주장했다. 이씨는 “초 저출산시대를 겪고 있는 한국은 여성들에게 낙태란 씻을 수 없는 상처, 살인이라고 가르치며 죄의식을 갖게 만들고 있다”면서 “국가의 의도에 따라 낙태라는 일이 다르게 해석되고, 때에 따라 낙태죄가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낙태죄가 53년에 제정됐지만, 60년대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하여 그 일환으로 ‘낙태버스’가 공공연하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을 이야기하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여성의 몸은 국가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면서 “제 자궁은 국가의 통제 대상이 아니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택이며, 생존이며, 또 각자의 삶이다. 여성은 더 이상 출산의 도구가 아니다”며 낙태죄 폐지를 다시 언급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최선 활동가는 “성매매 현장에서 성폭력은 학습되고, 실천되며, 재생산된다”면서 “여성을 인격으로 대우하지 않는 이 성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활동가는 성매매를 ‘강간문화’라고 말하며, “강간문화의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면서 성매매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김익자 전북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은 전 연령대의 일하는 여성에게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일하는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여기며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 용인되는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상사가 성추행을 해서 회사에 알렸더니 상사는 퇴사하고 자신에게는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를 내리겠다고 하는 회사.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 등의 피해를 알리면 징계로 되돌아오는 현실이다. 실제로 평등의 전화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중 63%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고백한 통계가 있다. 김 사무국장은 “뿌리 깊은 성차별과 불평등의 결과 중 하나”라면서 “성차별적인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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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은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가해자들의 태도에 대해 말했다. 권 센터장은 “최근 가해자들이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과는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식의 도의적 사과의 형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사과는 기본적으로 연애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지고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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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북여성대회는 3·8 여성선언으로 마무리됐다. 여성선언을 통해 “변화에 대한 열망은 거세다”면서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세상은 끝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가능케 했던 남성 중심 사회 구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참가자들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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