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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음성 성매매가 늘었다고요?"

[연재]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 기념토론회 - 성매매방지법과 풍선효과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9.19 14:43

성매매방지법이 오는 9월 23일 시행 10주년을 맞이한다.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는 성매매여성의 인권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성매매산업 해체 운동이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졌고, 그 결과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성매매방지법 10년’의 성과와 한계 등을 되돌아보는 의미로 16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 기념토론회’를 열었다. 참소리는 4회에 걸쳐 이날 토론회에서 중요하게 제기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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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지난 16일 전주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오해와 앞으로 과제 등이 논의되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장이 성매매방지법 시행 10년이 지난 현재를 조망하고 반성매매운동의 과제 등을 짚었다. 정재원 국민대 교수는 성구매와 남성문화의 연관성을,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언론을 통해 재현되는 성매매’라는 주제로 지역 언론의 성매매 보도 형태에 대해 분석했다. 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해 짚었다.


 연재 순서

1.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음성 성매매가 늘었다고요?
2. 지역언론의 성매매 보도 형태 – 성매매는 필요악?
3.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성매매방지법 전면개정이 필요한 이유
4. 반성매매운동을 지역사회와 함께 



“성매매방지법 풍선효과로 신·변종업소 늘었다고요?”


<성매매방지법>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알면서 외면해 왔던 성매매산업의 실체가 어린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가면서였다.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 참사로 21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사방이 벽인 상황에서 성매매를 강요받았고, 자유와 인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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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29일, 개복동 유흥업소 '대가' 건물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 당시 화재로 14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의 화재로 성매매의 반인권적인 현실이 알려졌고,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단초가 되었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그 자유와 인권을 살리고자 만든 성매매방지법. 신박진영 센터장은 “법 제정 후 가장 큰 변화는 ‘당사자’ 운동의 발화이다. 그동안 성매매 안에서 여성들은 피해를 내면화하여 발설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성매매가 성적 착취 행위일 뿐임을 주장하고, 여성들은 범죄행위자가 아님을 말한다”고 가장 큰 변화 지점을 설명했다.


성매매방지법 이후, 탈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전국 곳곳에 생겼다. 이들 단체가 생기기 전에는 성매매 여성이 업주에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탈출’말고는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성매매방지법과 이를 근거로 지원하는 단체들이 이제 여성들에게 무기가 되었다”면서 “그리고 이 여성들이 자조 모임 등을 꾸려 피해 경험을 드러내고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인식 개선과 탈성매매 운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과 당사자 운동은 성매매산업의 축소로 이어졌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기 전인 2002년, 형사정책연구원의 ‘성매매경제규모전국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알선업체 수는 5만여 곳, 종사 여성 수는 최소 33만명. 성매매 관련 산업의 경제규모도 약 16조원으로 2002년 국내 총생산의 4.1%를 차지했다. 당시 농림어업의 비중이 4.4%였다며 그 규모가 어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랬던 성매매산업이 방지법 시행 3년이 지난 200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전국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업소는 4만6천여 곳, 성매매여성 수는 26만 명으로 실질적인 감소가 이뤄졌다. 거래액은 약 14조원이었다.


그리고 2010년 서울대여성연구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산업의 규모는 총6.86조원으로 줄었다. 국내총생산의 약 0.65%를 차지하는 수치다.


“풍선효과? 기존의 성매매업소에 대한 미진한 단속이 부른 것”


그러나 언론과 집행기관의 생각은 달랐다. 이른바 ‘풍선효과’로 불리며 성매매가 방지법으로 인해 음성화되어 그 수가 증가했다는 의견이 전통형성매매집결지 업주와 언론 등을 통해 유포되었다.


신박진영 센터장은 “이런 주장에 편승해 법의 집행이 좀 더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라지고, 상식적이지 않은 통념에 기대어 마치 과학적 논점이라는 듯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오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쏟아지는 경찰의 음성 성매매 단속 기사들은 풍선효과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나 사건보도들이 대부분 경찰의 보도자료에 의존한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신박진영 센터장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경찰의 단속은 기존의 성매매업소가 아닌 신·변종업소에 치중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존의 성매매업소를 축소시켜나가기 위한 대책 마련도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통계도 신박진영 센터장의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2012년 6월 헤럴드 경제가 발표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당시 신·변종업소에 대한 경찰의 단속 비율은 고급 유흥주점보다 3배가 많았다. 이런 것은 음성 성매매의 단속이 합법으로 위장한 고급 유흥주점 단속보다 쉽다는 것도 작용한다.


신박진영 센터장은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풍선효과로 단속의 사각지대인 신·변종업소가 늘어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 수치는 합법적 업소인 유흥주점에 비하면 미미하다”면서 “유흥주점이나 티켓다방 같은 업소들이 성매매를 통해 여전히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전혀 위협이 될 만한 조치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영업방식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려는 변종업소의 등장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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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29일 개복동 화재참사로 14명의 여성들이 희생되면서 성매매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많은 여성단체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시간이 갈수록 소실되는 법 집행, 바로 잡아야”


최근 성매매산업이 대체적으로 여성을 고정으로 고용하는 형태에서 보도방에서 공급받는 현태도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0년 여성가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변종형, 온라인, 해외 성매매는 성매매산업의 약 2.1%~3%를 차지하고 있어 유의미있는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알선형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매매산업은 유흥주점, 티켓다방, 성매매집결지 등 전통적 성매매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박진영 센터장은 “대구 자갈마당의 경우 63개 업소가 영업하던 것이 법 시행 초기 48개 업소로 급격하게 줄었지만, 2007년 이후 법집행에 대한 정부의 정책 부재 속에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어 신박진영 센터장은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룸살롱 등 유흥접객 업소, 고위직 공무원을 위시한 검사 등의 뇌물상납과 성매매 알선업자들과의 유착문제 등 사회적 부정부패와 성매매산업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성매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를 도려내는 의지의 부재로 보인다. 성매매를 줄여나가는 문제는 사사로운 개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해결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정의’를 실현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성매매방지법이 안고 있는 문제는 ‘풍선효과’가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소실되는 법 집행력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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