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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을 확대하고 해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두고 노조와 시민사회가 ‘가스 민영화’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와 대전·충남본부는 13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안은 재벌에게는 수익을 보장하는 특혜를 주고, 국민에게는 가스요금 폭탄을 선사할 것이다. 천연가스 민영화 정책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에너지 재벌기업의 국내 가스산업 지배력은 40%에서 70%로 확대된다”며 “결국 석유시장처럼 에너지 재벌기업의 요금정책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일반 시민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기업, 천연가스반출입업을 악용하여 수익 올릴 수 있어 가스 민영화”

 

4월 9일 김한표 국회의원을 비롯 새누리당 소속 1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오는 18~19일에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개정안 심사를 예고했다. 또한 5월 22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번 임시 국회에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발전소 등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자가소비용업자들이 들여온 천연가스를 가스도매사업자 또는 타 직수입자와 해외에 판매 및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보세구역(관세법에 따라 관세 부과가 유보된 지역) 내 저장시설을 이용하여 외국으로 반출할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반입하는 천연가스반출입업을 신설하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법은 자가소비용업자가 천연가스를 들여와 사용하고 남은 잉여물량을 동종의 자가소비용업자에게 물물교환만 허용하고 이를 재판매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충남본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에너지 재벌기업이 산업용과 발전용 천연가스 시장을 장악하게 되고 가스공사의 수익이 악화된다”면서 “그러면 가스공사는 도시가스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사용하는 도시가스 요금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며 발전용 천연가스 경쟁 도입으로 가정용 가스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개정안은 보세구역 내 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천연가스는 외국으로 반출만을 전제하지만, 저장시설 내 천연가스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의 판매는 허용하도록 했다. 가스공사지부 충남본부 관계자는 “천연가스는 액화해서 한국으로 들어와 계속 증발되기 때문에 오래 저장을 못한다”면서 “이는 천연가스반출입업자가 증발가스 판매를 목적으로 이 개정안을 악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가스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는 사실상 민영화인 셈이다.

 

개정안으로 가정용 가스요금 인상할 수 있는 요인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는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도입 구매량은 단일 회사 중 세계 최대이다”면서 “경쟁이 도입되면 세계 최대 구매력을 상실하게 되고, 구매자간 경쟁으로 도입 가격의 인상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에너지 재벌기업들이 세계 천연가스 물가가 폭등할 경우, 천연가스 물량 수급을 포기할 때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가스공사지부 충남본부 관계자는 “현재 천연가스는 산업용과 발전용 공급이 70%를 차지한다”면서 “기업들이 물량 수급을 포기하고 필요 물량을 가스공사에게 요구하게 되면 한국가스공사는 급하게 물량을 구매하여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비싼 값을 주고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구입하게 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손해도 서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스 민영화의 가장 큰 피해는 당진, 포항, 군산, 인천, 울산 등 산업용 천연가스 소비가 높은 발전소 등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이 볼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지부에 따르면 2004년 정부가 포스코에게 가스직수입을 허용한 후 포항지역도시가스회사는 판매량이 줄고 그 손실을 가스요금에 반영하여 포항지역 도시가스 요금이 12% 인상한 일도 있었다.

 

김한표 의원, “가스공사 독점구조 깨야”
가스공사지부, “오히려 공공성 강화해서 값싸게 천연가스 수입해야”

 

이에 대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4일 성명을 내고 “독점 비효율 구조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가스를 도입하고 있는 한국에 가스 수입에 대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도시가스 요금 및 전기요금을 인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조의 우려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가스공사지부 충남본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싼 적이 있었다. 당시 가스공사가 장기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아 물량을 사들이지 못했다”면서 “김 의원은 오히려 정부가 가스공공성을 확대하여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를 질책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공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정용 가스요금 물가를 최대한 억제하려고 하겠지만 과연 에너지 재벌기업이 그 같은 손해를 감수하겠는가”라며 김 의원의 해석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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