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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이석기 당선자, 경기동부연합 실세인가 듣보잡인가

김용욱(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2.04.26 09:30 추천:2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투표 마감 직전, 민주노총 출신으로 비례대표 일반명부에 출마한 L 후보는 구 민주노동당 당권파 그룹인 경기동부연합의 표 몰아주기의 힘을 확인했다. 자신이 소속된 전북지역 한 사업장 노조 소속 300여 명 당원들에게서 비례대표 일반명부 기호 13번 이석기 후보에 대한 몰표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나 당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석기 후보가 자신의 표밭인 노조에서 몰표 조짐이 감지되자 L 후보는 해당 사업장으로 달려갔다.


L 후보는 관련 사업장 출신 현직 산별 위원장과 해당 사업장에 달려가 현장 활동가들을 만나며 표밭 다지기를 하고 전세를 역전시키려 했지만, 해당 사업장 개표결과는 180:120 정도로 나왔다. L 후보가 패했다. 만일 L 후보가 막판에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지 못했다면 L 후보는 당연히 자신에게 몰표가 나올 줄 알았던 현장에서 참패를 면치 못할 뻔했다. L 후보 쪽 한 인사에 따르면 당시 이석기 후보 몰표를 위한 움직임에는 경기동부연합과 통합한 광주전남연합 정파 소속의 노조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석기 당선자는 비례대표 후보 등록 이전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나 핵심 관계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내 인사들은 비례후보 등록과 동시에 이석기 후보가 경기동부연합이 대대적으로 밀고 있는 후보로 일반명부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고, 실제 27%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아 일반명부 1위로 비례 2번(비례 1번은 여성명부 1위)을 차지했다. 만일 이석기 당선자가 일반명부 투표에서 2위를 했다면 그는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 없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경기동부실세라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2005년 5월 민중의소리 창간 5주년 기념식장에서 이석기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핵심 인사들과 나란히 섰다. 이석기 당선자는 민중의 소리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용대 전 의장은 경기동부연합 실세로 2000년도에 민중의소리 편집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대 전 의장은 현재 뇌출혈로 투병 중이다. 사진 왼쪽부터 정형주 전 민노당 경기도당 위원장, 이석기 당선자,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 [사진 : 윤원석 전 19대 국회의원선거 통합진보당 성남중원 예비후보자 홈페이지]

“당 활동한 것도 아닌 기획사 대표가...”
듣보잡 논란 속 경기동부연합 실세 주장 계속 나와


당내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이 대다수 언론에 보도되던 지난 4월 21일 정성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례대표 성격에 걸맞지 않은 듣보잡(당 관련 기획사-여론조사 대표)후보의 출마 및 1위 기록”이라는 표현과 함께 “‘종파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썼다. 이석기 후보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 전 최고위원이 밝힌 듣보잡 후보는 이석기 당선자를 겨냥한 말이다.

듣보잡이란 표현은 당내 활동과정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후보였다는 뜻으로 당권파가 당 활동 이력도 별로 없던 이를 후보로 내세우고 전력을 다해 당선시켰다는 얘기다. 정 전 최고위원은 이석기 후보와 종파패권주의를 함께 언급해 이석기 후보가 패권주의의 당사자인 경기동부연합 임을 암시했다.

통합진보당 당 게시판에는 “이석기 당선자는 다른 비례대표 후보들과 비교하면 노동·민중운동이나 진보정당 운동에서 검증되지도 않았고, 당원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은 경기동부 실세”라며 “경기동부가 지침 투표, 강제 투표 방식으로 수십 년 간 대중운동을 한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재끼고 당선을 제조했다”고 정풍운동 주장도 나왔다. 대중적 검증도 없고, 일반 당원들이 잘 몰라도 정파에서 내리꽂기만 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통합진보당의 진성당원제에 대한 본질적 문제와도 관련된다는 것이다.

당내에서조차도 정파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석기 당선자 쪽이나 성남중원에 출마한 김미희 당선자, 이정희 대표 모두 경기동부연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다. 그런데도 통합진보당 안팎에선 이석기 당선자가 당권파 그룹인 경기동부연합의 실세 중의 실세라는 증언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CNP전략그룹 홈페이지

구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경기도당 주요선거에서 경기동부연합을 견제해 왔던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소속의 한 인사는 “원래 이정희 대표는 경기동부연합의 기대주이긴 하지만 핵심 인사는 아니었다”며 “이석기 당선자야말로 당내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듣보잡 논란이 일었지만, 경기동부연합 정파 내에선 핵심 정책브레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동부연합은 당권을 장악하고 나서도, 경기동부연합 정통 멤버 중에 국회의원이 없어 경기동부연합 출신 의원을 배출하는 것이 숙원사업이었다”며 “이번 비례 선출과정과 야권연대 전략지역 협상에서 성남 중원과 관악을 등을 꾸준히 요구한 것은 경기동부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동부가 듣보잡 이석기 당선자에게만 모든 조직력을 몰아준 것은 경기동부 내 그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동부연합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진보진영의 한 인사도 “이석기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의 성골이며, 이상규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의 진골이라 할 수 있다”며 “이석기 당선자가 CNP전략그룹을 만들었고, CNP는 민주노동당 경기도당과 여러 대학 총학생회와 동아리 축제 등을 끼고 돈을 많이 벌었다. 이렇게 이석기 당선자가 경기동부 내에서 재정적인 전권을 쥐면서 조직의 실세 중 실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CNP전략그룹이 만들었던 선거 관련 명함들

이석기 당선자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기관 사회동향연구소는 CNP전략그룹과 계열사로 야권연대 협상 전 이정희 대표가 출마했던 관악을 여론조사, 민주노총 비례집중 투표 정당 선정 조사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인사는 이어 “경기동부연합은 구 민주노동당 내 용인 외국어대 출신들이 핵심이며, 성남중원의 김미희 당선자가 선거기간 동안 ‘경기동부연합은 없다’고 했던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터사랑청년회가 경기동부연합의 뿌리”라고 밝혔다.

경기동부연합 조직은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의 지역조직으로 2008년 전국연합 해산과 더불어 공식적으로 해산했다. 과거에 해산된 조직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경기동부연합에서 활동했던 주요 인사들이 진보정당과 노동운동, 진보운동의 막후에서 인맥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파로 활동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동부연합 세력과 노동운동 공동투쟁 등을 논의해 온 노동계의 한 인사는 “경기동부연합은 공식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대중 앞에 제출하지 않아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후에서 파벌을 구성해 민주노총이나 진보정당 등 대중조직과 정치조직을 좌지우지해 왔다. 실체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선거기간 내내 언론 노출을 자제해 왔던 이석기 당선자(사진 가운데)가 지난 16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상견례’에서 처음 국회에 나와 활짝 웃고 있다.

정형주, 윤원석 등 경기동부연합 출신 핵심인사들과 인맥 연결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은 성남지역운동에 뿌리를 두고 활동했다. 참세상이 노동계와 진보운동진영 등 여러 경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미희 당선자 등 서울대 출신 학생운동 그룹이 자리 잡은 터사랑청년회와 용인 외대 학생운동 그룹의 리더급들이 몸을 담았던 성남청년회, 분당청년회가 과거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동력이었다.

이석기 당선자는 용인 외대 82학번이며, 김미희 당선자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정형주 전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용인 외대 84학번이다. 김미희 당선자 이전에 성남중원에 출마했다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후보직에서 사퇴한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는 용인 외대 86학번이다.

정형주 본부장은 88년 용인 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산하 용인성남지역총학생회 연합 의장, 전대협 부의장을 지냈다. 또 95년에는 성남청년회 회장을 맡았으며 99년엔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과 경기동부지역 민족민주 청년단체연합 공동의장을 맡았다.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는 89년 용인 외대 총학생회장과 용인성남지역총학생화 연합 의장직을 맡은 바 있으며 이후 분당청년회를 창립하고 1기 회장을 맡았다.

경기동부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석기 당선자와 정형주 본부장,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는 모두 민중의소리와 깊은 인연이 있다. 윤원석 전 후보는 민중의 소리 기자 성추행 이전까지 민중의 소리 대표를 맡았다. 정형주 전 위원장은 민중의소리 전신인 한국민족민주인터넷 방송 대표를 맡았고, 이석기 당선자는 민중의 소리 이사를 맡다가 민중의소리 계열사로 알려진 CNP전략그룹 대표를 맡았다.

이렇게 용인 외대와 성남지역 청년단체가 얽힌 인맥과 지역운동 거점의 정황상 이석기 당선자가 경기동부연합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경기동부연합이 한창 논란이던 총선 기간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통합진보당 한 관계자는 “이석기 후보가 정형주 전 위원장, 윤원석 전 민중의 소리 대표와 함께 용인 외대 학생운동 출신으로 모두 경기동부연합이 아니냐”는 질문에 “친분관계를 다 끊으라는 말이냐. 경기동부연합 같은 정파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재차 “친분관계가 있으면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하면서 사실상 정파나 계파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친분관계를 다 끊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 너무 과도하다”고만 강조했다.

이석기 당선자는 4.11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 4월 4일부터 10일까지 김미희 후보가 출마한 성남중원에 머물며 김 후보 집중 지원을 했다.

학생운동, 지역운동 이후 전망 살피던 경기동부연합 주력 사업과 같이

정형주 전 위원장이나,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의 80년대 용인 외대 학생운동을 거쳐 90년대 초반 청년.지역운동, 90년대 중반부터 지역선거 출마, 인터넷 태동기인 2000년대 초반 성남청년정보센터 설립, 분당에 민중의소리 사무실 마련 등의 운동과정은 이석기 당선자의 2000년대 후반 발자취로 연결된다. 이석기 당선자가 민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는 와중에, 안타까운 가족사를 거치고 출소한 이후부터 통합진보당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행보는 경기동부연합 실세들이 주력한 사업들과 관련이 있다.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소속 관계자는 “이석기 당선자의 이력은 출소 이후 민중의 소리, CNP전략그룹, 사회동향연구소와 같은 경기동부연합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핵심 사업이나 재정 사업이 중심”이라며 “재정과 전략을 맡고 있으면 조직의 실세 중의 실세”라고 지적했다.

당과 갑을 관계에 있던 기획사 업체 대표가 비례후보 당선

사회동향연구소에 소개된 계열사 현황

구 민주노동당 시절인 2006년 4차 중앙위원회에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당 예결산위원회가 보고한 당대회 결산검사 보고서는 “중앙당이 5.31 지방선거 홍보비 등 CNP 관련 지출 등에 공개입찰 없이 실무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거래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를 보면 민주노동당은 06년 5.31지방선거 기간에 CNP에 온라인광고 동영상 제작비 명목으로 7,700만 원을 지출했다. 당시 예결산위원회 지적사항은 “중앙당이 온라인광고 동영상제작 과정에서 해당 홍보업무에 전혀 경험이 없는 업체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두 차례 진보교육감 선거에서 재정 등을 맡은 한 인사는 “CNP전략그룹은 2007년 권영길 대선 캠프 홍보물 등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고, 이후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엔 CNP가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노조나 단체들의 각종 기획 선전물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CNP가 0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실력이 늘고 커졌다”며 “곽노현 교육감 선거 때도 CNP가 정상 절차를 거쳐 일부 홍보물을 맡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CNP와 민주노동당과의 거래관계가 당내에서 지적됐고, 당과 갑을 관계에 있던 업체의 대표가 비례대표가 된 상황도 경기동부연합과의 관계가 없인 설명하기 어렵다.

CNP전략그룹 관련 정황이 이런데도 이석기 후보 쪽은 선거기간 동안 경기동부연합의 존재를 부인했고, 이석기 후보 자체가 정파적인 모임을 매우 싫어한다고 밝혔다.

총선 당시 이석기 후보의 공보담당자는 <참세상>과 통화에서 “이석기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이 아니”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는 “이석기 후보가 경기동부연합의 지지만 받았으면 1만 여 표인 27%의 득표율이 나올 수 없다”며 “이 후보는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27%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석기 후보자는 학연이나 학벌에 의한 운동정파로 활동하는 것을 혐오한다”며 “이 후보자가 비례 후보에 나선 것은 운동권 정파주의를 깨는데 일조하기 위해서였으며, 두 번째는 총선과 대선 과정에 사회동향연구소 등 정치 컨설팅 경험을 당을 위해 쓰고 싶다는 뜻에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민노당 내에 외대 용인 캠퍼스 출신이 많이 있었지만 그런 분들과 후보자님의 행보는 다르다”며 “30년 넘게 일관되게 진보정당 운동과 노동자 농민 위해 활동하신 분인데 경기동부연합 운운은 황당하다. 오히려 학교 후배들이 강연을 부탁해도 학벌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권 정파주의가 위험하다고 보고 강연도 거절하신다”고 설명했다.

선거 이전엔 당내에서 듣보잡이라는 주장을 두고도 “후보자가 당내나 진보운동에 많이 안 알려졌다는 주장은 코미디”라며 “10년, 20년 넘게 운동을 하신 분 중에 우리 후보자를 모르는 분들은 안 계신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회동향연구소는 컨설팅과 여론조사를 해 왔다”며 “후보자가 현장이나 민심을 읽는 게 워낙 빨라 짧게 5년만 해도 후보자에게 도움을 받은 캠프나 지역구가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석기 후보 쪽의 반박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면 1만 표는 경기동부연합이 동원할 수 있는 7천 표와 광주전남연합이 최대 동원할 수 있는 4천 표 수준의 득표라 대중적 인지도가 아닌 당권파의 동원 표와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이석기, “내가 참여당과 통합 주도”

이석기 당선자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이라는 정황은 비례후보 선출 공보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석기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저는 90년대부터, 동지들과 함께 본격적인 당운동을 예비하며 당의 지역적 토대를 강화하는 한편, 각급 공직 선거에 독자 후보 전술로 도전하는 등 당운동의 초석을 다져왔다”고 밝혔다.

이는 정형주 전 경기도당 위원장이 96년도에 처음 성남 중원구에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정형주 전 위원장은 96년도에 8천 표, 2000년도에 출마해 2만 표를 얻어 성남중원에 민주노동당의 터를 닦았던 인물이다. 이석기 당선자의 출마 변은 경기동부연합 해산 전부터 경기동부연합 의장을 맡았던 인사와 진보정당 운동의 토대를 함께 준비했다는 정황을 은근히 드러낸 것이다.

이석기 후보는 이어 “최초의 야권연대 승리모델인 김상곤 경기교육감 선거를 비롯해 강기갑(사천), 정우태(장흥), 김선동(순천) 승리 등 우리 후보를 위한 전략지원을 수행해온 사회동향연구소를 통해 과학적 정당운동을 위한 객관근거를 꾸준히 제공해 왔다”며 “최근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대국민 조사와 현장여론조사 역시 우리 당의 창당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었다”고 자평했다.

이석기 후보 소개 동영상 화면

또한 “저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노선을 초기부터 일관되게 지지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였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참여당 통합의 막후에 있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2011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진보대통합 논의 과정에서 진보신당에 강경노선을 유지하다 민노당과 참여당 합당을 주도한 세력은 당권파였던 경기동부연합이었다. 권영길 전 민노당 원내대표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은 참여당과 합당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참여당과의 합당을 밀어붙였다. 이석기 후보가 사회동향연구소의 현장여론 조사 등으로 참여당 합당에 이바지를 했다고 밝힌 것은 이 후보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브레인일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2011년 7월 말 민노당 내에서 참여당 통합 논란이 한창일 당시 금속노조는 사회동향연구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금속노조 조합원 여론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당시 금속노조 조합원 여론조사는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대통합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문항이 지도부와 진보진영에 논란이 됐다. 이 여론조사에는 “동지는 새롭게 건설될 진보정당이 국민참여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세력과 통합을 추진한다면 이에 찬성하시겠습니까?”라는 문항이 들어있었다. 여론조사 결과 “참여당 등과의 통합에 대해 57.2%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금속노조 지도부에서는 이 여론조사를 담당한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금속노조 간부가 급하게 여론조사를 추진하면서 당시 여론조사 설계를 세세하게 검토할 여력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금속노조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금속노조는 해당 사업 실무자가 여론조사 업체 등을 대부분 결정하기 때문에 사회동향연구소가 어떤 기관인지도 몰랐고, 그곳에 여론조사를 맡기는 줄도 몰랐다”며 “경기동부연합 출신 간부가 참여당 통합이 목표였다는 이석기 당선자가 대표로 있는 사회동향연구소에 여론조사를 맡긴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됐던 참여당 관련 문항도 지도부들은 참여당 통합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통합’에 방점을 찍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경기동부연합 성향의 노조 간부들은 참여당에 방점을 찍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이석기 당선자는 비례후보 홍보 영상에서도 자신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권파들이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구상의 중심인물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이 영상에서 이석기 후보는 금속노조 여론조사와 민주노동당 당원 여론조사 등에서 참여당과 통합여론이 더 높게 나온 결과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온갖 곡절에도 민노당과 참여당의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홍보했다.

이석기 당선자는 후보 시절 비례후보 토론회에서도 “이번 총선의 핵심과업은 집권시대를 열기 위해 당의 안정적 지지기반 획득에 있다”며 “당의 지지율을 확고히 보장하고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당의 전략방침이며 참여당과 민노당의 통합은 시민중심 세력과 노동강조 세력이 합쳐 극대적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동부연합 공개 정파 선언하고, 투명한 정책 대결로”

통합진보당 내에선 당권파를 제외하고 이미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의 정파 기능 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보수언론들이 주도하는 색깔론이나 부정적 이미지와는 선을 그으면서도 투명하고 제대로 된 정파 기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24일 경인방송 라디오에서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대한 질문에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마치 용인될 수 없는 집단들이 통합진보당을 끌어가고 있다는 식의 일부 언론의 여론몰이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노회찬 대변인은 이어 “한국 정당에서 투명한 정파활동의 전범이 서 있지 않은 속에서 저희가 써클 식 운영방식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며 “다만 당내에는 특정한 정파활동 자체가 보장돼 있다. 정파 활동을 하려면 자신의 존재를 떳떳하게 밝히고 지향하는 바를 공개하면서 지지를 모아나가는 활동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지난 17일 SBS 라디오에서 “당권파가 주목이 됐던 것은 그만큼 당내에서 힘을 가진 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됐던 것”이라며 “문제는 정치의 본질은 영향력이 있고 권력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동부연합이 당의 실질적인 당권을 장악한 주요 계파라는 실체를 인정한 것이었다. 심상정 대표도 “진보정당이 과거 권위주의에 맞서 싸웠던 소극적인 유산을 어떻게 혁신하고, 자신의 활동을 가시화시키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가가 향후 개혁과제”라며 경기동부연합 계파의 투명성을 강조한바 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이 전국연합의 10년의 전망 문건과 함께 진보정당에 투신하기로 하고 해산한 조직인 건 사실이지만, 지금도 과거의 경기동부연합 활동가들이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전반에 인맥을 형성하고 막후에서 정책과 진보운동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며 “경기동부연합은 정파나 의견그룹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하며, 이참에 공개적으로 정파를 선언하고 자신의 정책을 대중에게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욱 기자)

이석기 선거운동 본부에서 총선이 끝나고 낸 당선인사 웹자보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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